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주삼'(최용민), '박혜숙'(방은진), '김진구'(이종민), '백윤석'(강신일)이 '월요밴드' 탄생을 알리는 건배를 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슬픈 인연으로 자신을 해방한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전파상을 하며 사는 '백윤석'(강신일). 그의 아버지는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아들을 남겨놓고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의 간호사와 일본으로 도주한다. 백윤석은 서울대 법대를 다닐 정도로 엘리트였지만, 아버지의 도피로 중앙정보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간첩이라고 거짓자백을 하며 풀려난다.

그 후 군에 입대한 백윤석은 제대한 후에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어 꿈을 접는다. 결국, 아버지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김순임'(이정은)과 결혼해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색소폰 연주다.

한편 백윤석의 친구인 '김주삼'(최용민)은 영화감독이 꿈이었으나 지금은 폐업 직전의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김주삼의 아들 '김진구'(이종민)가 여자친구 '민경연'(조윤미)과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며 다투게 된다. 그들이 싸운 곳은 '박혜숙'(방은진, 남기애)이 운영하는 '첼로'라는 바였다. 이를 계기로 백윤석은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박혜숙을 30여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 '박혜숙'(방은진, 왼쪽)과 '백윤석'(강신일, 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백윤석은 이혼 후 혼자 사는 박혜숙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파킨슨병에 걸려 투병 중인 아내 김순임을 보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김순임은 박혜숙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가게 된다.

연극 '슬픈 인연'은 국립극단의 올해 기획 주제인 '해방과 구속'의 첫 작품으로 관객들 앞에 내놓은 작품이다. 사회와 시대가 준 아픔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하지 못하고 무의미한 생활을 한 백윤석이 아버지, 아내, 그리고 박혜숙과의 '슬픈 인연'을 통해 자신을 해방하는 내용의 연극이다. 이 작품은 시대적, 사회적 구속이 강력했던 1970년대의 아픔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고 살아가는 세대를 위한 찬가이기도 하다.

백윤석의 친구인 김주삼에게도 역시 아픔이 존재한다. 영화감독을 꿈꿨으나, 입봉 직전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무너졌던 그는 비디오 가게를 운영한다. 이마저도 불법다운로드 등 변화된 시대상으로 사라진 동네 비디오 가게의 하나가 됐다. 모든 비디오와 DVD를 처분한 후, 그는 상실과 과거 시대의 추억이 사라졌다는 현실에 슬퍼한다.

백윤석 역을 맡은 강신일은 '연가시', '전설의 주먹', '이끼' 등 다양한 흥행작의 씬 스틸러로 활약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색소폰 연주를 직접 연습을 통해 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주삼 역의 최용민 역시 연극 '맨 프럼 어스'에서의 연기를 이번 작품으로 이어갔다. 무거울 수 있는 연극의 분위기에 주인공과 비슷한 아픔을 겪지만, 그것을 밝게 승화하고 오히려 끙끙대는 주인공에게 일침을 가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 '김주삼'(최용민, 가운데)이 '월요밴드 콘서트' 시작을 알리고 있다.

또한,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 김순임을 맡은 이정은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그는 손을 떨고 가는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섬세한 연기를 펼치면서도 끝까지 남편을 생각하는 애절함 또한 담아냈다. 여기에 1993년 제29회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과 1992년 제16회 서울연극제 연기상을 받은 방은진의 박혜숙이 첼로를 직접 연주하는 것도 이채로웠다.
 

  * 연극 정보
   - 제목 : 슬픈 인연
   - 공연날짜 : 2015. 03. 20. ~ 04. 05.
   -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 작·연출 : 김광림
   - 출연 : 최용민, 강신일, 남기애, 류태호, 방은진 등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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