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세계사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계속 '철기 시대'였다."

최근 들어 미국 역사가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주창한 '빅 히스토리'를 비롯해 세계사 교육에서 과학과 인문학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철의 시대' 또한 역사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철의 기원과 성질을 물리학, 화학, 천문학을 끌어들여 살펴본다. 철이 산소와 결합하기 쉽다는 성질은 제철의 기초 원리로 이어지며, 지구 내부의 철 성분 때문에 지구 자기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나침반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밑바탕이 된다.

이러한 과학 지식은 우수한 철제 무기를 앞세워 대제국을 건설한 몽골, 대양을 항해해 아메리카를 정복한 유럽인 등 역사적 사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철기 문명의 흐름을 좀 더 넓은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철의 제국' 히타이트, 유럽보다 천 년 앞섰던 송나라의 제철 기술, 산업 혁명의 원동력이 된 철도와 증기선 등 역사의 전환기에는 항상 철이 있었다. 작가 강창훈은 철의 발전 과정을 따라 지역과 시간대를 넘나들며 세계사를 새롭게 서술했다.

서아시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철기가 세계 각지로 전파되고, 중국에서 기술이 발전되어 한나라와 몽골 같은 대제국이 건설되었으며, 중국보다 뒤처졌던 유럽이 중세 이후 급격히 기술을 발전시켜 산업 혁명을 선도하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전 세계를 석권했다. 철과 인류 문명이 주고받은 영향에 주목함으로써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세계사를 읽어 낸 것이다.

또한, 터키에서 발견된 최초의 제련 흔적, 현대 기술로도 복원할 수 없는 인도의 강철 검, 시속 19㎞로 달리는 당대 가장 빠른 기관차 등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던 내용까지 담아내어 흥미를 돋운다.

'철의 시대'는 인간이 철로 이룩한 업적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철을 잘못 사용해 일어난 문제도 진단한다. 철이 오랫동안 널리 쓰였던 배경에는 끊임없이 강해지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이 있었고 때로 욕망이 지나쳐 철을 파괴의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특히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는 현재 전 세계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했다.

다행히 사람들은 해결책을 고심하고 있다. 제철소에서는 공해 물질을 줄이고 고철을 재활용하며, 과학자들은 철로 지구 온난화를 해소하고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없을지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철의 시대'는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객관적으로 알려 줌과 동시에 철을 어떻게 잘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길 제안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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