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장르를 만들고자 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면서 많은 작품이 사랑받고 있지만, 가족 뮤지컬은 아직도 우리에게 생소하다. 유아, 아동 공연과는 전혀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족 뮤지컬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 가족이 모여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공연됐다. 바로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원작으로 하지만 동명의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다른, 국내 제작진에 의해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재탄생한 작품이다. 제작총괄을 한 N.A 뮤지컬컴퍼니 태양섭 대표는 "가족이 함께 즐기고 감동을 하는 작품을 우리의 기술력을 통한 콘텐츠로 제작해 좀 더 정서에 맞는 작품을 만들고, 주된 관객층이 20~30대에 머무는 것에서 떠나 청소년이 혹은 가족이 합리적인 관람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서 창작뮤지컬 '레미제라블'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본 공연과 같이 진행된 전막 시연 이후 김재한 연출은 "열악한 환경이지만 저희 뮤지컬이 세계로 향하는 작은 꿈을 꾸고 한 발짝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스태프진과 배우들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질의응답에는 김재한 연출, 송현지 예술감독, 황태승 음악감독, 권한준 안무감독, 배우 권한준, 정찬우, 김형곤, 최지현이 참석했다.

   
▲ (왼쪽부터) 정찬우, 권한준, 최지현, 김형곤
원작 이야기가 길고 방대하다. 100분 남짓한 시간에 담아내기 힘들었을 텐데 연출할 때 주안을 둔 점과 작품을 통해 관객이 느꼈으면 하는 점을 말해달라. 

ㄴ 김재한 연출 : 빅토르 위고의 5권짜리 원작 소설을 읽는 게 가장 힘들었다. (웃음) 양이 너무 많아서 줄이는 게 힘들었다. 그런데 어린이를 위한 베스트셀러로 한 권짜리 레미제라블이 있다. 한 권에 무슨 이야기를 담았을까 해서 많이 참고했다. 인물들의 내면보단 이야기의 배경, 대중이 알 수 있는 주요 사건들 위주로 편집했다.

요즘 좀 어렵다. 많은 분이 지치고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여러 벽을 부딪치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시작해'란 넘버처럼 다시 한 번 힘내서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데 주력자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다.

이전 공연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ㄴ 김재한 연출 : 레미제라블 마지막 이야기는 사람,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다만 역사적 배경 때문에 그 이야기가 뒤로 가려진 것 같다. 결국, 사람이고 사랑이다. 코제트와 마리우스는 혁명이라는 배경 속에 사랑을 항상 가슴에 가질 수밖에 없는 젊음의 상징이라고 생각해 이들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2막에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집중된 것 같은데, 그를 의도한 건 아니었고 원작과 가깝게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2막만 잘라서 코제트, 마리우스, 에포닌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다.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음악 작업도 많이 신경 썼을 것 같다. 
ㄴ 황태승 음악감독 : 힘든 작업이었다. 한 달 동안 오케스트라 편곡을 새로 했고 새로운 곡도 추가하면서 3주 동안 잠을 거의 못 잤다. 별 큰 문제없이 공연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멜로디 위주의 곡에 큰 힘을 실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 속에서 극을 표현하고 싶었다. 현악기 위주로 곡을 편곡하고 작업하면서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에 멜로디를 실었다.

레미제라블은 라이선스 뮤지컬로도 굉장히 유명하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그리고 창작뮤지컬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무엇인지. 

ㄴ 송현지 예술감독 : 라이선스 뮤지컬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외국 내에서 안무, 음악, 각색을 통해 뮤지컬화 해서 만든 것이다. 저희는 역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우리나라 음악, 안무, 각색 등 우리나라화해서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레미제라블은 좀 가볍게 누구나 뮤지컬이란 장르를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소스를 갖고 가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힘들게 다가서는 뮤지컬이 아니라 뒤돌아보면 '저 뮤지컬은 온 가족, 친구들이 쉽게 다가가서 볼 수 있는 작품이야'란 생각이 들게 관객들과 가볍게 감정, 감동을 나누고 싶다. 그렇게 접근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다.

   
▲ (왼쪽부터) '자베르' 역에 정찬우, '장발장' 역에 권한준
2008년 초연 때부터 장발장 역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ㄴ 권한준 : 워낙 많은 양의 작품이기도 하고 죽음, 사랑, 혁명, 평등, 자유 등 아주 무거운 주제가 많다. 원작도 대단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번역해서 노래하고 연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안에서 공통적인 것도 찾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느낌이 강렬한 것 같다. 자유, 평등을 외치는 인물들의 감정이 극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잘 전달된다면 빅토르 위고의 정신도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 제작할 때부터 참여했었다. 그동안 작품을 거쳐 간 배우들, 스태프들이 많이 기억난다. 저 혼자 살아남은 것 같아서. (웃음) 그 배우들의 열정과 노력 때문에 지금까지 이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대에서 훨씬 더 감동이 있다. 개인적으로 바라기는 새로운 장발장이 들어올 때까지 작품이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남아있으면 좋겠다.

두 번째 뮤지컬 무대다. 
ㄴ 김형곤 : 전 작품은 주연이었지만 무대가 작았고 현대 로맨스 물이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연기하는 건 처음이고 신인이라 어려운 점이 매우 많았다. 동작이나 시선 처리가 가수로서 하던 동작들이 배어있어서 빼느라 힘들었다.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고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이끌어주셔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뮤지컬 배우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가수들이 뮤지컬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뮤지컬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ㄴ 정찬우 : 요즘 세태가 그런 것 같다. 예전에는 작품에 모든 걸 걸었다면 요즘엔 흥행에 그런 것 같다. 어렵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기존의 뮤지컬 배우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위치적으로는 소외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형곤 배우는 자기가 원서를 접수하고 1차부터 배역 오디션까지 다 소화해서 캐스팅됐다. 그 마음이 아주 예뻤고, 저런 친구들이 뮤지컬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뮤지컬 정보
   - 제목 : 레미제라블
   - 공연날짜 : 2015. 04. 01. ~ 30.
   - 공연장소 :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 원작 : 빅토르 위고
   - 작/연출 : 김재한
   - 출연 : 권한준, 안성빈, 정찬우, 이영수, 장대성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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