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가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 그 안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2014년 충무아트홀에서의 초연에 이어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반 고흐가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죽음을 결심한 마지막 순간까지를 그가 남긴 그림과 편지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림에 담긴 의미와 비화 그리고 두 형제의 이야기가 쓰인 편지의 내용은 무대 위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와 감성적인 넘버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10일 오후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프레스콜엔 한승원 프로듀서, 최유선 작가, 김규종 연출, 고주원 영상 디자이너를 비롯한 창작진과 배우 김경수, 김보강, 조형균, 김태훈, 서승원, 박유덕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한승원 프로듀서, 최유선 작가, 김규종 연출, 고주원 영상디자이너
1년 만의 재연이다. 특별히 중점을 두고 수정한 부분이 있는지.
ㄴ 김규종 연출 : 빈센트와 테오의 관계가 창작진 입장에서 봤을 때와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느껴지는 게 달랐던 것 같다. 테오와 빈센트의 관계를 좀 더 따뜻하게 그렸다. 지난 공연은 마치 엄격한 아버지 테오가 빈센트를 보듬어준다면, 이번엔 따뜻한 어머니로 관계를 재정립했다. 그래서 테오 솔로곡이 새로 만들어졌고, 카페 테라스 등 무대에 활용되는 그림도 추가됐다.

그림과 영상에서도 수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ㄴ 고주원 영상디자이너 : 기본적인 영상 컨셉은 빈센트의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무대 위에서 백 년 전 빈센트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지난 공연에선 임의로 이미지화했던 건물이나 설정들을 이번엔 실제 빈센트 그림 속 각종 건물, 거리, 카페들에서 추출된 이미지로 조합해 만들었다.

작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ㄴ 고주원 영상디자이너 :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빈센트 반 고흐의 원화를 실재하는 공간에 어떻게 창의적으로 녹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죽어있는 장면이라 할 수 있는 그림에 살아있는 유기체적 속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하고 작업했고, 기술적으로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프로젝션 맵핑을 도입했다. 특히 커튼콜 장면에선 극장이 마치 꽃으로 덮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새로운 곡이 추가되면서 가사와 대사를 새로 썼다. 조금만 달라져도 크게 달라지는 부분인데 새로운 작업들에 관해 설명해달라.
ㄴ 최유선 작가 : 이번 수정 작업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임했던 부분은 관객분들이 테오의 마음이 돼서 나가셨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연출님 말씀처럼 재연 공연엔 형제애가 더 보이게끔 첫 곡이 추가됐는데, 그 가사 속에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는 테오의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감정선의 기승전결 더 뚜렷해졌다. 그래서 배우들한테도 두 분이 정말 사랑한다는 게 무대 위에서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고, 관객분들에게 그 마음이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창작 공연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한승원 프로듀서 : 재연 공연을 할 때 프레스콜 하지 않는 선례가 많은데 저희는 초연과 비교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고, 그래서 많은 분께 말씀드리고 싶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이 다 같이 만든 고흐에 대한 재해석이 잘못 전달되지 않을까였다. 부족한 부분은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저희 해석을 같이 공유하고 알렸으면 좋겠다.

창작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삶에 있어서 예술만큼 숭고한 것은 없는 것 같고, 삶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데 저희 작품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들을 하다가 1년 만에 다시 '빈센트 반 고흐'를 준비하니까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이 편안하다. 초연 공연을 본 관객분이 고흐 형제 무덤에 가서 저희 공연 포스터, 사진들을 헌정했다. 그때 왜 작품을 계속 해야 하는지 당위성, 목표들을 강하게 느꼈다. 메르스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웃음) 너무나 순수했고 누구보다도 착한 아들이자 좋은 형, 로맨티시스트였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이 시대에 다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왼쪽부터) '빈센트 반 고흐' 역의 조형균, 김보강, 김경수
'빈센트 반 고흐'에 새로 합류했다.
ㄴ 손승원 : 테오 역을 하는 배우 중 혼자 처음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다. 놀러 오는 기분으로는 못하지만, 마지막 공연 때쯤은 놀 수 있지 않을까. (웃음) 두 분 덕분에 열심히 잘할 거고, 새로 합류한 (조)형균이랑 (김)경수 형은 암기력이 좋아서 일주일 만에 대사, 가사 다 외워왔다. 뒤떨어지지 않게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라 좋은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공부하면서 알았다 테오에 대해 알게 됐다. 그래서 이 공연을 통해 빈센트 그림을 보면 테오를 떠올릴 수 있고 동생이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전해드리는 게 목표다.

ㄴ 김경수 :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앞으로도 잘하고 싶다. 연습을 통해 빈센트란 사람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 공연이 끝나는 시간까지 지치지 않고 빈센트를 놓치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 이 작품을 하게 돼서 굉장히 행복하다.

ㄴ 조형균 : 작품이 빨리 재연이 올라와서 처음엔 부담감이 제일 컸다. 초연이 가진 힘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런 틀을 깨고 새로운 반 고흐를 보여줘야 하나 생각이 많았다. 작품 텍스트 자체가 초연팀의 고생한 흔적이 아주 많았다. 영상부터 장면 장면마다 연출진과 배우들의 열정이 보여서 새로 들어온 세 명은 열심히 따라갔다. 이제 시작이지만 아주 고맙고 앞으로 반 고흐를 기리면서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공연하겠다.

▲ (왼쪽부터) '테오 반 고흐' 역의 서승원, 김태훈, 박유덕
초연에 이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ㄴ 김태훈 : 행복했던 추억을 안고 놀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나도 반갑고 즐겁고 행복하다. 작품이 바뀐 것들이 있는데 새로운 놀이기구가 생겨서 그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라 더 즐겁게 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ㄴ 김보강 : 초연엔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잘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무언가가 해소되지 않고 끝맺음을 했다. 초연 공연이 끝난 이후 지방 공연도 참여했었는데 느낌이 달랐다. 지방 공연을 돌면서 내년에 이 작품이 다시 올라온다면, 다시 시켜주시면 꼭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정을 완전히 비워놨었다. (웃음) 재연도 많이 긴장했지만, 몸에 힘을 빼고 모든 걸 흐름에 맡겼더니 알아서 움직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초심 같은 마음으로 해야 되는 공연이라 마음은 더 어려워진 것 같지만, 다시 돌아오게 돼서 감사하다.

ㄴ 박유덕 : 다시 불러주셔서 감사드린다. 초연 멤버들과 작품을 다시 할 수 있어서 좋고 새로 들어온 배우들과 같이 호흡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초연 때는 빈센트를 지켜보려고 했다면 이번 공연은 형과 같이 공유하려고 한다. 형과 같이 나누고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감정들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초연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빈센트와 함께 즐기려고 한다.

▲ (왼쪽부터) 서승원, 김경수
영상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다 보니 관객의 시선을 놓고 영상과 싸워야 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수염을 붙이고 연기하는 소감과 함께 말해달라.
ㄴ 김태훈 : 초연 첫 공연 때 수염이 어떤 상태인지 몰라서 양면테이프를 붙이고 했는데 첫 장면 끝나고 반이 떨어졌다. 2인 극이고 빈센트는 거의 퇴장이 없어서 수염을 잡은 상태로 어떻게 공연을 끌고 갈지 생각이 많았다. (웃음) 땀이 많이 나면 수염이 떨어지기 때문에 불안하다.

영상과 싸운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저희가 어떻게 고흐를 이기겠나. 싸움이 안 된다. (웃음) 처음엔 영상이 가진 힘이 크다 보니까 배우가 묻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영상의 힘만큼 음악, 드라마의 힘이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그 흐름에 몸을 맡기면 배우는 잘 보이는 것 같다. 영상을 이기려고 싸우다 보면 역효과가 난다. 같이 어우러지는 게 최선의 승리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ㄴ 김경수 : 영상에 있어서는 배분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이 영상을 본다고 해서 서운할 것도 없고 그 장면마다 목적이 분명히 있으므로 그 영상을 전달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수염은 굉장히 괴롭다. 발음도 제대로 못 하겠고 시원하게 웃을 수도 없다. (웃음) 입을 못 벌려서 웃는 연기를 하는 기분인데 점점 노하우를 익히고 있다. 첫 공연 직전 리허설에서 윗수염이 달랑거려서 상대 파트너를 굉장히 힘들게 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에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이제 마지막 공연까지 안 떨어트리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ㄴ 조형균 : 영상과의 싸움에 대해선 형들 말에 동의하고, 수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리허설 때 수염이 다 뜯어져 있더라. 수염이 있다가 없으면 헐벗은 것 같아서 부끄럽다. (웃음) 물론 보는 사람도 집중이 깨지기 때문에 첫 공연 전 목표가 하나였다. 수염만 떨어트리지 말자. (웃음) 수염 안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분장팀이 엄청나게 신경 써주신다. 옷장 들어가면 옷장에 들어오셔서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의료용 양면테이프, 접착제로 다시 붙여주신다. 마지막까지 수염이 떨어지는 불상사가 없기를 기도한다.

▲ (왼쪽부터) 김보강, 박유덕
빈센트는 감정의 폭이 아주 큰 인물이다.
ㄴ 조형균 : 빈센트가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명작을 남긴 거고. 개인적으로 빈센트가 자살하기 전 고갱과 같이 살면서 귀를 자르기까지의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자살한 이유는 테오와의 편지 등으로 많이 드러나 있지만 왜 귀를 잘랐는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고흐가 귀를 자르기까지의 과정을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정당화할 수 있고, 고흐가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구나를 이해하실 수 있도록 잘 표현하고 싶다.

ㄴ 김경수 : 한 인물의 삶을 2시간 안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연도, 날짜별로 장면을 보여주는데 그 연결점을 찾는 데 많이 주력했다. 고흐의 편지를 담은 서적을 참고하면서 쌓아가고 있는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그런 부분들을 더 채워서 그 장면이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ㄴ 김보강 : 현존 인물이다 보니 그 인물로 어떻게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를 너무 많이 고민했다. 고흐가 받는 스트레스가 내게 온 느낌이었다. 탈모도 생겼고 한 달 정도 잠도 못 잤다. 무대가 무서워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그런 순간들을 많은 회차를 통해 극복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연을 끝내고 빈센트란 인물과 8년 동안 연기해왔던 과정들이 교차됐다. 배우로서 힘들었던 점을 위로받으면서 스트레스가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꼭 다시 돌아오고 싶었고, 다시 만난 빈센트는 불안감, 스트레스를 주는 캐릭터가 아닌 저를 치유해주고 저 자신을 믿고 살아가는 법을 알게 해주는 캐릭터가 돼버렸다.

▲ (왼쪽부터) 조형균, 김태훈
초연보다 빈센트를 향한 테오의 감정이 달라졌다.
ㄴ 김태훈 : 초연 때 테오는 형을 다독인다는 느낌보다 올바른 길을 가주길 원해서 칭얼대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면서 동생의 입장으로서만 형한테 충고했다. 이번 공연에선 테오가 형이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따뜻하게 감싸 안고, 아버지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형을 엄마가 아들을 끌어안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 장면, 가사마다 형에게 한 편으로는 남자친구, 여자친구 같은 느낌으로 다가가려고 했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아버지, 어머니의 감정을 실어 빈센트를 바라보려고 했다.

ㄴ 손승원 : 빈센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다 동생들이다. (웃음) 그래서 친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대입하도록 노력했다. 빈센트를 사랑하는 테오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은 처음과 마지막 장면이다. 몸이 아파도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며 다른 것보다 형 생각이 안 나는 것에 슬퍼하고, 형 이름을 따서 빈센트라고 이름 지어준 아들에게 형이 남겨준 물건을 간직하며 아버지가 못했던 일을 대신 해줬으면 하는 장면.

ㄴ 박유덕 : 저는 외동아들이다. (웃음) 초연 땐 해설자 같은 느낌으로 다가갔었는데 이번 공연에선 해설자보다 극 중 인물 테오, 빈센트 동생으로 존재하려 했다. 정서적으로 바뀐 부분은 없지만 빈센트들과 좀 더 밀접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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