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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사 부영그룹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내놓은 저출생 지원책 중 1억 원의 파격적인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부영그룹이 최초다. 지난 2월 5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출산 가정에 현금 1억 원을 지원하는 장려책을 소개하며 “이제 인구 유지가 과제인 시대입니다. 국가 안보와 질서유지를 위해서도 인구 확보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출산장려안을 내놓았고 추후 세 아이를 가지면 주택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이런 노력들이 모여 (합계출산율이) 1.5명까지 늘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월 5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진행된 시무식에서 2021년 1월 이후 자녀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출산장려금 1억 원씩 총 70억 원을 지급했다. 쌍둥이, 연년생 등 자녀 2명을 낳은 직원들에게는 각각 2억 원씩을 지원했다. 이중근 회장은 “해당 정책을 앞으로 계속 운영할 것”이라며 “국가로부터 토지가 제공된다면 셋째까지 출산하는 임직원 가정은 출생아 3명 분의 출산장려금이나 국민주택 규모의 영구임대주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제도’ 외에도 ▷자녀 대학 학자금 지급, ▷직계가족 의료비 지원, ▷자녀 수당 지급 등의 굵직굵직한 복지제도를 운영 중이다.

젊은 부부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일자리, 교육, 주택, 돌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 있지만 가정 큰 이유는 결국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예쁜 아이도 갖고 덤으로 1억 원을 지원받은 직원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 가는 가히 짐작해보기에도 충분하다. 아이 키울 맛이 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중근 회장은 “대한민국은 현재의 출산율로 저출생 문제가 지속된다면 20년 후 국가 존립의 위기를 겪을 것”이라며 “저출생에는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일과 가정생활 양립의 어려움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만큼 파격적인 장려책을 도입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최대 도전 과제가 된 가운데 개별 민간기업이 이런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환영받기에 충분하고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다. 부영 외에도 최근 직원 출산장려금을 도입하거나 증액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의 선의(善義)가 세금 문제에 걸려 훼손될 처지에 놓였다. 출산장려금에 대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세금을 더 내는 것과 같은 불이익을 겪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영의 파격적 출산장려책이 다른 민간기업들로 확산되기에는 걸림돌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세금이다. 실제로 부영은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어떻게 지급할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회사가 직원에게 1억원을 주면 ‘보수’가 된다. 가령 연봉 8,000만 원의 직원이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게되면 소득이 올라가 높은 소득세율(1억 5,000만 원 초과시 누진세율 38%)을 적용받게 된다.

부영그룹의 경우 직원이 출산장려금 1억 원을 받으면 ‘보수’가 급등하게 되어 누진세율이 적용돼 세금을 떼고 나면 6,000만 원 정도만 손에 쥘 수 있다. 이에 따라 부영이 선택한 방법은 직원 자녀에게 1억원을 ‘증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수령자가 증여세 10%만 내면 된다. 직원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회사는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외려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 현행 세법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지급해도 기업과 직원이 모두 세금 부담을 덜 수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이중근 회장은 그간 구상해온 ‘출생장려금 기부면세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2021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개인이나 법인이 3년간 1억 원 이내로 기부하면, 지원받은 금액을 면세 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게도 기부금액만큼 소득·법인세 세액 공제 혜택을 주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시말해 출산장려금을 면세 대상으로 하고, 기부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자는 게 요지로 2021년 1월1일 이후 주민센터에서 확인된 출생아에게 1인당 1억원 이내로 기부할 때 수령한 금액은 면세대상으로 다른 수입금액과 합산 과세하지 않게 하고 개인 기부금액은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대상으로, 법인 기부금액은 법인 소득공제를 대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이중근 회장은 “이런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금 모으기 운동’처럼 저출생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영그룹은 “면세공제 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출산을 알게 된 친족, 이웃, 지역, 학교 연고자, 기업 등이 출산 가정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이 출산직원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하고 법인세를 공제받게 되면 최고 한도 1억 원씩이라도 기꺼이 기부할 수 있게 되고 이처럼 실질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중근 회장은 이와 함께 저출산과 연계한 민간임대주택 정책 변화도 제시했는데 “현행 민간임대주택 제도는 임대와 분양의 성격이 혼재된 분양 대기 임대주택제도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거주만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건설에 민간을 참여시켜 주택시장을 영구임대주택 30%와 소유주택 70%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1월 3일 국토연구원은 ‘저출생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첫째 아이를 낳을 때는 주거비부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둘째 아이부터는 사교육비 영향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는 만큼 저출산 해결에 국가 진운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이중근 회장의 제안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출산율이 급감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급감으로 2020년대에는 경제성장률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2.61%에서 올해 1%대로 추락한 데다 앞으로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일본의 경제지인 ‘머니1’의 지난해 11월 13일‘한국은 끝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는 ‘피크 코리아(Peak Korea)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저출산 추세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인구 문제가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로 치달으며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2023년 기준 0.72명에서 올해는 0.68명, 내년에는 0.65명으로 계속해서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CNN은 “한국의 가장 큰 적은 낮은 저출산”이라고 보도했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교수 ‘조앤 윌리엄스(Joanne Williams)’는 지난해 7월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 한 말을 듣고 놀라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머리를 부여잡았고, 인구학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는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에서 사라질 첫 번째 나라가 되고 있다”고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온갖 정책을 발표하고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을 썼다지만 아이 키우는 젊은 부부들은 체감하지 못한 채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기업들이 억대의 목돈으로 출산장려금을 준다면 분명 마중물이 되어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집값이나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해결해 출산을 촉진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 넣고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다. 긍정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다면 출산장려금에 대한 세금 감면은 세수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문제를 겪은 서유럽 사례를 봐도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모처럼 기업의 자발적인 저출산 대책 추진을 정부는 그냥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출산장려 제도를 운용 중이거나 운용하려는 기업에 적극적인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부영그룹의 통 큰 지원책이 타기업들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이제라도 기업들의 출산장려지원금에 대해 폭넓은 세제 혜택을 서둘러 검토하고 조속히 반영해 제2, 제3 부영그룹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역임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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