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와 콘텐츠 협상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 확보 나서
언론계, 애플의 광범위·불명확한 계약 조건에 난색
빅테크 기업들, 저작권 문제로 뉴스·출판사에 콘텐츠 사용료 지급 나서

FILE PHOTO: The Apple logo is seen hanging at the entrance to the Apple store on 5th Avenue in Manhattan, New York, U.S., October 16, 2019. REUTERS/Mike Segar/File Photo
FILE PHOTO: The Apple logo is seen hanging at the entrance to the Apple store on 5th Avenue in Manhattan, New York, U.S., October 16, 2019. REUTERS/Mike Segar/File Photo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애플이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를 개발하기 위해 언론사 및 출판사와 콘텐츠 이용 협상에 나섰다. 

'챗 GPT' 등의 생성형 AI의 발전과 함께 IT 산업에서는 생성형 AI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챗 GPT' 개발사인 오픈AI에 투자했고, 구글 역시 자체 AI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애플의 연구 성과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애플은 경쟁사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부터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030억 원)을 투자해 '챗 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초기 선점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이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통해 판도 뒤집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뉴스 콘텐츠를 활용한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주요 뉴스 및 출판사에 최소 5000만 달러(약 651억 원) 규모의 다년 계약을 제안했다. 패션 잡지 ‘보그’ 등을 발행하는 콘데 나스트, ‘피플지’를 보유한 IAC, NBC 뉴스 등이 협상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계와 출판계는 애플이 제시한 조건이 광범위하고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애플이 자체 뉴스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이들 분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일부 언론사 간부들은 애플을 시작으로 AI 기업과 언론사의 파트너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긍정적 시도도 있다”라며 “애플이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정식 계약을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오픈AI는 이달 13일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를 발행하는 독일 기반 다국적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와 뉴스 사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규모는 매년 수천만 유로 수준으로 추정된다. 오픈AI는 앞서 7월에도 AP통신사, 아메리칸 저널리즘 프로젝트 등과 계약을 맺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뉴스 및 출판사에 이러한 계약을 제시하는 이유는 최근 저작권 문제가 AI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AI는 인간이 만든 다양한 창작물을 학습한 결과물인데 반해 그동안 학습 자료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AI 기업이 저작권을 무시하고 콘텐츠를 쓸 경우 방대한 인력과 시간을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는 기업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이에 미디어 그룹들은 데이터의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콘텐츠 '제값 받기'에 나서고 있으며, 빅테크 기업들은 법정 분쟁을 피하기 위해 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콘텐츠를 사용하고자 한다.

더불어 빅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도 질적으로 무작위 데이터가 아닌 검증된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 시키는 것이 좋다. 무작위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AI를 교육시키면 비윤리적이거나 편향된 답변, 심지어 가짜 뉴스를 내놓을 가능성 높다. AI의 선거 관련 정보 중 오답률이 3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질적으로 검증된 콘텐츠를 많이 학습 시킬수록 고품질의 AI 결과물을 얻어 낼 수 있다. 고품질의 결과물은 곧 AI 기술의 신뢰도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은 여전히 저작권 지급에 미온적이다. 지난 8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네이버는 국내 뉴스 데이터 학습 방법과 방침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신문협회가 지난 15일 "생성형 AI의 뉴스 학습과 활용에 대한 대가 지급을 의무화해야 한다"라는 의견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고 제도적 개선을 촉구한 것도 AI 무단 학습 행태가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뢰받는 한국어 기반 AI를 위해서는 국내 AI 기업과 콘텐츠 기업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법적 및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또한, 국내 빅테크 기업들은 AI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를 공개하고, 뉴스 사용에 대한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AI 기술의 발전을 책임감 있게 이끄는 동시에, 저작권을 존중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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