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 예술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축제는 항상 진화하는 생명체여야 하며 '시댄스' 역시 여전히 그러하다. 1998년 '시댄스'를 창설할 때의 취지, 즉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한 무용 예술의 보급과 확산, 인식 제고라는 과제는 지난 20년간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20년을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시댄스의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부터 어떤 방식으로 또다시 무용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지 기대하셔도 좋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7, 시댄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0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CKL 스테이지, 디큐브시티 프라자광장 등에서 열린다. 총 19개국 45개 단체가 참여한 40여 편이 공연된다.

'시댄스' 1998년 제13차 국제무용협회(CID-UNESCO, 이하 CID) 세계총회 서울 유치를 계기로 탄생해, 올해까지 75개국 394개 외국무용단, 528개 국내 무용단이 참가한 국제무용축제다.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인 이종호 '시댄스' 예술감독은 "1998년 무용평론가 생활을 쭉 할 때, 우리나라의 무용 현실이 사회·경제적으로, 국제화 마인드 부분 등에서 열악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니 만든 축제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축제를 통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자는 생각으로 해보니, 자연스럽게 축제의 프로그래밍이 한 가지 스타일이나 취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무용계 발전에 여러 가지를 조금씩 바꾸는 축제로 변하고 싶었다"라면서, "좋게 말한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부정적으로는 백화점식 나열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의 수준이 떨어졌고, 열악한 환경에서 그 방법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20년이 흐르는 동안 무용계의 전반적 수준도 높아지고, 관객도 예전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수적으로, 질적으로 향상됐다"라고 언급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17, 시댄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국제교류도 늘어났고, 다른 좋은 무용 축제도 여러 가지 생겼다"고 말한 이종호 예술감독은 "LG 아트센터 등에서도 양질의 선진무용을 보여주기도 했다. 환경이 달라졌는데, 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어떻게 '시댄스'를 만들지 고민했으나 쉽지 않았다. 지난 20년 동안 약간 계몽주의적인 면으로 축제를 이끌어갔다고 본다. 프랑스 리옹 댄스비엔날레도 한 번 할 때마다 100억 원을 쓰는데, 그 세계적인 비엔날레도 리옹 시민들이 현대무용을 잘 몰라서 시작한 것이었다. 피나 바우쉬가 춤이냐 할 정도로 인식이 낮아서, 그것을 고양하기 위해 시작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 그런 계몽적인 사고방식이 있는데, 이제는 그것을 벗어나도 될 것 같다"라고 말한 이 예술감독은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을 해왔는지 되짚어 본다면, 첫 번째로 우리 현대무용의 발전을 위해 주로 서유럽 중심으로 잘 만든 무용들을 한꺼번에 많이 불러와, 우리 무용가들에게 뭔가 배울 기회와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일반 관객에게도 현대무용이 재미없는데, 재밌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애를 많이 썼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이종호 예술감독은 "둘째는 우리나라에서 젊은 안무가들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라면서, "무용계 사정을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인맥이나 학연이 중심이 됐다. 교수님 중심으로 잘 크지 않으면,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나쁜 풍토가 있던 게 사실이다. 실력도 있지만, 정신이 자유로워, 학연과 인맥에 얽매이지 않는 무용가를 뽑기 위해 '젊은 무용가의 밤' 프로그램을 1990년대 후반부터 했다. 요즘은 많은 협회나 단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진행하지는 않는다"라고 전했다.

▲ 이종호 예술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세 번째로, 현대무용의 사회성,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절감하며 이것을 확산하는 방법을 생각했다"라고 이야기 한 이종호 예술감독은 "'춤추는 도시'라는 섹션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무대가 아닌 바깥에서 현대창작 무용을 보여주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보며 느끼고, 안무가들도 극장이 아닌 다른 공간이 연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공부할 수 있게 해줬다. 또한, 무용이라는 분야가 넓어지고, 융복합 다원예술도 많아졌지만, 2003년도에는 부족해 '시댄스' 속에 '디댄스'(DIDance, 디지털 댄스 페스티벌)를 몇 년 했다.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런 시도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무용의 안무 영역, 대중성 확보 문제로 2007년부터 '힙합의 진화'라는 프로그램을 했다"라면서, "우리나라 힙합 댄서들이 춤을 잘 추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는다. 그러나 유럽 힙합 무용가들은 예술작품으로의 힙합을 시도하고 있었다. 우리 현대무용가들도 힙합과 섞는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힙합의 기술로만 보여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힙합 출신 안무가도, 현대무용 출신 안무가도 잘 조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해서 외국에 나가 칭찬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힙합이 무용에 섞이는 것이 워낙 보편화했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종호 예술감독은 어린이·청소년 무용의 발전을 강조했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외국에 가면, 아동 무용 전문단체도 많지만,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세계적인 안무가나 단체들도 어린이 무용을 꾸준히 만든다. 선진국은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배려가 많다. 한국은 어린이 무용이 거의 없는 상태이며, 수준이 높은 안무가가 어린이 무용을 만드는 상태도 거의 없다. 그나마 아시테지 여름, 겨울 축제에 어린이 무용이 들어오는 형태다. 아동무용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은 재정적으로 힘들고, '시댄스'에서 1년에 1~2편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종호 예술감독은 이어 2011년 '시댄스'를 통해 소개한 '커뮤니티 댄스' 분야에 대해 언급도 했다. 그는 "'커뮤니티 댄스'를 예술축제에서 정식 보급한 건 저희가 시작이었다"라면서, "'커뮤니티 댄스'의 개념 정립이 안 될 때부터, '커뮤니티 댄스'가 가까운 장래에 블루오션이 되고, 예술적으로 중요한 것이 되리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국제 합작이다. 저희가 1998년 시작했지만, 1999년부터 외국·한국 안무가의 공동창작을 시작했다. 자랑 같은 말이지만, 합작 간에 다 세어보니 48건의 국제합작 공연을 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이종호 예술감독은 "마지막으로 외국 무용을 들여다보기만 하지 않고, 한국 무용을 외국 무용으로 보내려 했다"라면서, "무용 네트워크, 개인적 친분, 무용가의 높은 수준, 늘어나는 정부 지원 등 3~4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열심히 수출에 노력했다. 지금까지 계산해보니 37개국으로 무용단의 공연이 191회 이뤄졌다. 내년부터 '시댄스'는 큰 틀이 변하지 않지만, 건방주의적인 계몽주의보다 예술가와 '시댄스'의 정체성, 색채를 좀 더 강조하고 포인트를 주는 축제로 변화 주려 한다"라고 소개했다.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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