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 근처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540개소를 새로 추가 설치하고 민간·가정어린이집 대상 ‘영아반 인센티브’ 지원사업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월 1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안정적으로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필요한 곳에 어린이집을 늘려나갑니다”란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은 총 2만 8,954개소로 2022년 12월 말 기준 3만 923개소보다 1년 새 무려 1,969개소나 줄었다. 전국 어린이집은 매년 2,000여 개소씩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정부가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감소를 막기 위해 ‘영아반 인센티브’를 신설했다. 0~2세 영아반이 정원에 못 미쳐도 보육교사의 인건비를 줄 수 있도록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영아 육아에 있어 핵심적 기능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이 줄폐업하면서 부모가 고통받는 실태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다. 어린이집의 감소 추세를 보면 영아를 둔 부모의 육아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는 현실을 실감케 한다. 지난 1월 5일 올린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시스템통계 ‘2023년 12월 보육사업통계’에 따르면 2012년 말 4만 2,572곳이던 어린이집은 2016년 말 4만 1,084곳, 2017년 말 4만 238곳, 2018년 말 3만 9,171곳으로 3만 곳대로 줄어들더니 2019년 말엔 3만 7,371곳, 2020년 말엔 3만 5,352곳, 2021년 말엔 3만 3,246곳, 2022년 말 기준 3만 923곳으로 줄더니 급기야 2023년 말엔 2만 8,954곳으로 쪼그라들면서 2만 곳대로 급감하는 등 근년에 들어선 매년 2,000곳 이상씩 줄고 있다. 그야말로 초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길게 생각할 필요없이 2022년말과 2023년 말 1년새 통계만 봐도 2022년말 전국 어린이집은 3만 923개에서 2023년 말 2만 8,954개로 무려 1,969개나 줄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5,801개에서 6,187개로, 직장 어린이집의 경우 1,291개에서 1,308개로 증가한 반면, 가정 어린이집은 1만 2,109개에서 1만 692개로, 민간 어린이집은 9,726개에서 8,886개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은 1,254개에서 1,206개로 각각 감소했다. 저출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어린이집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데, 2019년 말 3만 7,371곳과 2023년 말 2만 8,954곳을 비교하면 불과 5년 사이 22.52%인 8,417곳이 문을 닫았다. 어린이집 5곳 중 1곳 이상은 5년 이내에 사라졌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 ℓ 15~49세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2018년 0.98명으로 1명대가 무너진 뒤 감소세를 이어가 2022년 기준 0.778명으로 내려왔고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까지 추락했다. 영아가 줄어드니 어린이집은 운영난에 무너지고 부모는 집 근처에 아이를 맡길 곳이 사라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번 정부 지원책이 어린이집 붕괴를 막는 데 다소 도움은 되겠으나 저출산 흐름이 야기하는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가기엔 역부족이다.

통계청 집계를 정리해보면, 연도별 출생아 수는 2012년 48만 4,600명에서 2017년 35만 7,800명으로 처음 30만 명대로 내려왔다. 2018년 32만 6,800명, 2019년 30만 2,700명으로 더 줄었다. 2020년 27만 2,300명으로 처음 20만 명대로 감소했고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9,2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는 아동은 2018년 이후 출생한 아동이다. 출생아 수가 3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진 영향이 직접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2019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5년간 어린이집 8,417곳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찾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육수요와 공급 등 지역의 특수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올해 총 540곳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신축·매입방식보다 기존 건물 435곳을 리모델링하여 유연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비율은 2020년 20.3%에서 매해 늘어나 지난해에는 28.3%까지 올랐다고 한다.

저출산의 여파는 가정 어린이집부터 찾아왔다. 2019년말 1만 7,117곳이었던 가정 어린이집은 2023년 말 1만 692곳으로 무려 37.53%인 6,425곳이나 급감했다. 가정 어린이집은 주로 0세나 1세의 아주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출산율이 줄면 이곳부터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가정 어린이집보다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도 같은 기간 1만 2,568곳에서 8,886곳으로 무려 29.29%인 3,682곳이나 대폭 줄었다. 정부는 이 기간 국공립 어린이집을 2019년말 4,324곳에서 2023년 말 6,187곳으로 43.08%인 1,863곳이나 늘렸지만 쪼그라드는 ‘보육 인프라’를 유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분주히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렸지만, 기존에 있던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감소추세가 급격한 가정 어린이집, 민간 어린이집,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등은 0~2세 영아반 원아 모집난에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영아반 폐지 또는 폐원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감안하여 올해부터 민간·가정 어린이집 0~2세반의 경우 현원이 정원의 50% 이상이면 부족한 인원만큼 기관보육료를 추가 지원한다. 0세반은 1명당 62만 9,000원, 1세반은 1명당 34만 2,000원, 2세반은 1명당 23만 3,000원씩 지원한다. 저출산 현상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최우선해서 보육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육 인프라 부족이 아이를 낳는 데 걸림돌이 되어선 결단코 안 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가까운 거리의 어린이집이 부족하지 않도록 유지·확충해 나가려는 보건복지부의 의지와 자세 그리고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영아반 인센티브’ 지원사업 추진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하고 있어 2025년 합계출산율은 0.65명까지 떨어질 전망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런데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명은 이의 2.7분의 1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인 1.58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경까지 추락하는 등 효과가 없자 백약이 무효라는 개탄의 목소리와 함께 엉뚱한 곳에 돈을 썼다거나 대책이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예산을 물붓듯 쏟아부으며 저출산 대책을 추진했으나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징후가 나타난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은 사상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2024학년도 취학 대상 아동은 41만 3,056명이지만 실제 학교에 입학하는 인원은 최근 10년간 초등학교의 취학률이 94~96% 수준이라는 교육통계를 적용하면 올해 초등 1학년 입학생은 39만 명 선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2004년 65만 7,000여 명에서 20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산 대책에 활용하자는 발상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17개 시·도 교육청에 들어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산 대책에 활용하자는 발상이 그중 하나다. 2023년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60개교로 늘어났다. 2000년도 전국 초중고교의 학생 수는 800만 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528만 명으로 4년 새 무려 272만 명이나 줄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학생 수와 무관하게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고 있다. 세수가 늘수록 교부금의 규모도 커지고 있으나,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돈이 남아돈다. 2022년 이 교부금의 규모는 76조 원이었지만 다 못 쓰고 2023년으로 넘어온 예산이 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세금의 무려 5분의 1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육에 들이붓는 이유는 교육이 나라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생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지난해 초·중·고생 1명당 1,207만 원이었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8년 뒤인 2032년엔 3,039만 원으로 치솟게 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도 있다.

저출산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는 곳이 교육계다. 올 입시에서 교육대학 수시모집 미충원 인원이 급증한 것이 한 예다. 학생 수가 줄지 않아야 교육 여건과 인프라를 양호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저출산을 위해 쓰자는 얘기만 나오면 시·도 교육감들은 강하게 반발한다. 교부금이 남아돌아 흥청망청 쓰는 실태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로도 드러났다. 낭비된 교부금이 조 단위에 이른다. 이를 저출산 대응에 투입해 학생 수 감소를 저지할 수 있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교육 대책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교육교부금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데 있다. 더 답답한 문제는 사교육비가 지속해 늘어나면서도 학생들 역량이나 학문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022년도 초·중·고 학부모들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25조 9,53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도 23조 4,158억 원보다 무려 10.8%가량 늘어난 결과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무엇을 위해 이런 낭비와 고통을 자초해야 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게 된다. 공교육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 한 세계 최고의 교육열에 불타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교육 개편과 질적 우위에서 찾아야 한다. 학원보다 학교가 정규 교과 내용을 더 잘 가르치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절대 근절될 수 없다.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공감성을 높여야만 한다. 이제는 ‘리셋(Reset)’ 수준 발상의 대전환으로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케 될 뿐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연간 80조 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현재의 0∼7세에서 0∼17세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더욱이 ‘유보(영유아 교육·보육) 통합’으로 어린이집 역시 교육부·교육청의 소관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어린이집 지원을 포함한 다각도의 저출산 대책에 적극 투입하는 편이 교육 전반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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