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고 고용률에도 제조업과 청년층 취업자 수는 줄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제조업 취업자 수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이 처음으로 20대 이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1월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는 2,841만 6,000명으로 전년 2,808만 9,000명보다 1.2%인 32만 7,000명이나 늘어나 3년 연속 증가했다. 또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62.6%로 전년 62.1%보다 0.5%포인트 올랐다.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라고 한다. 실업률도 2.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떨어져 이 같은 지표만 본다면 고용 상황은 ‘화려한 장밋빛’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14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는 59만 9,000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5만 1,000명이나 증가했다. 하지만 29세 이하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3만 3,000명 감소한 55만 5,000명으로 집계된 데다 20대 이하는 3만 3,000명 줄어든 55만 5,000명이었다. 제조업에서 60대 이상 취업자가 20대 이하보다 많은 건 2014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고령화 영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최근 10년 동안(2014〜2023년)의 제조업 취업자의 연령대별 변화를 보면 5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늘었지만 40대 이하는 줄어드는 양상이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제조업 취업자는 2014년 23만 1,000명이었던 것이 2023년 59만 9,000명까지 무려 159.3%인 36만 8,000명이나 늘었다. 하지만 15~29세 청년 취업자는 9만 8,000명 급감했고 ‘경제 허리’라 볼 수 있는 40대 취업자는 5만 4,000명이 줄었다. 60세 이상 고령자 일자리가 36만 6,000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제조업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연령대 비중도 같은 기간(2014〜2023년) 5.2%에서 13.4%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제조업 인력이 늙어가는 것은 인구 고령화와 청년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제조업 현장을 피하게 되면서 신규 채용이 어려워지고 기존에 일하던 근로자가 은퇴 시기가 되어도 계속 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바로 아래 50대도 종사자가 같은 기간(2014〜2023년) 103만 6,000명에서 108만 4,000명으로 4.6%인 4만 8,000명이 늘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제조업은 청년들의 취업 선호도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20대가 가장 많이 취업하는 업종은 제조업이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숙박·음식점업’등 서비스업에 그 위치를 내줬다. 제조업 현장에선 일손이 부족해 아우성들인 데 청년들은 서비스업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36만 6,000명 늘었다. 증가한 일자리 32만 7,000명 중 고령층 일자리를 제외하면 오히려 3만 9,000명 감소한 셈이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전년보다 9만 8,000명 줄었고, 40대는 5만 4,000명 줄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의 ‘직격탄’을 이들이 맞은 셈이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도 4만 3,000명 줄며 2020년 5만 3,000명 준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처럼 제조업 고용 회복이 더딘 것은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장기화와 내수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로 인한 강달러 현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2개의 전쟁으로 공급망 장애까지 발생한 탓도 없지 않다. 정부는 청년과 여성, 중장년 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미래 성장 동력인 제조업 고용이 활기를 되찾으려면 기존의 고용정책 전반을 뒤돌아보고 이를 재편하려는 노력과 함께 청년고용과 제조업 고용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는데 인식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제조업 고령화 속도는 미국, 일본과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빠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1년 39.2세였던 한국의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2021년 43.0세로 3.8세나 높아졌다. 같은 기간(2011〜2021년) 일본은 41.6세에서 43.1세로 1.5세 느는 데 그쳤고 미국은 44.1세에서 44.2세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제조업 현장에서 청년 인력이 부족해지면 기술 전수와 노하우(Knowhow) 축적이 어려워지고 산업의 역동성마저 위축될 소지가 클 뿐 아니라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는 등 제조업 경쟁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은 한국 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기간 산업이다. 제조업이 흔들리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저성장 탈출도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업구조 재편과 구조 개혁을 통해 제조업의 첨단화에 가일층 속도를 높이고,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어 제조업 분야에서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 좋은 고(高) 선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무엇보다 연령별‧산업별 양극화 심화로 인해 우리 경제의 주(主)동력인 청년층 고용과 제조업 일자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국가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