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41 '택시운전사'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한국 현대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반드시 기억해야할 역사적 사건 중 하나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수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실제 겪었던 분들, 그리고 그 외 관객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엔 매번 부족했다. 그와중에 이 소재를 사용해 색다른 관점을 선사한 영화가 지난 2일 개봉했으니, 바로 '택시운전사'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택시운전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군함도'에 이어 모든 이의 관심을 받고 있는 '택시운전사'를 본 소감을 알려달라.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택시운전사 '이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대중영화들을 보면 항상 무언가가 아쉬웠다. 이 역사적 사건의 상징성과 아픔을 공유하자는 의도는 좋지만, 전개나 연출 면에서 2% 부족했었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던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제3자인 '피터'와 '만섭'이 바라본 광주, 그리고 다른 영화들에 비해 실제 고증이 잘 되어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상당히 어필 할 수 있는 강점이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여타 영화처럼 무거울 수밖에 없는 '뜨거운 소재'를 담았지만, 포스터 속 송강호의 미소처럼 '희망'이라는 요소가 공존한 영화였다. 장훈 감독은 뜨거우면서도, 차가워질 때는 냉정해지는 연출을 선보였다. 또한, '화려한 휴가', '26년' 등 과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만들어진 상업영화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택시운전사'는 철저히 외부자의 시각으로 5.18을 체험하는 느낌을 줬다.

두 사람이 언급한 만큼, '택시운전사'만의 차별성이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반면에 '택시운전사'를 향한 아쉬운 점도 없잖아 있을텐데 두 사람의 생각은 어떤가?
ㄴ 석 : '택시운전사'가 많은 기대를 받았던 만큼, 아쉬웠던 부분 역시 존재했다. 상영시간이 137분씩이나 되기에 군데군데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대중상업영화의 압박이었는지, 극 후반에 등장하는 카체이싱 장면이 도리어 관객들의 감정 몰입이나 고증하기 위해 주력했던 영화의 접근 방식에 방해가 되지 않았나 싶다. '군인'이 검문소에서 택시를 보내주는 장면에서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이어졌다면, 극의 흐름이나 감정 흐름이 좀 더 매끄럽지 않았나 생각된다.

 

양 : 당연히 카체이싱 장면 때문에 쌓아 올렸던 감정선이 무너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적한다기 보다는 토마스 크레취만이 맡은 '피터'의 역할이 '평면적'이라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었다. 외부자의 시선 중 '김만섭' 캐릭터는 위르겐 힌츠페터가 택시를 타고 왔다는 설정에서 가져온 사실상 만들어진 인물이라 복합적인 심경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피터'는 실존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입체감보다는 기자정신이 투철한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으니 상대적으로 '평면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택시운전사' 두 명의 주연배우, 송강호와 토마스 크레취만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은 '택시운전사'를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ㄴ 석 : 송강호는 자신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이 '재미'라고 답했는데, 여기서 '재미'란 오락적인 요소 이외에 쾌감, 감동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를 포괄하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택시운전사' 또한 '재미있는 영화'라고 정의했다. 얼마 전 주변 지인들이 '택시운전사'에 대해 하나같이 "재밌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다. 이 영화를 두고 '재미'를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던 게 영화 주제나 소재 면에서 무겁다고 생각했는데, 송강호의 답변을 들어보니 그 또한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사커 대디' 답게 이번 영화에서 빼어난 드리블을 선보였는데, "예전에 축구를 잘했다"고 밝혔다. 

 

양 : 아침 일찍부터 만난 토마스 크레취만은 위트 있는 배우였다. 모든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했는데,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이야기는 이제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얼마나 잘 알려졌는지 모르지만, 세계에서는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만큼 알려져야 할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그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촬영 현장이 힘들었지만, 박찬욱 감독의 팬인 만큼 차기작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을 만나서 카메라와 영화 이야기를 했다는 그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그렇다면, '택시운전사'는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
석 : ★★★☆ / 한 사람이 내는 작은 용기의 중요성.
양 : ★★★☆ / 어떤 용기는 거짓을 이길 수 없다. 5.18에 대한 더 뜨겁고 냉철한 시각.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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