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웅균 예술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포스터가 제작해서 발표되기도 전에 표가 다 매진됐다."

29일과 30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 심산아트홀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열린다. 서초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뉴스, 아시아청년예술가육성협회, 카페 리세, 휴고홀딩스 미니런전동휠, 한국미용교육협회가 후원 및 협조하는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대표 작곡가 도니제티의 희극 오페라로, 돌팔이 약장수가 만든 사랑의 묘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시골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는 마을 지주의 딸인 '아디나'를 흠모하는 '네모리노' 역의 테너 김흥용, 에릭 이글레시아 페레,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이현주, 김은경, 동네 처녀 '자네타' 역의 소프라노 백자현, 이슬, 신기한 마법의 약을 파는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전태현, 이세영, '아디나'에게 고백하는 미남 장교 '벨코레' 역의 바리톤 차종훈, 조현일 등이 출연한다. 지난 22일 연습이 한창인 심산기념문화센터를 찾아 작품의 예술감독인 테너 임웅균과 러시아 국립연극원 기티스 오페라연출 전공 이후 20년 만에 첫 오페라 연출을 맡은 배우 박리디아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임웅균 예술감독이 오페라가수에게 디렉션을 남기고 있다.

'사랑의 묘약'은 어떤 작품인가?
ㄴ 임웅균 :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있다. (편집자 주 : 중세 유럽의 기사 '트리스탄'과 아일랜드 왕의 딸 '이졸데'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서양 로맨스 고전으로, 바그너가 동명의 오페라를 만들기도 했다) 작품에서 약을 마시면 사랑을 격정적으로 하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도니제티가 각색을 해서 코믹화했다. 코믹오페라이면서도 노말한 순수한 사랑이 등장한다. 흥겹기만 하지 않고, 의미를 부여한 작품이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가장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품이 됐다.

이 작품을 '테너오페라'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테너인 주인공 '네모리노'를 정점으로써, '네모리노'라는 청년이 사랑하는 '아디나'는 소프라노다. 여기에 바리톤 '벨코레'는 겉멋에 들고 허풍스러운 군인 배역인데, 재밌는 캐릭터다. 베이스 '둘카마라'는 흔히 말하는 약장수다. 당시 약장수는 오늘날 의학적으로 합법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흔하게 시장 바닥에서 만병통치약이라고 파는 스타일로 거짓말 섞어가며, 허풍을 떤다.

전체적으로 '네모리노'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작품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2막에서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이 대표적 아리아다. 그러다 보니 이 노래 하나를 듣기 위해 오는 관객도 많다. 명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수십편의 오페라 주인공을 했지만, 세계 최고의 극장인 메트로폴리탄에서 데뷔했던 이 오페라를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흔하게 이야기해 '대박'을 친 오페라다. 현재 살아가면서 너무 포장된, 있는 사람은 있는 사람들끼리, 권력 있는 권력 있는 사람끼리 만나는 사랑관, 결혼관이 이 작품을 통해 배워야 할 것도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을 공연하기로 선택한 이유는?
ㄴ 임웅균 : 이 작품을 선정한 이유는 여기가 심산김창숙기념관이라는 곳이다. 그분은 독립운동도 하셨고,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기도 한 성균관대 초대 총장님이다. 이곳에 서초문화재단이 들어와 있는데, 심산아트홀이 이번에 리모델링을 하게 됐다. 서초문화재단 박성택 대표이사가 지인인데, "이번에 좋은 작품, 의미 있는 공연이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오페라를 한 번 올리시면 어떨까요?"라고 해서, "좋습니다. 그런데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요?"라고 답이 왔다.

나는 요사이 느끼는 것이 클래식 자체의 청중이 정말 많이 감소했고, 로맨틱한 수준에 고급스러운 문화라 단정 짓기는 싫지만, 그러한 문화적 접근이 너무나 힘들었다. 그래서 예산을 맞춘다면 못 올라갈 것 같아 소극장용으로 내가 아는 사람들을 모으고, 현실적으로 A급에 해당하는 사람 모아서 해보겠다고 했다. 정말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예산을 가지고 하는데, 솔직히 작품은 1억 정도 들어갈 건데, 2,500만원 투자된 것이다. 2,500만원으로 오페라를 올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우스운 것이다. 나랑 연출자 비용만 줘도 끝날 것 같다. 나머진 봉사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웃음)

그런 의미로 우리가 참여한 건 아니다. 클래식의 어떤 꺼져가는 분위기를 조금 살리고, 이것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으면 분기별로 가서 외국에서 돌아온 기성 성악가나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참여했다. 박리디아 연출도 여기에 동조를 해주면서, 테너, 소프라노, 바리톤, 베이스, 합창단 등 모든 캐스팅이 당장 예술의전당에도 올라가도 될 수준으로 꾸려놨다. 박리디아 연출도 능력이 있어서 협찬도 많이 구해줘서, 소품, 분장, 외부 홍보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

그래서 작품 자체 출발이 좋다. 재미나 이야기인데, 포스터가 제작해서 발표되기도 전에 표가 다 매진됐다. 지난 19일 서리풀페스티벌 '테너 임웅균과 가을 클래식 여행'이라는 음악회를 직접 출연했는데, 그날 청중 1,000여 명 앞에서 "이렇게 서초구가 많은 문화적 행사를 하고 노력하는 와중에 서초문화재단에서 작품 '사랑의 묘약'을 직접 예술감독 한다. 29일과 30일에 하니, 많은 분이 지원하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다음다음 날에 다 매진됐다고 했다.

▲ 임웅균 예술감독이 연습실에서 직접 한 소절을 부르고 있다.

알고 봤더니 그날 음악회 참석한 사람들이 감동을 하다 보니 새 청중을 재창조한 것이다. 너무 기분은 좋은 면도 있는데, 염려도 된다. 너무 관심이 뜨거워서 걱정된다. 오늘도 원래 박리디아 연출이 맡을 시간에 1시간 일찍 왔다. 캐스팅의 하모니를 맞출 조를 짜야 하는데,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다.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까 고민했다. 어떤 사람은 소리 크고, 어떤 사람은 약한데 이걸 어떻게 할까 해서 창법까지 직접 손을 대고, 그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터치를 하다 보니 조금 마음은 놓였다. 많이 변했다.

그저께 연습할 때, 당황스러운 것은 너무 예쁘게만 하고, 너무 아카데믹하고, 너무 예술적 표현만 하려 했다. 이건 현장이다. 현장은 오페라의 장점이자 단점인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마이크를 안 쓰다 보니, 실제적 볼륨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극장이 새로 리모델링한 상태라 소리의 울림이 좋아지려면, 앞으로 한 10년은 걸릴 것이다. 습기도 완전히 다 빠져나가야 해서, 개선책을 찾아야 했다. 마이크를 썼다가는 난리가 날 것 같아서,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진 창법을 전수하기 위해 오늘 시연을 했다. 

여기에 박리디아 연출은 유능하다. 25년간 사제지간의 연을 맺었지만, 작품 운영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만족스러운 점이 이 극장의 단점을 장점으로 내고자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무대에서 내려와 마당놀이 비슷한 무대가 나올 것이다. 바닥에서 펼쳐지는데, 박리디아 연출의 아이디어다. 사실 당황스러운 것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고, 관중이 어떻게 받아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원래 예술감독과 연출은 신뢰해야 한다. 믿음이 무너지면 작품이 무너진다. 나는 박리디아 연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능성이 높겠다고 생각했다.

▲ 임웅균 예술감독(오른쪽), 박리디아 연출(왼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금 현재 객석이 층계 식으로 되어 있지 않고, 그냥 플랫이다. 극장은 보통 무대가 경사가 있어서 내려다보는 모양이 되거나, 2~3층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여기는 플랫이다. 나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연출가가 능력 있다. 그러다 보니 연출을 뽑은 예술감독도 능력이 있고, 제대로 된 것 같다. (웃음) 그래서 지금 잘 될 것 같고, 조명과 무대를 꾸며주는 무대디자이너분들도 적극적으로 해주셨고, 전부 여기 제자들이 있다. 각 대학에 강연을 나가는 친구들인데,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굉장히 가족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대표부에서는 연장공연이 가능하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당황스럽다. 연장 공연을 하려면 다시 예산 편성도 해야 하는데, 걱정되는데 잘 모르겠다. 매진의 매진이 일어나면, 브로드웨이의 '미스 사이공'처럼 20년 이상 공연하면 좋겠다. (웃음)

[문화's 픽업] '사랑의 묘약' 박리디아 연출 "마당놀이 같은 오페라 기대하세요"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