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와이프', 개막 앞서 연습실 공개
신유청 연출 "옳음 지키려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
소녀시대 최수영 "매일 매일 어렵고 새로워"
송재림 "생물학적 남녀 아닌 마음의 형태에 집중"
12월 26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개막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송재림, 박지아 / 글림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송재림, 박지아 / 글림컴퍼니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와이프'를 통해 첫 연극에 도전한 배우 최수영과 송재림. 두 사람의 연극 연기는 과연 어떨지, 연습실을 찾아 미리 만나봤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의 대학로 JTN 아트홀에서 연극 '와이프' 연습 현장이 공개됐다. 이날은 신유청 연출과 배우 박지아, 김소진, 김려은, 최수영, 정웅인, 오용, 송재림, 정환, 홍성원, 표지은이 참석했다.

‘와이프’는 영국 극작가 사무엘 아담슨(Samuel Adamson)의 2019년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제 56회 동아연극상 3관왕(작품상, 연출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많은 관심을 얻었다. 신유청 연출과 함께 3년 만에 돌아왔다.

여성의 권리 신장과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어떠한 형식으로 변화를 거듭하는지를 보여준다. 헨리크 입센의 연극 ‘인형의 집’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해 1959년부터 2042년까지 4개의 시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여성과 퀴어로서의 삶을 표현한다.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최수영, 김려은 / 글림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최수영, 김려은 / 글림컴퍼니 제공

이날은 총 4개 장면을 시연했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첫 연극에 도전한 최수영과 송재림의 연기.  

김려은과 함께 데이지·클레어 역을 맡은 최수영은 부족함 없는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다만 몇몇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연극적인 톤이어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매일 매일 모든 게 너무 어렵고 새롭다"라고 첫 연극 도전 소감을 전한 그는 "방대한 시간 속 빽빽한 논쟁에서 인물들이 각자 자기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정신이 좋게 느껴졌다. 보시면 이들 중 한 명과는 닮아있다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작품의 매력을 어필했다.

로버트·아이바(28세) 역 송재림은 에릭·카스 역 정환, 홍성원과 실감나는 게이 연기를 펼쳤다. 연습임에도 실전처럼 진하게 입을 맞추는 등 열의를 보였다. 생생하게 새로운 인물을 표현했지만, 게이 캐릭터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 보이기도 했다.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홍성원 / 글림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홍성원 / 글림컴퍼니 제공

이와 관련해 신유청 연출은 "전형성 속에 캐릭터를 둬야 하는 건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단순히 겉핥기나 흉내내기가 아니고 무엇 때문에 그 다름을 표현해야 할까, 그 마음을 찾으려 시간을 들여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존 대본의 표현이나 연출상의 이유 등으로 어느 정도 형식화된 부분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 연출은 "짧은 시간 연습하지만 정석으로 주어진 길들을 가려고 하고 있다"라며 "배우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특별히 푸시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원은 "대본 안에서 많이 찾으려고 했다"라며 "영상도 참고를 많이 했다. 겉핥기 아닌 진짜 나로서 시작하는 것들이 많이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포인트를 전했다.

송재림 역시 "생물학적 남녀가 아닌 사람 마음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그것이 성별을 결정짓는 게 좀 더 퀴어스럽고 이해해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라며 고민하는 지점을 밝혔다.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송재림 / 글림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송재림 / 글림컴퍼니 제공

작품에는 여성의 권리와 성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다양한 시대와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아와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전할 예정이다.

신유청 연출은 '와이프'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힘없는 자들이 짓밟히면서도 소리 내지 못하는, 옳음을 지키려고 희생하는 모든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노라가 깨닫게 되는 것도 남자가 밉고 싫다는 것보다 그 사람과 다른 나를 찾겠다는 것이다. 나의 소중함 깨닫고 나다움이라는 것을 부딪쳐보는,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오용, 정웅인 / 글림컴퍼니 제공
사진=연극 '와이프' 연습 장면, 배우 박지아, 김소진, 표지은, 정웅인, 오용, 정환 / 글림컴퍼니 제공

초연부터 함께하고 있는 피터·아이바(58세) 역 오용은 "관계의 회복"을 눈여겨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우리 삶에서 오해와 관계성을 회복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라며 "관객들도 관계에 대한, 관계의 회복에 대한 것들을 생각해 보셨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수잔나 역 김소진은 "수잔나는 각 시대의 연극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건지, 이 시대에 걸맞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그냥 나로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건지 이런저런 생각과 시도를 하고 있다"라며 "이것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공연에서 확인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와이프’는 오는 12월 26일부터 2024년 2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