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업적과 생애, 고뇌 그려낸 작품
판소리, 뮤지컬, 무용 어우러진 화려한 무대
신선한 장르 조합, 아쉬운 서사 집중도
11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서울예술단이 창작가무극 '순신'을 선보였다. 총체극이라는 시도. 화려하고 웅장하고, 또 새롭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아서일까. 정작 중요한 핵심은 한발 뒤로 밀린 것 같다.

'순신'은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의 꿈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웅으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인간 이순신의 삶과 고뇌를 그린다. 판소리와 뮤지컬, 무용 등이 결합된 총체극을 표방한다. 이지나 연출과 김선미 작가, 소리꾼 이자람, 무대미술디렉터 오필영 등 국내 대표 창작진이 참여했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예술이 종합적으로 뭉쳤다. 그만큼 볼거리가 넘친다. 깊이감 있는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채우는 배우들의 안무는 화려하다. 전통 악기부터 현대 서양악기까지 조화를 이룬 음악도 매혹적이다.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웅장한 무대 세트,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의상도 눈부시다. 다만 전반적으로 전통미가 강조돼서인지, '고통의 동굴'을 형사화 한 반원형의 세트에 얹히는 영상효과가 본무대와 잘 붙지 않는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데 극의 화려함과 별개로 '인간' 이순신은 다소 뒷전으로 밀려난듯 보인다. '난중일기' 내용과 순신의 고뇌를 전하기 위해 주변인들의 서사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순신'에서는 그 밸런스가 아쉽다.

아들 면(권성찬)과 하연(송문선)의 관계, 어머니 변씨부인(고미경), 선조(최인형)와 류성룡(금승훈) 등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1막의 주를 이룬다. 그런데 이순신보다도 중심에 놓인 것 같다. 또한 다소 신파적으로 표현된 점, 이순신과의 헐거운 연결성도 아쉬운 대목.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다행히도 2막에서는 이순신의 고뇌가 감정적으로 뻗어나온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 멀고 넓다. 또한 전체 극 구성을 놓고 보면 '인간' 이순신보다는 영웅으로서의 업적을 나열하고 생애를 소개하는 경향이 더 짙다. 방대한 서사를 130여분의 무대에 담아내려다 보니 집중도가 흐려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순신'을 봐야하는 이유는 있다. 기존 이순신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 말과 노래가 아닌 몸짓으로 이순신을 그려냈다는 측면에서 신선하다.

이순신의 생각과 고뇌는 일기의 내용을 읊조리는 것과 안무를 통해 표현된다. 역할을 맡은 무용수 형남희는 때론 유연하게, 때론 그로테스크하게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낸다. 이순신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 결연한 의지까지, 절절하게 다가온다.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사진='순신' 공연 장면 / 서울예술단 제공

또한 서울예술단원 배우들과 함께 꾸리는 군무는 그 자체로 스토리를 전한다. 특히 수군 함선 간의 전투를 묘사하는 대결 구도가 흥미롭다. 

무용과 어우러지는 이자람의 판소리도 매력적이다. 작창자이자 소리꾼, 서술자로 극을 이끈다. 강렬한 목소리는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유려한 강약조절과 극에 침투해 선보이는 연기까지, 극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듯하다.

앞서 이지나 연출은 여러 장르를 함께 풀어내는 것과 관련해 "무용과 대중적 서사가 어떻게 만날지, 따로 놀지 않게 서로 잘 조율하고자 한다"라며 "난해함, 모호함 드리지 않게 잘해보고자 한다"고 전한바 있다. 형식적인 부분에서는 꽤나 잘 어우러진 공연이지만, 서사의 풀이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한편 '순신'은 오는 11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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