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오페라계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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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처럼. 지난 몇 달간 국립오페라단 단장 자리를 놓고 오페라계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3월 김의준 전 단장이 사퇴한 이후 10개월 가까이 공석이었다가 지난 1월 성악가 한예진 씨가 임명됐으나, 경력조작 의혹과 자질 논란 등으로 취임 두 달도 안 돼 물러났다.

이후 "성악가가 단장을 해야 한다"는 일부 성악과 교수와 민간 오페라단 단장들의 주장이 있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7월 3일자로 경희대 연극영화과 김학민 교수를 단장에 임명했다. 이를 놓고 오페라계에선 "오페라계 외부의 인물", "오페라 연출 경험 부족"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김학민 교수가 국립오폐단 단장으로 내정된 7월 1일,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 · 최효준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최종후보자 등 문화예술계 인사 15명은 김학민 교수가 국립 오페라단 단장에 내정된 것에 반발, '문화예술계 인사 및 정책 실패에 관한 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아래의 성명을 발표했다. 

"예술계 전분야에 전문성을 무시하는 아마추어적인 인사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그런데 앞서 문체부는 김학민 단장을 신임 단장으로 내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김 내정자의 오페라에 대한 전문 지식과 현장 경험, 학맥과 계보 등에 얽매이지 않고 오페라단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 합리적인 성품을 바탕으로 한 소통 능력 등을 보고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

위 밑줄 친 내용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이에 '문화뉴스'에서는 [오페라 융성을 위한 아리아…]라는 기획취재를 통해 이들의 아리아(aria)를 귀 기울여 들어볼 예정이다.  

이번 편은 먼저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을 만나서 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박현준 단장은 한양대 성악과, 이태라 롯시니 국립 음악원 등을 졸업하고 오페라 '토스카'로 데뷔해 '돈 카를로', '카르멘' 등 풍부한 공연경험과 함께 '라보엠', '투란도트'의 연출을 맡았던 성악계의 중진이다.

   
 

"나는 오페라계 전체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것을 소수의 의견으로 치부해버린다."

오페라계가 힘들어 보인다.
ㄴ 한국 오페라가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본다. 인재는 넘쳐난다. 한국성악계는 지금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다. 그런데 국가에서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이 부족하다. 김연아나 박지성 같은 스타들이 널렸는데 한국 내에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소프트웨어는 좋은데 하드웨어가 조직적이지 않다. 정부가 문화융성을 주장하지만 사견으로는 문화흉성이다. 이번에 나에게 호가 하나 생겼다. '일각'이라는 호다(웃음). 난 오페라계를 대표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주장을 '일각'이라는 소수로 치부한다. 그래서 '일각 박현준'이 됐다.

'용감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란 칼럼을 썼다 
ㄴ 김종덕 장관은 현장이 강조되는 공연, 예술분야가 아닌 산업디자인 교수다. 오페라단, 영진위, 문화예술위원회, 부산국제영화제, 저작권 협회 등 많은 단체에서 인선과정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예술이 관치행정을 받으면 창조성이 안 나온다. 예술위원장, 단장의 일반적인 임기가 3년이다. 단체장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만들어 장르별로 의견을 수렴해 그것을 이끌어 가야한다.

이번에 임명된 김학민 단장에 대해 오페라계의 반응은 어떠한가.
ㄴ 김학민 현 단장은 엄밀히 말해 오페라계 사람이 아니다. 고려대 영문과, 텍사스에서 오페라 실기박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오페라를 업으로 사는 사람으로서 나에겐 오페라 실기 박사학위는 생소하게 들린다. 

   
▲ 인사동에서 시위하는 박 단장 ⓒ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국립오페라단 인선문제는 작년부터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0년 클래식계 역사상 처음으로 예술인들이 거리에서 시위했다. 무대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오죽했으면 거리로 나갔겠나. 우리 예술인들은 시위에 익숙하지 않다. 지난겨울에 이런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저번사건을 계기로 추천위를 통해 의견을 받던지, 아님 인사 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다. 누가 되고 누가 안 되는가가 문제가 아니다.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줬으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과거에는 김자경, 김봉임, 오현명 선생님 등 원로성악가들이 오페라계를 지켜왔다. 오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다. 민간주도로 오페라계가 돌아갔었는데 김대중 정부부터 오페라단이 정치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정치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예산도 많이 얻는 장점도 있긴 했다. 그러나 이때에 임의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져 중견 오페라인들이 배제됐다. 실력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배제된 것이다.

   
(왼쪽부터) 김학민 현 단장, 한예진 전 단장

지난해 물러난 김의준 전 단장도 경영인 출신이었다. 계속 음악인이 아닌 경영인을 국립오페라단장에 임명되었다. 음악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국립오페라단을 운영하니 자꾸 트러블이 일어난다. 국립오페라단의 제작비용은 민간단체의 2배 정도 든다. 그러나 2배 이상의 가치를 못한다. 그 돈으로 오페라 아카데미나 후배양성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한예진 전 단장의 경우, 대부분의 오페라인들이 반대했다. 지난 겨울 1인 시위부터 광화문에서 시위콘서트까지 개최하면서 반대했다. 당시 주장했던 것은 개인에 대한 미움? 그런 반대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시위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 등을 거치면서 계속 국립오페라단장이 공석이기도 했고. 김학민 현 단장도 인선제의가 있었으나 당시 고사했었는데, 성악계에서는 그 결정을 높이 봤었다. 그런데…이번에는 왜 수락했는지 궁금하다. 

   
 

지난 1일 토론회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는가?
ㄴ 오페라계 내부에서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퍼져있다. 생업에 주력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서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다. 오페라계 사람들이 막 동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생업을 팽개치고 나서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뜻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왔다. 언론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무엇이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ㄴ 눈앞의 이익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10년, 20년 후에 더 큰 자산으로 돌아오겠지 않겠나. 유학 갔다 온 친구들이 수천 명이다. 이런 실력 있는 친구들이 분유 값이 없어 쩔쩔맨다. 오페라 지원금을 주는 것보다 오페라 시장이 활성화되는 방향을 찾아한다고 본다. 밥을 한 끼 사주는 것보다 밥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낫지 않나. 시장이 활성화되는 정책을 내놔야 되는데 지원금이나 인사문제에만 신경을 쓴다.

눈앞에 사건들만 해결하는데 급급하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연극계의 '故 김운하 사건'도 마찬가지다. 예산을 가지고 있다가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풀지 않았나. 애초에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하는 것이 정부다. 답답하다.

오페라는 세계적인 페스티벌 콘텐츠다. 오페라페스티벌 하나로 도시가 먹고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한국이 동북아 오페라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오페라 축제라는 문화상품을 만들어야한다고 본다. 우리에겐 중국이라는 떠오르는 시장이 있다. 자동차만 파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페라를 상품화하자. 유럽에 가지 말고 우리나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고 사람이다. 큰돈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 인재가 필요하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ㄴ 현장성 있는 전문가를 만나고 싶다. 토론회, 포럼 등 이야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골라서 이야기를 듣지 말고(웃음). 그리고 인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립오페라단은 경력을 쌓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오페라계를 만나고 싶다…(끝) 

* ②편에서 '오페라 융성을 위한 아리아' 다음 연재가 계속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화뉴스 조현제 기자 jhj@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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