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대림 미술관을 갔다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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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란 무엇일까? 어느샌가 우리는 특별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만 척박한 삶에서 성공을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건 평범이라 불리는 사소한 것들이다. 가족과의 따뜻한 식사, 말 한마디, 자연과 꽃과의 대화, 동물들과의 교감, 사랑이라는 공기. 이들이 없으면 우린 진즉에 호흡 곤란으로 숨이 막혀 죽었을 것이다. 이들의 당연한 아름다움을 특별하게 포착한 사람이 '린다 매카트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기'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일깨워 주는 것이 그녀가 사진작가로서 가진 능력이다.

린다 매카트니는 따뜻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세상을 사랑으로, 연민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기라는 차가운 쇳덩이로 그런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녀의 타고난 예술가적 감성을 증명하는 것 같다. 이러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의 강점은 가족들을 마주했을 때 배가 된다. 거울에 비추어진 자화상을 담을 때보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유명인을 셔텨에 담는 것보다, 자연스러움을 특별하게 포착하는 그녀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엔 항상 가깝게 친밀하게 지내는 가족보다 더 좋은 피사체는 없을 것이다. 사진 속 폴 매카트니와 두 딸의 모습을 보면, 유명인이라는 타이틀을 집어던지고 그 안에 내면 덩어리만이 진실하게 남아 있다. 딸들과 함께하는 폴 매카트니는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행복함에 젖어있고, 그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천진난만함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그리곤 우리는 가족을 떠올린다. 나도 가족들과 함께일 때, 저런 모습이겠구나. 갑자기 가족들을 보고, 안고, 잊고 있었던 아가페적 사랑을 마주하고 싶어진다.

작년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과 비교해 보면 그녀의 장점이 더 두드러진다. 둘 다 훌륭한 사진작가지만, 애니 레보비츠가 드라마틱하고 유명한 인물의 정점을 잘 포착하는 보석같은 작가라면, 린다 매카트니는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산소 같은 작가다. 애니 레보비츠가 "솔직히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진들에 조금은 질투를 느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사진을 보면 잔잔한 경외감이 드는 것이었다. 린다 매카트니는 같은 유명인을 찍어도 지나가는 노파를 지켜보는 유명인에서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일깨우며 예상 못 한 따스함과 감동을 준다. 사람은 다양한 면을 지니기 마련인데, 그녀의 사진에서는 스타라 할지라도 유독 화려할 때보다 평범함에서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그리곤 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된다.

그녀는 동물이나 자연을 담기도 했는데, 이는 그녀가 온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장미도, 가을 늦자락에 고이 잡힌 낙엽들도, 우리의 인생사를 더듬게 하고 멀리 안아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갖게 한다. 동물들도 우리 사람과 같은 독자적인 인생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햇빛 속 빛나는 아기 돼지의 웃음에서 발견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녀의 그러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바로 눈빛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그녀의 사진 속 피사체의 눈빛 만큼은 '진짜'다. 깊은 눈빛을 따라가 보면 그들의 인생에 감회가 젖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그들의 눈빛이 그녀를 감화하도록 했나 보다. 그리고 그것을 포착하는 그녀의 성정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자화상 에필로그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는 순수하면서도 소심한 소녀 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용기 있게 담은 강한 여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스럽고 멋있는 린다 매카트니로, 그녀의 가족들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사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녀를 닮고 싶다.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아빈(김민경·시인)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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