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 [문화's 픽업] 임웅균 테너 "오페라 '사랑의 묘약', 전석매진의 비결은?" ① 에서 이어집니다.
29일과 30일 양일간에 걸쳐 서울 서초구 심산기념문화센터 심산아트홀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이 열린다. 서초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뉴스, 아시아청년예술가육성협회, 카페 리세, 휴고홀딩스 미니런전동휠, 한국미용교육협회가 후원 및 협조하는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 대표 작곡가 도니제티의 희극 오페라로, 돌팔이 약장수가 만든 사랑의 묘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시골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는 마을 지주의 딸인 '아디나'를 흠모하는 '네모리노' 역의 테너 김흥용, 에릭 이글레시아 페레,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이현주, 김은경, 동네 처녀 '자네타' 역의 소프라노 백자현, 이슬, 신기한 마법의 약을 파는 '둘카마라' 역의 베이스 전태현, 이세영, '아디나'에게 고백하는 미남 장교 '벨코레' 역의 바리톤 차종훈, 조현일 등이 출연한다. 지난 22일 연습이 한창인 심산기념문화센터를 찾아 작품의 예술감독인 테너 임웅균과 러시아 국립연극원 기티스 오페라연출 전공 이후 20년 만에 첫 오페라 연출을 맡은 배우 박리디아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오페라 연출을 맡은 소감은?
ㄴ 박리디아 : 러시아 국립연극원 기티스 오페라 연출 전공을 맡았다. 당시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졸업작품처럼 해서 연출을 해 봤는데, 그다음에는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작품으로 오페라 연출로 출사표를 던졌다고 본다. 사실 오페라계에서도 오페라 연출이라는 자리가 훌륭한 분들이 계속하고 계시고, 많이 나오고 있지만, 존재 속의 부재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영화감독이나 연극 연출가가 오페라 연출을 맡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내가 첫 연출을 맡게 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예술감독인 임웅균 교수님이 굉장히 새로운 시도로 나를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꿈꾸면서 나를 부르시지 않았나 싶다. 뭔가 참신하고, 새롭고,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연출가가 오페라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셔서 이번에 기회를 주시지 않았나 생각한다.
임웅균 : 부연을 하자면, 박리디아 연출은 뮤지컬을 많이 연출했었다.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는 음향의 차이다. 예를 들어, 지금 연출과 2중창을 한다면, 뮤지컬은 서로 쳐다보면서 한다. 마이크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페라는 서로 쳐다보면서 하면 관객이 앞에 있기 때문에 소리가 나가지 않는다. 그 차이만 있다. 무대의 동선에서 청중을 바라보는 것만 잘 선택한다면, 뮤지컬 연출가가 더 버라이어티하게 무대를 장악할 수 있고, 조명, 의상, 디자인 계통 출신은 오히려 한 수 위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점을 노렸다.
그래서 박리디아 연출에게, 소신껏 연출하되 오페라는 무선 마이크를 쓰지 않고, 2중창을 하더라도 얼굴을 한 번 본 후에 청중으로 돌아가게끔 유도를 하라고 했다. 그것만 한다면 굉장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이라 봤다. 그것만 숙지가 완전히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임웅균 예술감독이 '마당놀이'처럼 공연을 하겠다는 언급을 했다. '사랑의 묘약'을 연출하면서 어떤 점에 포커스를 뒀나?
ㄴ 박리디아 : 나는 배우 출신이고, 모델 출신이라는 베이스가 있다. 내 안에 체화된 것인데, 굉장히 스타일리시하다. 세련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양식적인 부분이 있다. 이 극장이 내 스타일의 양식을 보여주기에 너무 전형적으로 생겼다. 오히려 블랙박스 시어터(편집자 주 : 무대와 객석을 변형할 수 있는 극장 형태) 같은 곳을 가야 내 스타일이 나오는데, 너무 전통적인 강연장 형식의 극장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박리디아라는 사람이 연출하는데, 기존의 똑같은 연주회 같은 스타일을 보이면, 그것은 의미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싶었다. 더구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너무나 잘 알려진 대중적 작품으로, 그런 전통 관념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 지점은 이번 공연은 서초구민을 위한 무료공연인데, 무료공연이기 때문에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괜히 무료공연이니 허접스럽게 만들어서 대충 보여주는 것이라면, 시민에 대한 존경심도 떨어지는 것이다. 무료공연일수록 관객을 굉장히 존경해주고, 더더욱 실험적인 것에 도전할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로, 여기에 '시민과 함께'라는 이라는 말이 붙었기 때문에 가깝고, 친절하고, 친숙함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아주 멀지 않고, 바로 앞에서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전통 마당놀이 개념이 들어오면, 바로 앞에서 엄청난 오페라 아리아를 들을 수 있고, 오페라가수가 내 옆에 바로 앉아 있고, 손 하나만 뻗으면 바로 만질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시민의 마음으로 들어가, 편하고, 친숙한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다. 그 세 가지 의도가 이러한 무대를 만들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도와주시는 스태프와 연주자 등 모든 분이 예술감독과 함께 무대에 대한 굉장한 호기심과 기대감, 설렘이 있다. 과연 어떨까? 한 번도 이런 무대에서 해보지 못한 두려움이 있는데, 굉장히 재밌을 거란 생각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나 또한 역시 그렇다. (웃음) 일단 아주 친절하고, 바로 앞에서 가깝게 오페라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정말 간절히 희망하고 바라는 바가 있다. 결과는 관객분들이 평가해주시는 것이다.
또한, 동선 자체가 예술감독님 말씀처럼 오페라는 왜 항상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는 알고 있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깨트릴 수는 없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3면을 둥글게 말아놓으면, 오페라가수 분들이 습관처럼 앞 정면만 보고 노래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것 같았다. 내가 부르는 그곳이 정면이 될 것이다. 관객이 정면 앞에 있고, 뒤를 돌아도 정면에 있다. 이런저런 동선에 구애받지 말고 편하게 움직이면, 관객이 보게 된다.
다른 연출 요소는 무엇이 있나?
ㄴ 박리디아 : 요소요소에 장치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무대장치가 아니라 극적 장치다. '사랑의 묘약'은 사랑 이야기지만, 가족오페라여서 7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다. 작품에는 '신드바드'도 나오고, '피터 팬'도 출연하고, 피에로, 키다리 아저씨도 나온다. 아이들에게 동심을 주는 동화 속 인물이 튀어나온다. 병사도, 마을 사람도, 관객도 들어 오면 친근하게 이야기해 주는 '놀이동산의 가이드'처럼 멀티풀한 장치를 배정해놔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페라가 정말 이렇게 재밌고, 쉬울 수 있구나, 편안하게 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사랑의 묘약'은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다 보니 자막이 없이 관람이 어려울 수 있다. 이번에는 큰 프로젝터를 가져와서 커다랗게 자막을 좌우로 설치했다. 스크린이 따로 내려오지 않는다. 극장 벽에 시원하게 쏴주면서, 자막 시야를 확보해주는 동선을 잡아봤다. 중간에 약장수인 '둘카마라' 역할 하시는 분이 멋진 아이디어를 주셨다. 중간에 우리말로 깜짝 선물하는 장면인데, 이런 요소요소가 편하고, 쉽고, 재밌다. 또한, 퍼포먼스로 1시간 30분 공연 시간에 화가가 등장해 아무것도 없는 도화지에 스케치부터 시작해 그림을 완성한다. 그 그림은 '사랑의 묘약' 소재가 된 '트리스탄과 이졸데'다.
무료공연으로 이뤄지는데, 이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 같다.
ㄴ 임웅균 : 원래는 하면 안 된다고 본다. 무료공연이 만들어지는 패턴이 60년 이상 했다. 초대권이 남발되고 하다 보니, 예술가가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 대학교 교수인 나 같은 경우에나 월급이 제대로 고정적으로 나오지만, 시나리오 작가 중엔 굶어 죽은 친구도 있고, 지금 영화가 잘된다고 하지만 주연 배우가 아닌 이상 연간 300~400만원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사회에서 공짜를 말하니 문제는 있다.
지금 공연도 저기 연습하는 친구들에게 지급하는 액수가 정말 저렴하다. 그래서 "이걸 장기공연으로 해서, 가치를 올려봐라. 그래야 이것도 비즈니스 거래이니, 처음부터 고액을 요구하면 되겠니?"라고 말하니 이들이 웃었다. 원칙적으로 무료를 하면 안 되고,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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