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진=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3년 12월 초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에 사회복지협의회의 설치근거를 명확히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현재 228개 지자체 중 166개 시군구에 사회복지협의회가 설립돼 있으나 법 시행 후에는 나머지 62개 시군구에도 사회복지협의회가 설립되게 되었다.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 설립이 법제화되어, 중앙 단위에서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우리나라의 민간복지전달체계로서 전 국민의 참여를 통한 사회복지 소외계층 발굴 및 민간사회복지자원과의 연계, 협력,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내에서 민간복지자원 플랫폼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즉,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과 지역복지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복지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고 민간복지 안전망을 확충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동안 약자들의 지원이라는 소극적 의미의 복지 개념을 넘어서서 재난재해, 환경, 교통, 문화 및 교육, 보건 및 디지털 등 사회 제반 분야의 문제를 지역사회 주민이 중심이 되어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플랫폼의 기능도 담당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야말로 ‘지역사회 자급자족형 복지플랫폼’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민간자원 플랫폼기능과 소극적 복지를 넘어선 지역사회 복합적 문제해결기능을 갖춘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가지 주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는 민간자원의 가장 중요한 역량인 자원봉사활동 및 사회공헌활동의 참여창구를 일원화하여 지원대상 및 활동 영역을 대폭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 자원봉사활동이 자원봉사센터(포털 1365)와 사회복지조직(VMS)으로 양분되어 운영되었던 것을 협력체계로 구성하여 민간자원인력 플랫폼기능을 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현재 관직영 혹은 지자체가 설립한 법인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자원봉사센터를 시군구복지협의회가 민간위탁받아 운영하는 형태를 제시해 볼 수 있다. 관직영으로 운영되는 자원봉사센터는 비전문화 및 정치성으로 이미 많은 문제들을 야기해왔고, 지자체가 법인형태로 설립하여 운영되는 자원봉사센터는 센터장의 정치화, 자원봉사자 개인정보 유출, 운영의 관변화 등으로 그동안 언론지상에 법적 사건으로까지 확대되어 질타를 받아왔다. 즉, 현재 시군구 자원봉사센터가 자발성, 자율성, 민주성, 독립성, 전문성을 강조해야 할 자원봉사조직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운영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자원봉사활동의 노하우를 갖고 있으면서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자원봉사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복지분야 민간자원봉사조직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게 되면 이러한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지역사회 내 다양한 후원, 모금 등 재정지원 참여창구를 일원화하여 활성화하는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공동모금회의 시군구지회 기능을 하는 조직이 없어 모금 후 배분에 있어 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사회의 모금을 특정 지역에서 사용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가 공동모금회 시군구 지회라고 할 수 있는 민간후원플랫폼기능을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전국민 후원자되기캠페인’과 같은 사업을 통해 누구라도 손쉬운 기부가 지역사회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푸드뱅크 혹은 푸드마켓, 착한식당 등의 민간물품기부 플랫폼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 때 푸드뱅크나 푸드마켓, 착한식당 등은 저소득 가구뿐만 아니라 재난재해 및 위기가구를 대상으로 확대하고 1인가구를 위한 소규모 상품지원도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푸드뱅크사업이 특정 복지기관이나 지역중심으로 진행되어 지역편파적인 운영이 부분적으로 진행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자체의 푸드뱅크나 푸드마켓 사업도 지역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시군구복지협의회가 위탁운영한다면 민간자원의 중추적 역할인 자원봉사와 더불어 더 큰 역량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사회 케어매니지먼트의 기능으로, 개인 및 가족이 처해있는 여건과 특성, 그리고 희망사항에 적합한 케어서비스제공기관 및 시설을 찾아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건강관리공단에서 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본인이나 가족들 각 개인들이 검색과 수소문을 통해 케어서비스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공 및 민간의 다양한 서비스제공기관과 시설들의 총괄적 정보플랫폼을 구축하고, 상담 및 진단, 연계 및 관리, 평가까지 포함하는 지원기능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 인력들과 자원봉사관리사, 모금전문가 등 민간자원 활용인력들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 및 훈련사업, 조직화사업에 힘을 써야 한다.

이러한 사업들을 제대로 추진하는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추진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지자체에서는 민간자원을 활용하여 운영되고 있는 사업들을 모아 시군구복지협의회에 총괄적으로 위탁운영하게 함으로써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자체에서는 이제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유사한 기존 조직에 대해 조직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모금배분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시군구 복지재단의 경우에는 연구기능이나 정책기능에 더 초점을 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모금배분 기능은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에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도 사무국을 두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형태라면 본래 협의체의 기능인 협의와 조정의 기능, 관민협력사업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민간중심의 실제 사업수행은 시군구복지협의회가 업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업무에서도 케어매니지먼트 부분의 이관과 역할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개정 등의 추가적인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가 민간자원 플랫폼 기능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차원의 민간자원 정보망 구축을 시급하게 구축해야 한다. 공적 온라인복지정보망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행복이음에 민간복지정보를 더 추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취약계층 및 케어대상자들에 대한 사례관리 및 서비스제공기관과 수혜자들의 연계과정이 지속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 및 민간의 정보들이 신속하게 상호교환될 수 있을 때 위기가구 발굴 및 사각지대 서비스 지원이 맞춤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넷째,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는 민주적, 비정치적 그리고 비관료적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조직 운영 관련된 예산에 대해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지원은 하되, 지나친 간섭을 피해야 할 것이다. 민간조직으로서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직은 회원들의 자발적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정관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며, 회장은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임되어 행정적 정치적으로 독립되어야 하고, 사무국을 통해 전문적 업무수행이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군구사회복지협의회에 의한 자원봉사센터, 푸드뱅크, 마을만들기사업, 커뮤니티케어사업들의 수행방식은 이미 오랜 기간 정착하여 그 성과를 내고 있는 일본의 시정촌사회복지협의회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서
자원봉사론 2판(2018),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2021)
사회복지실천기술론 3판(2021)
청소년복지론 2판(2020)
아동복지론(2018)
그래서, 그래도 말단이고 싶다(2021)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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