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34 '원더 우먼' VS '악녀'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 주 박스오피스는 '미이라'가 뜻밖에 선전하면서 개봉일부터 줄곧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 덕에 해외 언론들도 한국에서 '미이라'가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를 궁금해하고 있다. 이번 글은 '미이라'가 아닌 다른 영화에 주목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원더 우먼', 그리고 8일에 개봉한 '악녀'다. 재밌는 건 두 영화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면서 강렬한 액션을 펼친다는 점이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원더 우먼'과 '악녀'를 어떻게 평가할까?

 

 '원더 우먼'과 '악녀'가 대중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이 생각했을 때, 두 영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석재현 기자(이하 석) : 그동안 DC코믹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 이후로, 줄곧 흥행참패를 겪어왔다. 특히, 라이벌인 마블 스튜디오와의 대결에서 매번 패배하면서 쓴 잔을 들이켰다. 그나마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끌었던 '원더 우먼'을 단독 영화화하면서 최후의 승부수를 띄웠다. 시사회도 마침 개봉 이틀 전이라, 이번에도 망한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수작이었다. 마침내 DC코믹스의 시도가 통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악녀'도 지난 '칸 영화제' 로고를 포스터나 영화 시작 후에 볼 수 있다. 물론,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경쟁 부문'이 아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올랐다. 장르적으로 인상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섹션으로, '악녀'도 액션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관객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본다. 하지만 '악녀'의 개봉 시기는 좋지 않았다. 미국 대학교의 방학시즌과 함께 시작한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 틈바구니에 끼여버린 판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틀 먼저 개봉한 '미이라'가 역대 개봉일 최다 관객을 동원했기 때문에, 밀릴 가능성도 있었다.

 

 '원더 우먼'과 '악녀'의 장점에 대해 두 사람의 의견을 듣고 싶다.
ㄴ 석 : 같은 히어로 영화이지만 마블과 달리 DC는 영웅들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속에 냉소적인 현실과 가치관을 녹여내는 게 특징이다. '원더 우먼'에도 DC코믹스 특유의 성격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는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는 '아레스'를 무찌르겠다는 순수한 마음에 인간세계로 발을 들이는데, 여기서 냉혹한 현실과 자신의 가치관을 끊임없이 시험당한다. 이 부분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이 과거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향수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또한, '다크나이트'의 '조커' 못지않게 큰 비중으로 자리매김한 '트레버 대위'의 존재감도 이 영화의 키포인트다.

양 : '악녀'의 장점은 한국 액션 영화의 엄청난 진전이다. 지각 관객들이 후레시를 키고 들어가는 찰나부터 총은 난사되고, 칼은 춤을 춘다. 1인칭 시점은 마치 지난해 개봉한 '하드코어 헨리'가 떠올려지고,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롱테이크 액션은 '올드보이'의 장도리 장면을 연상케 한다. 두 장면이 결합한 초반 장면, 버스 액션 등은 권귀덕 무술감독, 박정훈 촬영감독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보인다. 서울 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이 지난 2012년 만든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장면이다. 그 액션을 직접 소화한 김옥빈 배우에게도 찬사를 줄 수 있겠다. 우리나라도 이제 '킬 빌'의 우마 서먼 같은 강인한 여성 배우의 호쾌한 액션을 만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그렇다면 '원더 우먼'과 '악녀'가 지니고 있는 단점은 무엇인가?
ㄴ 석 : 극 중에서 무적이라 평가받는 '원더 우먼' 또한 단점이 존재한다. '다이애나' 역을 맡은 갤 가돗이 양날의 검이다. 늘씬하고 섹시한 그의 이미지는 '다이애나'의 모습과 여러모로 비슷해보이지만, 과거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감정연기는 이번 '원더 우먼'에서도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그나마 액션은 무난하게 잘 소화했다). 또한, 그가 과거 SNS에서 남긴 시오니스트 의혹은 이번에도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녔다. 현재 '원더 우먼' 흥행에는 크게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관객들은 갤 가돗의 이런 과거가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다이애나'와 상반된다고 꺼리고 있다.

양 :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관람한 한 외신 매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정병길 감독은 액션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있으나,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한국의 브랜드가 된 감독들처럼 되기 위해 자신만의 스토리 텔링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이다. "정부가 첫 10분 동안, 단단한 20여 명의 갱스터를 단숨에 죽이는 '세계적 살인범'을 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라는 반응도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관객이라면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을 내버려 두고, 대체자는 많다는 묘사를 하는 이른바 '비정규직 킬러 육성'에 대해 공감이 갈 수도 있다.

 

당신이 매기는 '원더 우먼'과 '악녀'의 점수는?
- '원더 우먼'
석 : ★★★☆ / '원더 우먼' saves DC코믹스
양 : ★★★★ / 패티 젠킨스 감독, 유리로 된 '안경'을 깨다

- '악녀'
석 : ★★★ / 세 발짝 앞으로 뛰어나간 한국 액션의 진보. '올드보이'에서 센세이션이었던 장도리 씬은 15년이 지나 정점을 찍었다.
양 : ★★★☆ / 세상의 악남은 악녀를 만들었고, 그 악녀는 칼춤을 춘다.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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