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며 여성 임금근로자가 지난해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남녀 성별 임금 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컸다. 지난 4월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3년도 여성 임금근로자 수는 전년 969만 4,000명보다 2.9%인 28만 2,000명 늘어난 997만 6,000명에 달했다.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로 당시와 비교하면 17.4배나 늘어난 수치다. 여성 임금근로자 비중은 45.7%로 남성과 대등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여성 취업자는 1,246만 4,000명으로 비중도 43.9%로 모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치다.

이처럼 국내에서 여성 경제 활동이 늘고 있지만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커 문제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국 평균과 비교해 봐도 2배가 넘었다. 지난 3월 21일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으로 31.2%로 집계됐다. 남성이 월급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69만 원을 받는다는 의미로, 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격차가 크다. OECD 회원국 평균 12.1%와 비교해도 무려 2.6배에 달한다. 한국 다음으로 남녀 간 임금 불평등이 심한 이스라엘(25.4%), 라트비아(24.9%), 일본(21.3%) 등은 20%대다. 성별 임금 격차가 30%를 넘는 국가는 유일하게 한국 하나뿐이다.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1위는 벨기에로 1.2%에 불과했다. 2위는 코스타리카(1.4%), 3위는 콜롬비아(1.9%)로 1%대를 기록했다. 임금 성차별이 낮은 노르웨이(4.5%), 덴마크 등은 5% 내외였다.

이런 통계를 두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큰 한국의 이중노동시장에서 여성의 비정규직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27일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년 여성 경제 활동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한 여성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 8,113원이었다. 이는 남성 2만 5,886원의 70.0% 수준이다.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0년 기준 각각 71.3%, 73.3%로 집계됐다. 여성 전체 근로자의 월 임금은 2012년 181만 5,000원에서 지난해 268만 3,000원으로 86만 8,000원 오른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남성 전체 근로자는 297만 4,000원에서 지난해 412만 7,000원으로 115만 3,000원 올랐다 한국은 1996년 OECD 가입 이래 27년째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지난해 기준 30대 남성 고용률은 90%에 육박하지만, 30대 여성 고용률은 54.6~64.4%에 그쳤다.

여성의 관리자 비율은 14.6%로 OECD 평균 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일본과 같이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의 전체 임원 중에서 여성은 고작 6%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CEO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스타 여성 CEO가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 현실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도 올해 기준 19.1%로 OECD 평균 33.8%에 한참 못 미쳤다.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지역구·비례대표 투표에서 60명의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 전체 의석수 300명의 2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총선인 제21대 총선의 57명(19%)보다는 많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 25.6%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2010~2022년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 67명 중에서 여성은 고작 5명으로 7.5%에 불과했고, 정부, 입법부, 민간기업에서도 여성 관리자 비율도 OECD 평균 34.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14.6%에 그쳤다. 2022년 중앙정부 4급 이상 관리자급 여성 공무원 비율은 21.6%로 낮은 수준이었다. 행정·기술·관리 운영 직군 국가공무원 중 여성이 차지한 비율이 41.5%인 점을 비춰볼 때, 관리자급 여성 공무원의 승진이 막혀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유리천장이 높다는 방증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49.4% 규모인데도 관리자급 여성 공무원 비율은 27.4% 수준에 불과했다. 교직도 마찬가지여서 2012~2022년 학교급별 여성 교장 비율의 경우 초등학교는 54.3%로 절반 이상이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31.3%, 15.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성별 고용률 격차도 2012년 22.5%포인트에서 지난해 18.6%포인트로 완화됐다. 이는 남성 고용률이 70% 수준에 고정됐지만, 여성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해 온 덕분이다. 여성 고용률은 2012년 48.6%에서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해 지난해 52.9%로 올랐다. 반면 남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71.1%에서 소폭 늘어 71.5%에 그쳤다. 출산·양육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고용률이 급감하는 ‘M 커브’ 곡선도 완화됐다. 반면 남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71.1%에서 소폭 늘어 71.5%에 그쳤다. 통상 경력 단절이 시작되는 30∼34세 여성 고용률의 경우 2012년 54.9%에서 2023년엔 68.5%로 올랐다. 같은 기간 35∼39세도 54.3%에서 60.5%로 상승했다. 지난해 경력 단절 여성은 전년 대비 3.5%인 5만 1,000명 감소한 139만 7,000명으로 집계됐다. 경력이 단절된 사유로는 육아가 59만 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결혼 36만 8,000명, 임신·출산 31만 8,000명, 가족 돌봄 6만 4,00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육아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여성의 몫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13만 1,000여 명 가운데 71.1%인 9만 3,000여 명이 여성이었다. 남성은 28.9%로 3만 7,000여 명에 그쳤다.

작금의 한국의 현실은 출산 적령기인 30대 여성 고용률은 남성보다 25%포인트나 낮고, 비정규직 여성 비율도 높으며, 남녀 임금 격차는 오랜 기간 OECD 최악이다. 경쟁·압력이 심하고 구조적 차별이 만연한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경력 단절과 가사·돌봄노동 부담을 걱정한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인 0.68명까지 주저앉을 전망이고 내년에는 0.65명까지 폭락할 전망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5학년도 입시부터 교육대학 등 초등교원 양성 기관 정원을 12% 줄인다. 올해 30만 명대로 감소한 초등학교 신입생은 내후년엔 20만 명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서는 2062년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세계 최고가 되고, 경제 규모와 사회안전망 축소를 넘어 국방까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초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목전에 다다른 ‘축소사회’에 대한 대비책이 화급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의 원인에 대한 남녀 간 인식차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낸 ‘미래 사회 대응을 위한 양성평등 추진 전략 사업(2023∼2025)’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9∼59세 임금근로자 1,5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남성은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에 기인한 여성의 짧은 근속연수를 가장 많이 지적한 데 반해 여성은 ‘기업 내 채용·승진·배치 등에서 누적된 성차별’을 임금 격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에 여성의 평균 근속 연수가 남성보다 짧아서(51.4%),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아서(28.7%), 음식점·돌봄 서비스 등 여성이 많은 직종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서(25.0%)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를 여성만의 책임으로 보는 구각(舊殼)과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는 한 출산율 세계 최하위인 암울한 한국의 운명을 되돌릴 묘책을 찾기는 요원하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과 육아라는 본연의 권리와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의 관점에서 저출산 완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성차별 인식에서 ‘젠더(Gender) 갈등(葛藤)’ 요인으로 접근하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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