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청년들도 "상식 밖의 표현"…민주당 "사과·재검토"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난 17일 공개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 티저 현수막 / 사진 =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난 17일 공개한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 티저 현수막 / 사진 =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2030 청년층을 비하하는 현수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민주당이 청년층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자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사과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각 시·도당에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더민주 갤럭시 프로젝트’의 티저 현수막을 공문을 통해 발송했다. 해당 캠페인은 2030세대를 겨냥해 개인성과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나에게 쓸모 있는 민주당'으로 변화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현수막 시안에는 "나에게 온당",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혼자 살고 싶댔지 혼자 있고 싶댔나?"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당 시안이 공개되자 마자 당 안팎에서는 2030 청년을 비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청년층은 물론이고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청년을 바보로 보는 것 같다", "민주당의 가치와 지향을 포기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은 "저급한 내용이 홍보물로 결정된 이유를 밝히라"며 총선기획단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현수막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청년층을 겨냥한 총선용 문구가 아니라 캠페인을 담당한 업체가 행사용으로 제작한 홍보 시안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수막 내용을 보고받고도 당 사무총장 명의로 시도당에 공문을 보내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꼬리 자르기, 거짓 해명이란 비판이 나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청년 비하 논란을 일으킨 '갤럭시 프로젝트' 현수막에 대해 "기획 의도가 어떠하더라도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보시기에 불편했다면 잘못"이라며 "사무총장으로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은 또 "'갤럭시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23일 행사는 연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라고 밝혔으며 “(현수막) 문안 작성과 관련해 당이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과정과 상관없이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게 책임이 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 문구를 두고 '자의식 과잉 운동권의 블랙코미디' 등 표현으로 비판을 이어갔으며 과거 민주당의 '노인 폄하' 논란을 소환해 '세대 갈라치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정치는 잘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표어를 언급하며 "청년층을 정치와 경제에 무지하고 이기적인 존재로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최고위원은 "민주당은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1 대 1로 표결하느냐'라고 했던 정당"이라며 "민주당에 노년층, 청년층은 모두 폄하의 대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청년들을 정치 문외한으로 비하하거나 경제 개념 없이 돈만 밝히는 세대로 낙인찍는 듯한 내용"이라고 평가했으며 이어 "민주당은 과거엔 곧 무대에서 퇴장할 6070 세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는 둥 노년 세대를 비하했다"라며 "말장난으로 세대를 갈라치고 정치 불신만 부추기는 정치는 국민의힘으로 퇴장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단순히 업체에 맡긴 실수라기보다는 민주당이 그간 해 왔던 행동들과 같이 맥이 닿아있는 것 같아서 분노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표어를 거론하며 “이것은 김남국 의원 얘기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김 의원은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및 상임위 회의 중 코인 거래 논란으로 지난 5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윤상현 의원도 SNS를 통해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의 청년세대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악스럽고 안타깝다”라며 “청년층에 대한 몰이해, 그릇된 인식을 애꿎은 업체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과거 어느 세대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2030 청년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민주당의 헛발질”이라며 “민주당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내 청년 인사들도 민주당의 현수막 문구가 상식 밖의 표현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 민심을 전혀 모르고, 본인들이 여전히 청년 세대라 착각하는 86 운동권의 자의식 과잉이 만들어 낸 블랙 코미디”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용태 전 청년 최고위원은 BBS라디오 ‘정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기괴하게 봤다”며 “이러한 걸로 어떻게 200석을 하려고 하나.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혹평했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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