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재난이나 위기가 다가오면 가장 심각한 어려움을 놓이게 되는 사람들이 복지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지원 등 이미 지원을 받고 있지만 생계·안전·의료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가족으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저소득 조손가정,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1인 중장년 및 청년가구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열악한 반지하나 고시원, 공용 화장실, 역이나 터미널, 공원, 창고, 토굴, 움막과 비닐하우스 등에서 생활하는 비정형거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대상자를 발굴, 지원함으로써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일시적인 생활불편사항을 신속하게 지원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인권을 지키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긴급복지지원법을 통해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의 발생을 예방하고 발빠른 지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 1회 이상의 정기적 전 지역주민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긴급복지지원제도 조차 신청을 기피할 만큼 위기와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그래서 자존심을 짓밟는 그릇된 행정으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챙기는 역할에는 부족함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탈북여성의 고독사가 뒤늦게 발견되었을 때 이미 공무원은 다섯차례나 이 여성을 위기가구로 선정했고, 위기가구로 인지했지만 죽음을 막지 못했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는 행정의 공적시스템이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우선하고 실거주자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이 작동은 했지만 그 시스템 안에 또 사각지대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직접 발굴하겠다며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전국 읍·면·동 단위로 확대해왔지만, 방문형 서비스연계와 통합사례관리, 자원관리 등 전문성과 현장경험 노하우가 응축된 인력인력의 증원이 쉽지 않았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모두 찾는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인력 대신 빅테이터나 AI시스템을 아무리 늘려도 현장 찾았을 때 입력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행정매뉴얼에 의한 전문인력의 판단이 필요했다.

이러한 행정적 공백을 채우면서도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복지사각지대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는 민간인력의 투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한정된 정부의 재원과 인력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제반 공공서비스,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와 부실한 사회안전망을 대체 또는 보충, 보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복지사각지대의 사람들이 발굴되면, 정기적인 사례회의와 사례공유, 서비스 의뢰 및 연계,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한 복지정보 안내 및 말벗, 반찬나눔 및 일상생활 지원서비스 제공 등이 진행된다. 최근 새롭게 취약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고립은둔 청년 및 보호종료아동 등 신취약계층에 대한 발굴 및 지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서지원서비스도 가능하다.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살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관심과 노력에 의해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해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원봉사활동 참여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자원봉사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 비해 반토막으로 수준(8.7%)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참여율이 떨어졌고, 교육부의 대입공정성 강화조치로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이 급속하게 감소했다. 청소년들과 함께 참여하던 학부모봉사단, 가족봉사단 활동이 줄어들면서  급기야 모금액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봉사활동 참여율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사회의 ‘사각지대 해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육성 및 활성화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긴급복지지원 시스템 강화 같은 정부 차원의 대책과 더불어 장기적 예방차원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듬으며 공동체 회복을 통해 사회적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누구라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긴급구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복지시각지대 해소를 이끄는 가장 핵심적 민간자원이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저서

자원봉사론 3판(2024), 
인간행동과 사회환경 3판(2022),
사회복지실천기술론 3판(2021)
청소년복지론 2판(2020)
아동복지론 2판(2023)
그래서, 그래도 말단이고 싶다(2021)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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