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노래 없는 신체극...독창적 구성, 표현 눈길
기억의 단편 묘사...평범하지만 찬란한 삶에 대한 공감
김지철, 전혜주, 마현진, 송나영 등 출연
내년 1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사진='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이해하는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다. 삶과 기억의 소중함을 찬미하는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가슴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The Nature of Forgetting)은 그런 관점에서 엄청난 힘을 지닌 작품이다. 말 한마디 없이, 움직임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격하게 울린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조기치매로 기억이 얽히고 그 기억들조차 잃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시즌은 2019년 초청 공연, 2022년 한국 라이선스 초연을 잇는 두 번째 라이선스 공연이자 첫 장기 공연이다.

대사나 노래 없이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er, 신체극)다. 무대 위 네 배우는 역동적이고 섬세한 움직임으로 다양한 스토리와 감정을 그려낸다.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모호하면서도 뚜렷한 기억의 단편들을 묘사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대사를 통해 서사를 '이해하는' 장르가 아닌 눈앞에 펼쳐지는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장르다. 

말없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싶지만,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으려는 몸부림은 끝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찬란했던 순간에 대한 그리움, 잊고 싶은 고통까지. 기억을 매개로 한 공감은 뭉클하고 벅찬 감정을 끌어낸다. 삶에서 마주한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배우들은 쉼 없이 움직이며 의상을 갈아입고, 책상을 옮겨 무대를 만든다. 치밀하게 짜인 동선은 역동적으로 극을 채운다. 리와인드와 리플레이, 슬로우모션 등 다양한 방식의 템포 조절로 나름의 스펙터클함도 갖췄다. 구성 자체만으로도 독창적이고 참신한 작품이다.

음악의 영향력도 크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가 배우들의 움직임에 맞춰 다양한 리듬을 더해준다. 대사를 대신하고, 감정을 대변하는 음악. 작품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중 하나다.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사진 '네이처 오브 포겟팅' 공연 장면 / 연극열전 제공

무대 위 배우들이 흘리는 땀방울도 시너지를 발휘한다. 보기만 해도 숨이 찰 정도의 엄청난 에너지. 몸짓과 표정만으로 전하는 감정. 대사 소화 능력만큼이나 신체적 표현 역시 배우에게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한편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오는 2024년 1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된다. 톰 역 전성우, 김지철, 소피/이자벨라 역 김주연, 전혜주, 마이크 역 마현진, 곽다인, 엠마 역 강은나, 송나영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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