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공연 장면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만화보다 더 만화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극이다."

바야흐로 멀티의 시대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는 드라마, 공연은 일방향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일례로 지난 2월 19일 방송한 MBC 드라마 '킬미힐미'의 14회 방송을 보자. 설을 맞아 출연진들은 방송 도중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간 금기시되었다. 자칫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고 드라마라는 특성을 반감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참신하다며 환영받았다.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것은 비단 드라마와 같은 방송 매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극이 진행되는 연극과 뮤지컬의 경우 그 정도가 드라마보다 오히려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관객 참여'는 여러 공연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음악극 '유럽블로그'의 경우 길거리 공연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돈을 걷는 시늉을 하는데, 실제로 관객들의 참여가 더해져 장면이 완성됐다. 공연 기간 중 초콜릿, 과자, 심지어는 현금까지 여러 가지 물건들이 모였고 공연이 끝난 후 일부를 기부하는 훈훈한 결말을 맞았다. 이처럼 극의 장면 장면을 관객과 함께 풀어감으로써 관객의 재미와 호응도를 높이고 있다.

   
 

관객 참여가 공연의 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특히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이하 소뿔)'이 눈에 띈다. '소뿔'은 누군가에 의해 전국적으로 소뿔이 잘려져 나간다는 내용의 공연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공연을 하루 앞둔 리허설 중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배역을 맡은 배우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연극이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기묘한 사건들이 '극중극중극'이라는 삼중의 액자구조에 더해져 작품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공연 장면

'소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여느 극장처럼 무대를 중심으로 의자가 놓여있기는 하지만, 객석 가운데는 극 중 공연감독의 자리가 배치돼 있다. 공연이 극중극인지 실제인지 혼란스러울 때 감독은 컷을 외치며 무대로 뛰어 내려간다. 배우가 객석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관객들 사이에서 종이로 인쇄된 호외를 뿌리기도 한다. 화룡점정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후창 하게끔 하는 장면이다. 배우가 관객과 선창과 후창을 번갈아 할 때 관객들은 단순한 '관객'이 아니라 극 안에 존재하는 '목격자'가 된다. 이는 무엇이 공연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게 만들어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공연 장면

또, '소뿔'은 공연 전후로 배우들을 공연장 밖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배우들은 로비를 자연스럽게 거닌다. '소뿔'은 모든 출연 배우들이 객석을 통해 공연장을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같은 연출이 관객들이 자연스레 배우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배우들이 조금 전까지 연기했던 사람들이란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공연장에 서 있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막이 내림으로써 극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자연스레 이야기를 연장하고 그에 따라 작품 은연중에 숨겨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 연극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공연장 모습

한편, '소뿔'은 무협 액션 판타지라는 기묘한 장르를 선택했는데, 무대에 설치된 사각의 링 위에서 태권도, 유도, 가라데, 당수도 등이 뒤섞인 무술과 권법을 쇼하듯 선보인다. 극 중 공연감독의 말처럼 작품은 '쇼 연극 퍼포먼스'를 지향하는데,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객들이 웃다가도 "어라?" 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를 제공한다. 이는 관객이 단순히 보기만 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는 스스로 이야기를 연장케 하는 연출 방식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낸다.

관객 참여가 여러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회적인 이벤트석에서 벗어나 한 장면이 오롯이 관객과의 호흡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기만 하는 연극에서 실제로 참여하고 그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선택해 보는 건 어떨까.

  * 연극 정보
  - 연극제목 :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
  - 공연날짜 : 2015. 3. 12 ~ 29.
  -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 작가, 연출 : 최치언, 김승철
  - 출연배우 : 신현종, 김수현, 김성일, 이형주, 민병욱, 박완규, 한보람, 김관장, 이준혁, 박시내, 유지혁, 김민태, 한일규, 김민재, 이해미, 김동훈, 임지성, 유혜원, 황세희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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