요리소설이자 여성문학이면서 성장소설인 베스트셀러
독특한 분위기와 마술적 사실주의를 담은 중남미 소설

사진=Unsplash, Pushpak Dsilva 제공
사진=Unsplash, Pushpak Dsilva 제공

[문화뉴스 이유민 기자] 외로운 마음을 채워주는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소개한다.

멕시코 출신의 소설가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세계에서 450만 부 이상 판매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또한 여성의 삶과 사랑, 성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챕터별 음식으로 풀어낸 '요리 소설'이기도 하다. 동시에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섞여 오묘하면서 강렬하다. 이 수많은 특징들이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을 완성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부분들은 사람들에게 자주 난해하게 읽힌다. 

이처럼 문학을 읽다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등장하고는 한다. '대체 뭐지? 명작 맞나? 내가 못 읽고 있는 건가?' 이런 감정은 살면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나는 외면당하는 건가? 왜이렇게 잘 모르겠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만큼 다채롭고 수많은 감정을 품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일명 '빼빼로데이'에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20세기 작품인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2023년에 접하게 된 것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냄새는 기억 속의 소리와 향을 전하며 과거의 어떤 시간을 떠오르게 하는 특성을 지녔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막내딸이 결혼하지 않고 평생 부양해야 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티타'는 '마마 엘레나'의 막내딸이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사랑한 티타에게 만들고 먹는 일은 삶의 제일 큰 기쁨. 티타는 자라면서 '페드로'라는 남자와 연인이 되는데,  어머니의 불호령 때문에 결혼할 수 없게 된다. 페드로는 티타와 평생 함께하기 위해 티타의 언니와 결혼해 버린다. 이에 상심한 티타의 마음은 상냥한 의사 '존'에게 기운다. 하지만 페드로와의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닌 상태다. 그러면서 20년이라는 긴 시간에 따라 티타의 마음과 요리, 가족관계도 놀랍도록 많이 변화한다.

라우라 에스키벨은 마르케스나 이사벨 아옌데와 마술적 요소들을 표현하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한다. 주로 라틴 문학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 방식은 현실 세계에 적용할 수 없는 표현과 서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집어넣는 대담함을 갖췄다.

예를 들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는 티타가 슬픔을 담아 만든 페드로의 웨딩 케이크를 먹고 모두가 슬퍼하며 토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부조리한 상황을 마주한 티타의 마음이 케이크를 통해 모두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마술적 사실주의'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비판의 메시지를 같이 담을 수 있다는 양면적 특징이 있다.

그렇게 마술적인 한편, 티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배가 고파진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보여주는 '요리' 때문인데, 이 작품은 요리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을 뿐만 아니라 요리라는 행위 자체의 가치를 아주 높이 평가한다. 작가가 여성의 가사를 결코 쉽게 보지 않고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해석한 것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챕터를 나눈 소설은 월마다 시간을 경과시키며 티타의 다양한 요리를 소개한다. 튀김 요리부터 케이크, 수프와 한국 독자에게 이국적인 남미 요리들이 이야기와 함께 친숙하게 다가온다. 티타에게 있어 요리는 삶이고 그를 따라 읽는 이에게 감정을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이 작품은 로맨스와 성처럼 쉽게 가치절하되는 문학적 요소들을 작품에 전면으로 내세운다. 또한 관습에 억압받았던 여성이 그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의 갈래로도 읽을 수 있다. 동시에 티타를 중심으로 한 여성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린 여성문학으로도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소설의 후반부에 티타는 고압적인 어머니 마마 엘레나에게 '나는 어머니를 항상 증오해왔다'고 소리친다. 티타에게 벌어진 비극은 전부 마마 엘레나에게 구속당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장면은 꼭 관습을 재생산하지 않겠다는 세대의 탄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소 심오하게 읽은 것 같기는 하지만, "모든 일의 원인이 사랑이고 그를 억누르는 건 불가능하다"는 간단한 논제를 넓게 해석할 수 있도록 쓴 것만으로도 읽기에 재미있는 소설이다.

사진=롯데웰푸드 제공

올해 빼빼로데이에는 특수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서는 대부분 매출이 감소했다는데, 사람들의 마음에도 한파가 찾아와 마음을 나눌 여유가 줄어든 게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물론 고물가의 영향도 있겠다.) 자신을 가로막는 압제에서 벗어나는 티타처럼, 구속 없이 사랑을 담아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보낸다.

만일 기사를 통해 중남미 소설에 흥미가 생겼다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찾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이어 아르헨티나 작가 마누엘 푸익이 쓴 '거미여인의 키스'와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까지 중남미 소설 입문작으로 읽기 좋다. 앞서 소개했던 이사벨 아옌데의 최신작 '바다의 긴 꽃잎' 또한 476쪽으로 길어 보이지만, 흥미진진하게 독자를 끌고 가는 작품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 '백년의 고독' 등도 독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작품이다.

*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각종 문학들은 읽을수록 풍부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힘을 건네준다. 이런 작품들은 각종 미디어에서 인용되고, 오마주되고, 다시 읽히곤 한다. 그러나 '오래됐다', '어렵다'는 이유로 널리 읽히지 않는 작품들도 많다.

그에 따라, 이 기사는 최근 다시 주목받는 작품들에 접근하기 쉬운 발판처럼 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기획에는 기사를 읽는 5분 사이, '세 줄 요약 해주세요' 대신 '더 읽어보고 싶어요'를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소소한 마음이 담겼다.

다음 주에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등 여러 일본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친 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 그리고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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