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타고 대중국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경상수지가 7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여행수지 적자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월 9일 발표한 ‘2023년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40억 6,000만 달러(약 5조 3,490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지난해 5월부터 7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경상수지가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1∼7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세부적으로 ‘상품수지’는 수출이 564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0% 증가했고 수입은 494억 5,000만 달러로 8.0% 감소하여 70억 1,000민 달러 흑자를 나타냈고, 서비스수지는 여행, 기타사업서비스, 가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1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본원소득수지는 배당 수입이 줄어든 반면 분기 배당지급이 크게 늘면서 1억 5,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고, 이전소득수지는 6억 6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타고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서비스수지 중 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행수지가 12억 8,0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달인 10월 6억 4,000만 달러 적자가 한 달만에 두 배로 폭증한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13억 5,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동월 기준 가장 큰 폭의 적자다. 이로써 지난해 1~11월 여행수지 적자는 113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68억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동남아, 중국 등의 관광객이 줄어든 반면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 수가 늘어난 탓이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계기로 중단됐던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지난해 8월 6년 5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기대한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 특수는 실종됐고 그 효과도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여행 문화가 달라진 만큼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화급하다.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된 것은 엔데믹 이후 보복 소비가 끝나고 경기 불황이 불어닥치자 패션·뷰티 부문 소비가 급감하면서 내국인들의 ‘보복 여행’이 늘어난 데에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살림살이가 빠듯해도 씀씀이를 줄여 해외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내국인 출국자수가 2019년 동월대비 99% 회복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11월 내외국인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 동월대비 98% 증가한 206만 1,646명을 기록해 7월부터 5개월 연속 2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출국자 수를 2019년 12월의 234만 명 규모로 가정하면 올해 전체 출국자수는 2,260만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방한 외래객은 전년 동월 45만9,906명 대비 142.4% 증가한 111만 4,990명으로 2019년 동월의 76.6% 수준을 나타냈다. 방한 외래객은 7월 이후 5개월 연속 100만 명 이상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999만 5,040명으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 명을 조금 넘겼다. 해외로 떠난 이들이 2배나 더 많으니 여행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낸 것은 당연하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콘텐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관광 수요로 끌어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가 관광대국 도약을 내걸고 대대적으로 벌이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캠페인이 무색할 지경이다. 문제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고 이런 단발성 이벤트로 여행수지의 기조적 적자 흐름을 바꿀 수 없다. 한국의 관광 매력도를 높이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요국 관광산업 경쟁력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종합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80위에 그쳤다. 관광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데다 바가지요금도 여전하다. 이러니 제주 대신 일본이나 베트남을 찾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역 경제의 내수 활력을 살리기 위해서도 관광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가 필수다. 서비스산업은 전체 고용의 70%. 부가가치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일구고 있는 중추 산업이다. 무엇보다도 관광산업의 거대한 변화인 ‘융복합화’에 기회가 올 수 있다. 외국인 무작정 찾아들기를 마냥 기다리는 ‘천수답관광’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이들을 묶음으로 세팅하여 융합의 시너지를 만들고 이를 국제 관광시장에 마켙디을 해야한다. 재외공간에 관광마케팅센터를 두고 홍보에 주력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특히 의료관광은 체류 기간이 길고, 체류비용도 커서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중국 단체 관광객이 감소한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도 이를 외국인 관광유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뿐만 아니라 가슴이 아프다. 우리는 경쟁력 높은 의료 서비스와 저렴한 진료비, 짧은 대기시간을 갖춘 만큼 ‘아시아 의료관광 허브’가 될 수 있는 잠재력만큼은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보건과 미용 등을 결합한 ‘웰빙 관광’, K푸드 명소를 연결하고 융합하는 ‘먹거리 관광’에서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외국인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규제 개혁이 화급한 이유다.

지금 지구촌 곳곳은 K팝은 물론 콘텐츠, 뷰티, 음식 등 K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름도 없던 한국 김밥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 드라마 인기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화장품, 세계 게임마니아들의 e스포츠 성지로서의 K매력이 하나둘이 아니다. 단군 이래 처음이라는 이런 호재를 살리지 못하는 건 아쉽다. 정부는 올해 2,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인데, 지난해 대비 2배나 많은 관광객을 오게 하려면 지금처럼 안이한 태도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중국 관광객은 과거 단체 관광 위주에서 젊은 층 위주의 개별여행이 많아지는 추세다. MZ세대의 여행을 즐기는 방식과 취향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온라인 플랫폼인 SNS에 올릴 관광상품을 위한 맞춤형 섬세하고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관광 전략을 짜는 데도 젊은 층이 참여해야만 실효성 있는 양질의 고품격 관광상품을 창출할 수 있다.

SNS 영향력이 절대적인 시대에 더 안전하고 조심스러운 관광객 대응은 당연한 필수다. 사전 전자여행허가(K-ETA)를 신청했다가 승인받지 못하거나, 도착 후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귀국하는 사례가 늘자 다른 곳을 찾은 이들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최근 태국 관광객이 입국이 거부됐다며 SNS에 올리면서 한국 관광 보이콧 움직임까지 이는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를 방증한다. 현지 매체 ‘더 네이션’은 지난해 11월 27일 ‘사랑에서 증오로? 태국인들이 한국에 등을 돌린 이유’라는 제목 기사에서 ‘한국 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가 3만 2,000개로 태국 엑스(X│옛 트위터) 트렌드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부정적 메시지의 치명성은 전후 사정을 따지기도 전에 일어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관광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중동 등 관광시장 다변화도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외국 관광객 유치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보복여행’ 급증에 따른 여행수지 적자가 갈수록 태산이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국내 관광산업 진흥에도 더욱 정려해야만 하는 화급한 과제다.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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