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햄프슨, 서울시향 연주회 특별성있고 풍성하게 만들다!"

공연일시: 328()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미국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69)이 서울시향 연주회를 특별성있게 만들고 풍성하게 했다.

지난 주말 있었던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토머스 햄프슨 정기연주회와 2024 서울시향 실내악 시리즈 II, 브람스와 브루흐에 출연해 브람스의 네개의 엄숙한 노래를 부른 미국 출신의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얘기다.

레스피기의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등 로마 삼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KBS교향악단 800회 연주회가 협연자 소프라노 조수미의 급성 후두염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도니체티의 <연대의 딸>모두가 알고 있지등의 레퍼토리로 축소된 것에 반하면 말러와 브람스의 가곡들에서 햄프슨의 역할과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이런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은 사실 서울시향 연주회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의 연주로만 꾸며졌다면 평범한 연주회에 그쳤을 텐데 토머스 햄프슨이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대신 오랜만에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일부 성악곡과 이틀후 햄프슨이 실내악시리즈에 출연해 브람스의 네개의 엄숙한 노래로 바리톤의 품격을 보여주며 서울시향의 연주회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바리톤의 품격을 새로히 보여주며 서울시향의 연주회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현역 세계 성악계의 베테랑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사진 서울시향)
바리톤의 품격을 새로히 보여주며 서울시향의 연주회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현역 세계 성악계의 베테랑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 (사진 서울시향)

말러 교향곡들의 매력 못지않은 말러 가곡집들의 매력 새삼 발견한 시간

토머스 햄프슨은 80개가 넘는 오페라 배역을 노래했고 170장 이상의 음반을 녹음한 세계 주요 클래식 무대에 서는 현역 성악계의 베테랑 바리톤이다.

첫날 서울시향과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라인강의 전설에서 달콤한 목소리로 시작하던 것과 달리 이틀후 IBK챔버홀에서 열린 실내악 시리즈 브람스의 네개의 엄숙한 노래에서 꽉찬 비중있고 포효하는 햄프슨의 바리톤 성량을 들으면서 햄프슨이 소규모 챔버홀에 강한 대규모 콘서트홀보다 런던 위그모어홀 같은 작은 챔버홀이 더 어울리는 성악가라는 생각을 새삼 해봤다. 햄프슨이 부른 말러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중 다섯곡의 가곡을 들으며 한폭의 연결된 그림화가 연상되어 말러교향곡들의 매력 못지않은 말러 가곡집들의 매력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말러는 독일의 낭만파 시인인 아르님과 브렌타노가 수집한 민요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발췌한 노래에 1888년과 1900년 사이에 곡을 붙여 동명의 가곡집을 만들었다. 슈만, 브람스, 볼프, 슈트라우스, 쉔베르크등 많은 작곡가들이 이 민요시집의 가사에 곡을 붙였으나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말러가 단연 앞선다는 것이 음악학자들의 지적이며 그 가곡들은 말러의 초기음악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말러는 특이하게도 가곡을 다른 가곡이나 교향곡에 인용하는 일이 잦은데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는 교향곡 제 2, 3, 4번에서 전용하고 있는 바, 이들이 뿔피리 교향곡이라고 불리워지기도 한다.

첫 번째 가곡모음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에 비해 내용이나 작곡기법이 크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데 특히 각 노래마다 가사의 내용을 적실히 살리는 독자적인 표현들을 구사한다. 특히 가사의 내용을 살리는 선율, 대조와 대비, 갈등과 해소, 긴장과 이완, 셈여림의 변화, 전조, 반음계, 불협화음등의 구사와 렌틀러 리듬과 군대음악등의 차용과 융합은 노래를 한결 지적이고 독창적으로 들리게 하는데 이날 서울시향과의 햄프슨의 마지막 가곡 원광(urlicht)에서 관객들은 고상한 바리톤의 품격으로 승화돼 올라가는 분위기를 여실히 느껴볼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이틀후 서울시향 실내악 연주자들이 IBK홀에서 가진 실내악시리즈 II 무대도 토머스 햄프슨이 출연해 통상적인 브람스 피아노삼중주(Johannes Brahms, Piono Trio No.3)와 브루흐의 현악팔중주(Max Bruch, String Octet)등의 실내악 공연으로 그칠 연주회를 브람스의 네 개의 엄숙한 노래로 토머스 햄프슨은 이날 공연의 풍성함을 더한 숨은 공로자가 됐다.

브람스는 슈베르트에서 슈만으로 이어지는 독일 낭만가곡의 계승자일 뿐 아니라, 가곡은 그의 음악적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동반자와도 같은 장르이다. 게다가 이 곡은 작곡 당시의 상황 뿐 아니라 가사에서 보여주는 숭고함으로 인해 브람스의 말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햄프슨의 성악은 보여줬다. 엄숙한 노래라는 곡의 제목뿐 아니라, 수록된 네 곡의 노랫말에 담긴 의미와 분위기가 인생의 허무와 죽음에 대한 관조를 선연하게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츠베덴의 인기 진행형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7

최근 모 클래식 월간지는 국내 클래식 관객들의 최근 20년간 오케스트라 호감도 선호추이를 발표했는데 20년전인 2004년에는 KBS교향악단이 1위를 차지했던 반면 2014년과 2024년에는 클래식 관객들의 선호도 1위가 서울시향인 것으로 발표돼 서울시향의 인기도가 국내 클래식 관객들로부터 지난 10년간 꾸준히 이어져온 것임을 반영했다.

서울시향과 츠베덴이 이날 후반부에 연주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도 시향의 시그니처 연주곡의 하나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서울시향의 위상을 보여주는 2악장의 체코 속살로 돌아가는 느낌의 연주와 목관의 활약등 클래식관객 선호도 1위 교향악단 다운 실력을 뽐내는 연주를 들려주었다고 본다.

20211015일에 있었던 지휘자 이얼의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7번의 공연이 모처럼 서울시향 연주에서 신선감이 팽배했던 연주였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때의 국소성 이긴장증 이란 증세 때문에 첼로 연주자에서 지휘로 전향해 경쾌하게 나비 짓 하듯 국내 무대에 데뷔한 지휘자 이얼의 신선감도 그렇고, 5개의 짧은 악장으로 연결된 모자이크 같은 구조를 선사한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서울시향과의 데뷔무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하면 제9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를 관객이 통상 떠올리는데 자신의 장기라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7번으로 지휘자 이얼의 본 참모습을 볼 수 있었던 지휘의 감흥이 아직도 내 시야에 어른거린다.

서울시향 하면 내게는 KBS교향악단의 투박함 대신 섬세한 연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런 이미지가 연상된다. 2021 서울시향 프로코피예프와 드보르자크의 선곡도 이런 서울시향의 연주 특색을 여실히 잘 드러낼 수 있는 섬세함의 선곡들이었다는 점에서 서울시향의 연주를 항상 찾는 서울시향 마니아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만 했었는데 얍 판 츠베덴의 여전히 인기기대 진행형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7번의 지휘도 그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계속 진행형임을 보여줬다고 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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