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 30년 만에 청룡영화상(청룡영화제) MC 작별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응원할 것"
고민시, 정유미, 한지민, 탕웨이, 송중기, 이병헌...감사 전해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무려 30년간 청룡영화상 MC 자리를 지킨 배우 김혜수가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동료 배우들은 고마운 마음 담긴 고백을 전하며 마지막을 더욱 빛냈다.
지난 24일 여의도 KBS홀에서 제44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사회는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맡았다.
1993년 제14회부터 진행을 맡은 김혜수가 MC로 활약하는 마지막 시상식이었다. 이에 시상자와 수상자 할 것 없이 무대에 오른 많은 영화인들이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인여우상을 받은 고민시는 '밀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혜수에게 "'밀수'에서 옥분이 춘자를 롤모델로 삼은 것처럼 저도 선배님이 잘 닦아 놓은 멋진 길을 따라갈 수 있는 좋은 배우 되겠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청정원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송중기는 수상 소감에 앞서 "김혜수 선배님 마지막 무대라고 들었다. 고생하셨고, 축하드리고 존경한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2부 오프닝 축하무대를 펼친 가수 김완선은 "김혜수 씨를 저의 뮤즈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팬이었다. 너무 존경하는 사람이다. 특별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의 삶도 힘차게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김혜수도 "비슷한 시기 데뷔해서 동시대 함께 활동하면서 함께 영감을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곁에 있다는 게 제게도 큰 행운이다"라며 화답했다.
감독상 시상자로 나선 한지민도 김혜수와 얽힌 추억을 전했다. 그는 "(수상했을 때) 꿈 같았던 순간이었다.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너무 떨리고 여러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을 흘렸다"라면서도 "그래도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MC석에 계셨던 김혜수 선배님께서 함께 눈물을 흘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함께 시상자로 나선 조진웅도 "모든 후보에게 공감해 주시더라. 청룡영화상이 덕분에 더 빛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남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선 박해일은 "지난해 수상할 때 김혜수 선배님과 유연석 씨의 진행으로 행복한 기억을 가슴에 품게 됐다. 오랜 시간 영화인의 품격을 한층, 매번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고생하셨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탕웨이 역시 "수상 후 대기실에서 김혜수 선배님을 만났다. 힘 있게 포옹을 해줬다. 그때서야 진정됐다. 너무 감사했다"고 좋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남우주연상 이병헌은 김혜수의 존재감을 되짚는 것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청룡영화상이 권위 있는 위치에 오른 시상식이 된 건 김혜수라는 분이 30년간 한 자리에서 훌륭한 센스로 진행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수고하셨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13년 KBS2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와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던 정유미도 눈물로 고마움을 전했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저에게 영원한 미스김 선배님인 김혜수 선배님. 10년 전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계속 배우 일을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선배님 덕분인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다. 너무 수고하셨고,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주시길 바라겠다. 선배님과 이 상 나누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혜수 스스로도 마지막을 자축했다. 축하무대를 선보인 가수 박진영과 깜짝 댄스를 선보였다. "박진영과는 지난 30회 이후 14년 만에 이 무대에서 재회했다. 덕분에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을 갖고 가게 됐다"며 소감을 전했다.
시상식 마지막에는 배우 정우성으로부터 트로피도 건네받았다. 정우성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그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끝으로 김혜수는 "소중한 우리 영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라며 "2024년 청룡의 해에 새롭게 만나게 될 청룡영화상을 영화인이자 열렬한 영화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날 수상자로, 혹은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모두 김혜수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고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그동안 그가 영화계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김혜수 없는 청룡영화상은 당분간 어색하게 느껴질 전망이다. 과연 그의 빈자리는 누가 채우게 될지도 주목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