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올드보이들 복귀 선언, 22대 총선에 출사표 던져
여당 '김무성·이인제·심재철', 야당 '박지원·정동영·이종걸' 등 출마
"연륜으로 이끌어야" VS "인적쇄신 필요, 세대교체 역행" 팽팽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15일 부산시의회에서 제22대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이 15일 부산시의회에서 제22대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화뉴스 최은서 기자] 불출마, 낙천, 낙선 등 제각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정치인들이 22대 총선을 통해 중앙 정치무대로 복귀하기 위한 준비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직에서 물러났던 정치인 대부분이 과거 지역구를 기반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어 '선배' 정치인과 자당 '후배' 정치인이 현직, 신인으로 맞붙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번 22대 총선으로 복귀전을 치르고 하는 전직 정치인들이 늘어나면서 여야 막론 치열한 공천 경쟁이 전망된다.  

먼저 여권에서는 김무성(73) 전 의원이 7선에 도전에 나섰다. 국민의 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전 의원은 지난 15일 부산 중·영도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의원은 15~18대, 19~20대 때에 각각 부산 남구을에서 4선, 부산 중·영도에서는 2선 당선된 바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부산 중·영도 지역구에서 현역으로 있는 황보승희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국민의 힘을 탈당하고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중·영도 지역구에는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박성근 전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이재균 전 의원,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이 등이 국민의힘 공천을 바라는 상황이다. 

'상향식 공천주의자'로 알려진 김 전 의원은 컷오프(공천 배제) 가능성에 대해 "나이가 많다고 컷오프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특정인을 찍어서 낙하산을 해선 안 된다",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강한 출마 의지도 피력했다. 

현역으로 다시 복귀하게 된 동기에 대해 김 전 의원은 "후배들이 잘한다면 제가 이런 일을 벌이면 안 되겠지만, 너무나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섰음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이인제(76) 전 의원도 7선을 노리며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해당 지역구 또한 국민의 힘 소속 예비후보만 9명에 달해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심재철(66) 전 의원도 직전 지역구인 경기 안양동안에서 6선 도전에 나섰다. 

최근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황우여(77) 전 의원은 5선에 사회부총리를 지냈으며, 인천 연수 지역에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다음으로, 야권에서는 박지원(82) 전 국가정보원장이 전남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선언했다. 대표적인 시니어 정치인인 박 전 위원장은 고토회복에 나선 인물이다. 현재 해당 지역은 민주당 윤재갑 의원이 현역으로 지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주중엔 서울에서 방송 출연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주말에 지역구에 활동하며 5선 당선을 위한 민심 확보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정동영(71) 전 통일부 장관도 전북 전주병에서 5선을 노리고 있다. 정 전 장관은 4선 의원, 17대 대선 후보까지 활동했다. 현재는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 검증을 통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지역 현역의원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과는 세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선 정 전 장관이, 21대 총선에선 김 의원이 각각 당선되었다. 

이종걸(67) 전 의원은 과거 5선 의원 출신에 당 원내대표를 지냈으며, 지난달 '정치 중심지'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6일 종로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며 유권자를 만나기도 했다. 종로 현역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다.

추미애(66) 전 법무부 장관은 출마 지역을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장관의 출마 예상 지역은 5선 의원 출신으로 지냈던 서울 광진을 또는 인근의 광진갑이 예측되나 종로와 용산, 동작을 등 수도권의 여러 지역을 열어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 광진을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며, 광진갑은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현직에 있다.  

추 전 장관은 최근 라디오 방송을 통해 주변으로부터 출마 요구를 받고 있다고 밝히며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의 최전선에 제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등판을 해 주면 떠난 지지층의 민심을 회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높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지낸 노영민(67) 전 실장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출마를 준비 중이며 당내 검증을 통과했다. 현재는 국민의 힘 정우택 의원이 현역에 머물러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전주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4월 총선에서 전주병 선거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김무성 전 의원, 이인제 전 의원, 심재철 전 의원,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여야 관계없이 일선에 물러났던 정치권 '올드보이' 들이 22대 총선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현 정치권은 여야 모두 미래를 위한 경쟁에 주력해 다선 중진 의원들에 대한 세대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에서 물러났던 정치인들의 복귀가 신인 정치인의 진출을 가로막는 역할은 한다며 부정적인 시선도 다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현해 올드보이의 귀환에 대해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게 지금 정치의 시대적 과제다. 몇 선씩 하셨던 분들이 다시 나서는 거는 퇴행이죠" 말하기도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무성 전 의원 출마와 관련, “정치 원로라는 분이 불출마 번복의 명분으로 후배 탓만 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정치권의 흐름과 대조되는 '올드보이' 들의 복귀 행보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경험이 많은 올드보이 정치인의 복귀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정치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올드보이'들의 연륜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한, 세대교체로 젊은 정치인들이 늘어가는 가운데 이들을 잘 이끌어줄 경험이 많은 정치인들의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인적 쇄신을 해야 하는 정치권에서 '올드보이'들에 대해 출마 자제를 권고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여야 모두 전직 정치인들의 출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대해 어떤 노선을 취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