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년간 가동 중단
푸틴 정부의 비우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조치로 헐값 매각
중국 기업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

현대차, 러-우 전쟁으로 인해 최소 4,600억 공장을 단돈 14만 5천원에 매각 /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러-우 전쟁으로 인해 최소 4,600억 공장을 단돈 14만 5천원에 매각 / 사진 = 현대차그룹 제공

[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결국 러시아 시장 철수 했다. 최소 4,600억 원에 달하는 공장을 단돈 14만 5천 원에 매각하며  철수한 가운데 현대차가 빠진 빈자리는 중국 기업들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2010년 연간 자동차 24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건설하고 현대차 소형 세단 쏠라리스,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생산해 왔다. 전쟁 발발 전 현대·기아 자동차의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3.1%, 2021년 24%에 달했다. 

이에 현대차는 2020년 12월 연간 10만 대 생산능력을 갖춘 GM(제너럴모터스)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추가로 인수하며 현지 생산 확대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으며, 사업을 철수하지 않으면 세계 시장에서의 평판도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현대자동차는 22년 3월부터 공장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20년도에 매입한 GM 공장은 아예 가동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현지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21년도 24%였던 점유율은 22년 19.7%, 23년도는 8월 기준 2.6%에 불과했다.

더불어 한국이 러시아 정부의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돼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맞불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철수하려는 비우호국 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보복 조치를 실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철수하려는 비우호국 기업에게 현지 자산 매각 시 최소 50%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할 것과 러시아 국부펀드에 시장가격의 5~10%를 기부금 명목으로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철수 기업 자산을 압류하거나 저가에 매입하는 법안을 비밀리에 통과시켰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즈>는 푸틴 대통령이 이렇게 헐값에 매입한 기업들을 본인의 측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주 기업 하이네켄은 매수자와 매각가를 확정했음에도 러시아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단돈 1유로에 매각하게 된다. 매입자는 러시아 전 상원의원과 혼인 관계를 맺은 에어로졸 포장재 제조 재벌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유제품 제조기업 다논은 러시아의 체첸 영웅 람잔 카디로프이자 체첸 농업부 장관인 야쿠프 자크리예프가 새로운 CEO에 임명됐으며, 덴마크의 맥주회사 칼스버그의 러시아 자회사 발티카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 타이무라즈 볼로예프가 임원으로 임명됐다.

이 밖에도 자동차 회사 닛산, 르노도 각각 1유로(약 1,440원)와 2루블(당시 기준 약 40원)에 러시아 사업도 국영기업에 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감안하고 철수를 감행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자산 매각에 따른 막대한 손해와 브랜드 가치 하락, 네트워크 손실 우려 등으로 철수를 미루고 있다.

현대차가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 비해 철수가 늦어진 이유는 러시아 시장 합산 점유율 1위를 포기하기 힘들 뿐더러 다른 기업들에 비해 현지 투자 규모가 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차 제조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제품을 완전히 현지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시설들을 구축하여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소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 되며 현대차로서도 현지에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철수를 감행했지만, 지난 5월 21일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 매각 신청이 거절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이슈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결국 공장 운영 중단 1년 9개월 만인 지난 12월 19일에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현지 공장을 1만 루블(약 14만 5천 원)에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하기로 한 공장은 현대자동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과 2020년 GM으로부터 매입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두 곳이다. 2년 후 재매수할 있는 바이백 옵션(콜옵션)을 조건으로 한다.

HMMR은 현대 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공장으로 합산한 장부가액만 4,100억 원에 달한다. 더불어 GM으로부터 매입한 공장은 당시 약 500억 원을 지불하고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공장의 장부가액만 합산해도 최소 약 4,600억 원이다.

비록 바이백 조건이 붙었지만 다만 2년 뒤에도 여전히 전쟁이 지속되고 있을 시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의 평판이나 부품 수급의 문제 등으로 바이백 조건을 사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더해 재매입 시 매입 가격은 팔았던 1만 루블이 아니라 당시 시장 가격을 조건으로 한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고정비 손실만 5,500억으로 추산하는 가운데 전쟁의 영향으로 가동하지 않은 기간과 재매입할 시 부담해야 할 가격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향으로 현대차가 입을 피해는 많으면 수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미 해외기업들이 빠져 무주공산이 된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년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러시아 신차 시장 점유율은 50%가량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폐쇄적인 러시아 사회의 특성상 현대차가 단기간에 점유율을 되찾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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