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무용과 연극의 만남부터 패션, 영상, 미디어아트,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충돌로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가 대학로를 찾는다.

국내 유일의 융복합공연예술축제 파다프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제5회 파다프(2015 Play Act Dance Art-Tech Festival, 이하 파다프 2015)가 대학로예술극장, 동숭아트센터, 갤러리이앙, 예술가의 집, 대학로 일대에서 오는 30일부터 7월 12일까지 13일간 열린다.

'장르 간의 충돌, 그 하모니의 미학(Difference? Harmony by Convergence!)'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그간 진행된 무용과 연극 두 장르 간 융합에 그치지 않고, 영화, 사진, 음악, 미술, 패션 등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충돌과 결합으로 풍성한 문화 콘텐츠 융복합을 실험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파다프2015 융합 축제의 시작은 세계적인 융복합 공연예술콘텐츠로 유명한 프랑스 파트리스 티보의 'Cocorico'다. 신체를 이용하는 코미디의 거장 파트리스 티보와 곡예 피아니스트 필립 레이냑이 콜라보레이션한 이 작품은 파트리스의 본능적인 리듬과 코믹한 마임의 정확성, 대담성, 우아함과 필립의 엄청난 음악적 창의력이 80분의 공연 시간이 금방 지나갈 정도로 유쾌하고 즐겁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공연 콘텐츠로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Cocorico'는 그들의 공연이 단순한 마임쇼가 아닌 마치 안무 되어 완성된 하나의 춤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 김재덕, '시나위산조' ⓒ 박상윤

모던테이블의 김재덕은 '시나위산조'로 즉흥적인 리듬과 흥,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성으로 춤을 추며 음악과 움직임의 독특한 융합을 시도한다. 어떤 메세지나 스토리를 관객에게 전달하기보다 세상을 향한 해석 불가능한 텍스트를 읊조리며 내재한 '한'과 '자유'를 때론 힙합처럼, 때론 록처럼 율동적이고 신나게 풀어 간다. 평범한 구두 소리도 하나의 악기로 활용하는 김재덕은 기타를 바이올린 활로 해금처럼 켠다든지, 베이스 기타를 가야금처럼 눕혀놓고 연주를 하는 등 서양악기를 한국 악기처럼 연주하는 주법적인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는 국악을 재해석하였지만, 현대적 감각을 잃지 않고 무용과 함께 어우러진 '댄스컬(Dance-cal)'을 지향하고 있다.

극단 서울공장 대표인 임형택의 '회복'은 세 쌍의 커플이 등장해 각각 연기, 노래, 춤의 다른 장르로 대화하고 싸우고 만나고 헤어진다. 다른 장르의 언어로 소통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동시에 진행되어 소통의 방식과 상처의 회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파다프 2015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양한 미디어아트와 몸짓의 절묘한 융복합이다. 기존의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에서 영상이 주로 무대의 배경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던 것에 반해 박나은의 'ANGST, 불안', 정혜민의 'Act %', 정송이의 '눈물을 닮아…II' 등의 작품은 '영상'이 타 장르와 융합되어 작품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구성요소가 될 수 있는지를 시사해준다.

먼저 한국인 안무가 박나은의 'ANGST, 불안'은 런던에서 가장 큰 아시아영화제 'Terracotta Far East Film Festival 2014'에서 최우수단편영화상을 받은 알레산드로 인그리마 영국 영화감독, 독일 사운드 디자이너 야스민 제스와 함께 영상과 무용, 사운드를 융합한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불안함, 그로인한 공포,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의 내면을 영상에 담아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무표정한 몸에 그대로 투사한다. 실험적인 영상과 몸의 움직임, 즉흥적인 허밍이 불안한 내면을 극대화한다.

   
▲ 박나은, 'ANGST 불안 不安' ⓒ 마르코기델리

'댄싱9' 시즌2 출연으로 인지도를 쌓은 현대무용가 정혜민의 'Act %'는 남녀, 가족 등 촘촘한 관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느끼는 사랑, 분노, 고독 등의 감정을 그물 같은 맵핑(Mapping)영상과 무용수의 역동적인 상호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LDP무용단 정혜민의 심리적으로 정제된 움직임과 배우 이상일의 본능적인 대사, 대기업 명품 브랜드 쇼케이스 영상을 주로 제작해온 이석 아티스트의 감각적인 영상이 만나 인간관계의 다양한 감정을 실감 나게 전한다. 또한, 파다프 2012 작품연기상, 2014년 김수로 프로젝트인 연극 '발레 선수' 주역 활동 등 연기적 기초를 쌓아가고 있는 현대무용가 정혜민의 무용과 연기의 콜라보레이션도 기대된다.

LED 미디어아트와 무용이 만나 한 편의 감각적인 CF를 본 것 같은 잔상을 남기는 아리아댄스프로젝트 정송이의 '눈물을 닮아…II'도 주목할만하다. 포장되기 전 순수한 나를 상징하는 물이 담긴 수족관, 그 속에 담긴 물고기를 LED영상으로 표현하고 그 물고기가 수족관 밖으로 나와 대형 물고기로 세상을 유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검은 잉크가 수족관 속 맑은 물에 서서히 퍼지는 영상은 세상에 포장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는 나를, 자유로우며 유쾌한 춤은 포장된 나로 살아가는 과장된 행복과 웃음을 상징한다.

그 외, 2013년 국립현대무용단에서 기획한 융합프로젝트 '11분'의 초청안무 및 무용수로 선정되어 화제를 일으킨 이준욱이 즉흥적인 무용 작업과 영상, 설치미술, 연극적인 것들의 요소로 사람의 심리적인 요소를 리얼리즘적으로 표현한 'Familiar Stranger', 한국현대무용협회 무용예술인상을 수상한 안신희 안무가와 무용퍼포먼스와 결합한 심리 판타지 영화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기억의 소리', 1998년 뉴욕국제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 판타지상을 수상한 이공희 감독이 협업한 '왕후의 눈물'도 주목할만하다. 사랑하는 육친들이 모조리 멸문당하는 소헌왕후의 한의 정서를 그녀가 자란 청송에서 직접 촬영한 월외폭포 영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김혜림 안무가는 '空:存Ⅰ- 즉각반응'로 꽉 찬 공간 속 텅 빈 마음과 그 반대의 상황을 영상과 사운드의 융합으로 선보인다.

사실 이와 같은 파다프의 장르간 융합 실험의 시작은 무용과 연극의 융합이었다. 제1회 파다프인 파다프 2011에서 1명의 안무가와 1명의 연극 연출가가 만나 융합공연콘텐츠를 시도해왔던 것. 이번 파다프 2015에서 그 흐름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댄스 드라마'에 방점을 두고 활동하는 블루댄스씨어터 김혜정 예술감독의 '블루 지젤 ; 언위시드', 안톤 체홉의 '벚꽃동산' 중 경매일에 열리는 파티를 재구성한 박연주의 '벚꽃동산' 등 스토리와 연극적인 대사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융합 시도도 참고할만하다.

특히 박연주의 '벚꽃동산'은 2013년 파다프 신진예술가 작품상을 받은 작품으로 2014년 부산국제연극제 고월드 페스티벌 대상 수상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영국 현지 주영국한국문화원 초청 공연, 8월에는 에딘버러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예정이다. 한편, 연출가 박연주는 2014년 파다프에서 '착한 사람'으로 연출상을 받기도 했다.

   
▲ 정송이의 '눈물을닮아...Ⅱ' ⓒ 조선종

파다프에서 가장 주력하는 사업은 바로 '신진예술가 양성 프로그램'. 무용가, 배우, 연출, 작곡, 패션, 영상, 영화 등 젊은 예술가들이 다 장르간 융합을 시도하고 실험하며 창의적인 융복합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그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말 열흘 동안 다양한 장르의 전문가들이 모여 융복합 워크숍을 진행했으며, 이 중 좋은 평가를 받은 '스윗 홈 스윗', '피터', 'Violent Eye', '소경들', 'The Other', '이방인', 'Hi, 힐', '핫산아프다' 등 여덟 작품이 동숭아트센터에 오른다. 그리고 지난해 파다프 신진예술가 초청작인 남유정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_오만과 편견'도 함께 공연된다.

또한, 융복합 공연예술콘텐츠 창작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파다프 포럼'이 '융복합 공연예술의 미래'를 주제로 오는 7월 10일 예술가의 집에서 개최된다. 그 외, 파다프 작품 감상 후 연출가, 안무가들과 직접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가 7월 1일 파트리스 티보와 필립 레이냑의 개막작 공연 후에, 7월 3일 김혜정, 김혜림, 김재덕 공연 후에, 7월 5일 송현옥 공연 후에 있다.

파다프 출연아티스트들이 연습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하는 '파다프 이미지전'이 30일부터 7월 6일까지 갤러리 이앙에서, 일반인과 함께하는 커뮤니티아트 '춤추는 횡단보도' 프로젝트가 7월 4일 혜화역 앞 횡단보도에서, 필로스 장애인 무용단이 조선 시대의 가장 큰 궁중연희인 '진풍정'을 춤사위로 표현한 '진풍정'과 '퓨전국악'의 '아름드리', 다짜고짜의 '빵가게 재습격', Big Thought 'Moment (Ver.1)' 등은 7월 12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파다프 2015 공연 티켓은 한국공연예술센터 홈페이지(hanpac.or.kr)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정가는 R석 5만 원, S석 3만 원이다. 20인 이상은 30%, 30인 이상은 40%, 40인 이상 단체 구매는 50% 할인된다. 축제 문의는 파다프 조직위원회(02-521-8286)로 하면 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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