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전국의 치킨가게가 호황을 누리던 2002년 월드컵 시즌. 붉은악마의 열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면, 스포츠만큼 애국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없다는 말에 동의할 것이다.

'신모험왕'은 일본극단 '세이넨단'과 히라타 오리자 감독, 그리고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합작 공연이다. 한일 월드컵을 배경으로 터키의 한 게스트 하우스에 머무르는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그려냈다.

   
▲ ⓒ바나나문 프로젝트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더니, 같은 방을 쓰는 '일본인'에게도 '대~한민국!'을 외친다. 8강 출전의 기쁨을 누리던 한국과는 달리 터키와의 경기에서 패해 16강에서 막을 내려야 했던 일본. 터키에 패한 후 한국을 응원하던 일본인들은 막상 한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8강 진출하자 불편함을 내비친다.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순간, 같은 공간의 한국인과 일본인의 묘한 관계는 감춰둔 민족성을 드러낸다.

축구뿐만이 아니다. 러˙일 전쟁부터 광주민주화운동, 일본 고베 대지진,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미국의 911테러, 제노사이드 사건까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언급되지만 같은 사건을 바라보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시선은 다르다. 일본과 한국의 엇갈린 태도는 숙명과도 같아 보인다.

닮은 듯 다른 두 나라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젊은 배낭 여행자들은 현실로부터 도피하고자 여행을 택했다. 고국으로 돌아가기보다 이국의 땅에서 각자의 나라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어한다. 동양과 서양의 경계인 터키에서 자신이 누군지 되돌아볼 기회를 나눈다.

한국과 일본처럼 미묘한 관계에 놓인 국가가 또 있을까. 히라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된 원인 중 하나로 일본의 태도를 꼬집었다. 100년간 다른 아시아 국가를 하위로 바라본 일본이 한국이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면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

'신모험왕'은 뒤틀린 양국의 관계를 풀기 위한 첫걸음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뒤틀린 한일관계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객관적인 시각은 필수적이다. '신모험왕'도 같은 맥락에서 냉랭한 한일관계의 탈출구 역할을 하길 바란다.

문화뉴스 전영현 기자 ntp@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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