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에 자리 잡은 창의적인 집을 만나다...신안 증도의 '스믜집'과 고흥 금산의 하얀 집
9일 밤 10시 50분 방송

[문화뉴스 이지영 기자] 9일 밤 10시 50분, EBS1에서 방영될 ‘건축탐구 집’에서는 섬마을에 자리잡은 집을 찾아간다.

먼저 신안 증도, 넓게 펼쳐진 염전 사이로 우직하게 자리한 ‘스믜집’으로 떠난다.

헌집에 자연스레 스며든 '스믜집'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스믜집’은 삼각 지붕의 시옷자와 창틀의 미음자, 벽의 수직선과 바닥 데크의 수평선을 따라 지은 집이다. 겉만 보아서는 헌 집인지 새 집인지 헷갈리는 이 집엔 건축주의 특별하고 따듯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곳은 37년 전 염부의 숙소로 지어진 집이었다. 가로로 긴 단층 건물을 8칸으로 나눠 사용했던 공동주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은 줄고 숙소는 신축이 되며 염부의 집은 빈집이 됐다. 건축주는 2012년부터 사업을 시작하며 서울과 신안을 오고가다가 섬에서 지내야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허물어가는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을 하다 보니 건축주에겐 이 집이 가진 가치들이 눈에 보였다. 단순히 나 혼자 지내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과 접목시켜 보자는 욕심이 들게된 계기다. 그렇게 시작된 아트 프로젝트로, 염부의 집은 예술가들에게도 개방된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두 칸은 건축주가 직접 리모델링한 숙소지만, 나머지는 신안을 찾는 전 세계 예술가들을 위해 6개월간 무료로 제공되는 공간이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사실 섬에서 건축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외딴곳이라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염전 직원, 마을 이장님과 주민들까지 동원되어 공사를 진행했고, 레미콘이나 크레인 같은 중장비도 들여올 수 없어 손으로 들 수 있는 시멘트 블록, 경량 철골조, 나무로 지어야 했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본래 염부의 집이 가진 가치를 보존하고 싶었던 건축주의 마음을 담아 옛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벽체의 깨진 부분도 그대로 살렸다. 공간감을 위해 천장은 철거하되, 벽체는 원래 높이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건물 외벽은 염전 지역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소금창고를 본 떠 자연소재의 나무를 사용했고, 방부처리를 위해 농업용 가스 토치를 이용해 마을 주민들이 직접 목재를 하나하나 태웠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이렇게 한땀 한땀을 손수 만들어낸 덕분에 집은 옛 것을 그대로 지킨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집이 될 수 있었다. 건축주의 다음 꿈은 ‘스믜집’ 일대를 갤러리로 꾸미는 것이다. 아직 고치지 못한 다른 염부 숙소와 물탱크까지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염부의 집에서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스믜집을 만나보자.

 

돌아온 고향, 섬마을 엄마의 집

두 번째 집은 고흥 금산, 거센 섬바람이 오고가는 바닷가 앞 하얀 집이다. 집이란 남향이 좋다고들 하지만, 푸른 바다 풍경을 뒤로하고 서쪽을 바라보는 오늘의 집은 어머니의 기억이 담긴 남편의 고향 집이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남편이 나고 자란 첫 집은 다름아닌 초가집이었다. 그런데 집이 도로보다 낮은 곳에 위치했던 탓에, 빗물에 밀려오는 흙을 이기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당시엔 어머니 혼자 사셨던 집이라, 건설업을 했던 작은 형님이 속초에서 고흥까지 오가며 새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거센 섬바람을 피하기 위해 남쪽이 아닌 서쪽으로 방향을 내고, 튼튼한 콘크리트로 집을 지었다. 다리가 없던 시절이라 배로 일일이 자재를 나르며 고생해서 지었지만, 덕분에 그 시절 섬마을에선 보기 힘들었다는 콘크리트 양옥집이 탄생했다.

시간 지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집은 홀로 남겨졌고, 부부는 삶에 지친 몸을 기댈 곳을 찾아 이 집을 다시 찾았다. 고흥으로 오기 전 김해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부부는 남편의 좋은 음식솜씨 덕에 손님이 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원래 미술과 음악을 했던 부부는 식당 경험도 없이 덤벼든 탓에 몸과 마음이 다 지쳐있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아내는 남편을 설득해 시어머니가 사셨던 고향 집으로 남편과 함께 도망쳤다. 그렇게 섬마을에 살 결심을 한 부부는 어머니의 집을 셀프로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고자 했다. 구조는 크게 바꾸지 않되 천장을 철거해서 콘크리트 벽을 드러내고, 방문을 없애 개방감을 높였다. 페인트는 아내가 칠하고 남편은 전기, 배관, 수도까지 손수 작업해 고쳤다. 가구도 재활용으로 만들어 1층 공사비용은 11000만 원뿐이었다. 금손 남편 덕에 집 옆에 있던 창고도 직접 고쳐 작은 카페로 만들어냈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하지만 집짓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집을 리모델링한 뒤 2층 공간을 증축했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로 기초만 덩그라니 남아버려 온전히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을 남편 혼자 하다 보니, 천장에 누수가 생기는 웃지 못할 소동도 있었다.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건축탐구 집] 섬마을에 숨은 보석같은 집...신안, 고흥 집 소개 / 사진 = EBS

부부가 내려온 후로 어머니의 집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마당엔 고양이 아파트가 생기고, 부부의 집은 남편의 음식 솜씨와 음악을 찾아온 친구들의 아지트가 됐다. 고향에 돌아와 엄마의 집을 새롭게 가꾸며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이곳이 섬마을의 또 다른 문화공간이 되길 꿈꾸고 있다.

신안의 예술과 함께하는 집, 고흥의 어머니의 기억이 담긴 집을 통해 건축주들의 꿈과 창의력이 더해진 섬마을의 특별한 집 이야기를 만나보자.

문화뉴스 / 이지영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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