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정복, 김재범, 송영창, 김지호 연출, 서은지 음악감독, 윤안나, 김세동, 이창용, 조강현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등장인물에게 위로를 받고, 동시에 그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작품이다"

음악극 '올드위키드송'은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피아니스트 '스티븐'을 주인공으로 한다. 피아노 연주를 하면 매번 같은 부분을 틀리지만, 인간의 감정을 연주할 줄 아는 열정적인 음악교수 '마슈칸'과 피아노 연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음악의 즐거움을 잊어버린 피아니스트 '스티븐'.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주인공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통해 소통하고 성장한다.

12일 오후 음악극 '올드위키드송'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극 중 실제로 독일 가곡을 불러야 해 배우들의 발음을 교정해주는 독일어 선생님 윤안나 씨의 진행으로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다소 어눌하지만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공연을 소개했고, 이어 김지호 연출의 설명과 함께 장면 시연이 있었다. '마슈칸' 역의 송영창, 김세동, '스티븐' 역의 김재범, 박정복, 이창용, 조강현 배우가 차례로 시연에 함께했다.

   
▲ (왼쪽부터) 김지호 연출, 서은지 음악감독

'올드위키드송'은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달라.
ㄴ 김지호 연출 : 무대 위에서 독일 가곡을 들을 수 있는 드문 공연이다. (웃음) 마슈칸과 스티븐은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처음엔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면 결국엔 공통점이 존재하고, 그 공통점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면서 풀어지게 된다.

연극이지만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ㄴ 서은지 음악감독 : 음악극인 만큼 공연에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곡이 슈만의 '시인의 사랑'이다. 하이네의 '노래의 책' 중 서정적 간주곡 부분에 음악을 붙여 만든 곡으로, 낭만성과 비극성이 극대화된 독일 가곡이다. 청춘에 대한 허망함,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고통 등을 노래하고 있는데, '마슈칸'이란 인물 속에 슈만의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다. 다만 인물의 슬픔을 반어적인 곡의 분위기나 가사로 표현했다.

피아노 연주, 솔로 곡을 포함해 모두 15곡의 넘버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마슈칸이 4곡, 스티븐이 6곡 정도 노래를 부르고 길지는 않지만 네, 다섯 개의 연주곡이 있다.

ㄴ 김지호 연출 : 곡 수도 수지만 음악극이라고 칭했던 이유는 모든 장면에서 음악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에 보신 공연 중 암전이 가장 긴 공연일 수도 있다. (웃음) 답답하고 지루한 암전이 아니라 암전 속에서도 음악이 흐르기 때문에 음악을 느끼기 위해 꼭 필요한 암전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공연이 될 것 같다.

   
▲ (왼쪽부터) '스티븐' 역의 이창용, 조강현 배우가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가장 가사가 중요한 7번 곡 '나 원망치 않으리'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 배우들이 대다수인데 어느 부분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있는지.
ㄴ 서은지 음악감독 : 우선 독일 가곡을 부르는데 독일어 발음이 어려워서 따로 선생님을 모셨다. 배우분들이 워낙 노래를 잘하셔서 제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음악이 드라마와 최대한 밀접하게 연결을 짓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어떤 감정일지, 어떻게 노래를 하면 좋을지 감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음악과 드라마가 하나 되어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작품이 영화 '위플래쉬'와 비교되고 있다.
ㄴ 김지호 연출 : 구도가 비슷하게 보일 수는 있다. 음악을 사이에 둔 교수와 제자. 하지만 극적인 것을 풀어나가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 '위플래쉬'는 비현실적으로 보일 만큼 등장인물을 극적으로 몰아붙인다. '올드위키드송'에서는 긴장이 없을 것 같은 장면에서 긴장감을 주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데 큰 사건이 발생한다. 반어적인 요소가 매우 많다. 개인적으로 '위플래쉬'가 스릴러라면 '올드위키드송'은 우리 삶을 그냥 보여줄 수 있는 코믹 요소가 가미된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 직접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박정복 배우.

'올드위키드송'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ㄴ 송영창 : 시켜주셔서 했는데 이렇게 노래가 많은지 몰랐다. 피아노도 쳐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웃음)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성악 레슨도 받고 있다. 다양하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이 작품이 끝나면 진짜 뮤지컬 배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ㄴ 김세동 : '마슈칸'을 창조하는데 제 연극 인생에 좋은 공부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좋은 작품이라 배울 점도 많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낄 것도 많다. 고통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지만 (웃음) 음악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ㄴ 김재범 :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좋아서 선택하게 됐는데 연습을 하면서 처음에 읽은 것보다 더 깊이가 있는 작품이란 걸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기쁘게 연습하고 있다. 마슈칸과 매일매일 소통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분명 있지만, 좋은 작품이란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지고 있다.

ㄴ 박정복 : 대본을 보고 하고 싶단 생각에 임하게 됐다. 배울 것도 많고 평상시에 친하게 지내지 않은 것들이 많다. 공연 때까지는 좀 더 친해져서 좋은 공연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ㄴ 이창용 : 대본을 보자마자 울었다. 연습할 때마다 너무 좋다. 매 장면이 극적이고 스티븐이 보여줘야 할 장면들의 감정 높낮이가 굉장히 심하다. 배우들이 다 같이 잘 표현했으면 좋겠고, 그렇게만 된다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꼭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ㄴ 조강현 : 독일어도 많고 영어도 많아서 대본을 한 번에 못 읽었다. (웃음)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겨서 선뜻 선택하게 됐다. 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대본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골 국물이 우러나오는 것처럼 진해지는 작품이다.

   
▲ (왼쪽부터) '마슈킨' 역의 송영창, 김세동

영화나 드라마도 많이 해왔지만, 무대 연기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ㄴ 송영창 : 영화는 감독 예술, 방송은 작가 예술, 무대는 배우의 예술이란 말이 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배우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고 만족스러울 수 있는 곳이 무대인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무대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주로 정극을 해왔는데,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ㄴ 김세동 : 어느 것이 답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독일어도 음악도 모두 어렵다. (웃음) 음악의 중요성에 대해 제 인생에 있어 가장 크게 느끼는 시간인 것 같다. 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음악을 안다는 자체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있다. 어떻게 표현이 되든 간에 배우 인생에 그리고 개인의 인생에 굉장한 행운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대사량도 적은 편이 아닌데, 저를 챙기느라 고생하신 분들이 많아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웃음)

음악으로 소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뮤지컬 배우로서의 정체성과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ㄴ 송영창 : 묘하게도 뮤지컬을 많이 하게 되는데, 1997년 '브로드웨이 42번가' 작품을 할 때 노래를 정말 못했다. (웃음) 그 땐 평이 안 좋아도 그러려니 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노래 잘하는 배우들이 워낙 많아서 노래를 못하면 무대에 서기가 부끄럽다. 그래서 노래 레슨을 받았고, 성악 레슨을 받고 있다.

연극배우들은 노래를 배우는 일이 별로 없다. 나이 든 배우들도 꾸준히 노래 레슨을 받다 보면 어느 순간엔 발전해 뮤지컬 무대에서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연습이나 발전이 없으면 앞으로 무대에 서기가 더 힘들 것 같단 생각에 열심히 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중년 배우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많이 활동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 (왼쪽부터) '스티븐' 역의 박정복, 김재범, 이창용, 조강현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ㄴ 이창용 : '트레이스유'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무대에 선다. 대학원도 다녔고 작은 역할이지만 곧 개봉 예정인 영화 '오피스' 촬영도 했다. 소중한 시간이었고, 무대 위에서 굉장히 연기하고 싶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혼자 대사를 읽으면서 울고 있더라. 그런 간절함과 함께 그동안 무대에 올랐을 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익숙하게 여겼던 것들을 많이 반성했다. 무대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대사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며 열심히 연기해보겠다.

남성 2인 극이고 스승과 제자 구도란 측면이 전작 '레드'와 비슷하다.
ㄴ 박정복 : 남자 두 명이 나오고 스승과 제자의 소통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비슷한 맥락이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레드'와 비슷한 느낌이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연습을 하면서 대본을 깊게 보니 무척 다르게 느껴졌다. '레드'에서는 미술이 매개체였다면 '올드위키드송'에서는 음악이 그 역할을 한다. 단순한 차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건 대단히 큰 차이점이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느끼실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직접 오셔서 확인하셨으면 좋겠다. (웃음)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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