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온갖 명대사로 가득한 연극 '보도지침'이 막을 내려간다.

작품에 관한 평가 이전에 외적인 문제로 다퉈야했던 초연과 달리 새로운 제작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할 꺼리를 만들어준다.

과연 법정은 진짜 법정일까? 어떻게 친구들이 저기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교수님일까 판사일까. 남자와 여자는 실존인물일까 혹은 누군가를 상징하는 것일까. 마지막의 마이크는 의도적인 모사가 맞을까?

극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무대 위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내면의 이야기와 맞닿을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보도지침 사건이 바탕이지만, 여러 시대의 사건들이 뒤섞인 무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80년대 정권을 향한 외침만이 아니라 핸드폰으로 마음껏 기자회견을 찍어 퍼트릴 수 있는 이 시대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러한 감정의 몰입에서 한발 물러나서 작품을 보자면 오세혁 연출의 '하고 싶은 말'이 가득 담겨있는 작품이며 동시에 그의 유머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법정이자 광장이자 극장이라는 작품 속 대사처럼 배우들 역시 심각한 이 작품을 한껏 심각하게 연기하면서도 웃겨야 할 땐 내츄럴하게 유머를 즐기고 표현한다.

배우들은 배우로서 극장 위에 오른 것이 아니라 정말 법정에서 만난 친구들처럼 그들은 조명이 비추지 않아도 계속해서 무대 위에서 움직이고 표정을 만들고 울고 웃는다.

마지막으로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바라보는 풍경도 변한다는 말은 통상 다소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지만, '보도지침'을 보는 우리의 자리가 달라졌더니 '저는 현직 대통령을 사랑합니다'라는 대사가 너무나 다르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악역들의 이야기 역시 그들의 입장에서 제대로 쓰였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이 작품의 힘이 거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덧붙임. 여전히 여자는 이 작품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 젠더 감수성의 문제라기보단 말 그대로 남자들만 고개를 내밀 수 있던 20세기까지의 세상이 엿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보도지침
- 공연날짜 : 2017. 4.21 ~ 6.11.
- 공연장소 : 대학로 TOM 2관
- 작/연출 : 오세혁
- 음악감독 : 이진욱
- 안무감독 : 이현정
- 출연배우 : 봉태규, 김경수, 이형훈, 고상호, 박정원, 기세중, 박정표, 박유덕, 남윤호, 안재영, 서현철, 윤상화, 김대곤, 최연동, 정인지, 이화정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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