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수의 박윤희 작 이돈용 연출의 전기수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박윤희는 2007년 희곡 <피아노발레>를 시작으로 <이 서방 저승유람기> <전기수> <금강산려관>을 발표한 기대되는 극작가이다.

이돈용은 세종대 문화예술콘텐츠대학원 출신으로 극단목수 대표, 하남연극협회 이사, 인천 국제 이중 언어 연극제 집행위원을 역임한 배우이자 연출가다.

<전기수(傳奇叟)>는 고전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하는 사람을 말한다. 언문 소설을 잘 낭송(朗誦)했는데, 이를테면 '숙향전(淑香傳)', '소대성전(蘇大成傳)', '심청전(沈淸傳)', '설인귀전(薛仁貴傳)' 같은 것들이다.

매달 초하루에는 제일교(第一橋) 아래, 초이틀에는 제이교(第二橋) 아래 그리고 초사흘에는 배오개에, 초나흘에는 교동(校洞) 입구에, 초닷새에는 대사동(大寺洞) 입구에, 초엿새에는 종각(鐘閣) 앞에 앉아서 낭송했다. 이렇게 올라갔다가 다음 초이레부터는 도로 내려온다. 이처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가는 다시 내려오고 하면서 한 달을 마친다. 다음 달에도 또 그렇게 하였다. 워낙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곁에서 구경하는 청중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전기수는 낭송을 하다가 가장 중요하고 긴박한 내용에 이르러서는 문득 읽기를 멈춘다. 그러면 청중은 하회(下回)가 궁금해서 다투어 돈을 던진다. 이것을 일컬어 요전법(邀錢法)이라 한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중국으로부터 '삼국지(三國志)', '수호지(水滸誌)' 등의 소설들이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후 소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점차 증가됨에 따라 조선조 후기에 서울 거리엔 소설책 (이야기책)을 전문적으로 읽어 주는 <전기수>의 후예격인 강독사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강독사가 후에 무성영화시대에 이르러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웃기는 변사로 탄생된다.

   
 

연극 <전기수(傳奇叟)>에서는 무함으로 아버지와 가족을 죽게 한 원수를 갚기 위해 유일한 생존자인 딸이 남장을 하고 <전기수> 노릇을 하며, 원수인 판서 집에 들어가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판서집의 내당으로 한단 높이의 단과 창호지를 바른 격자무늬 창이 정면에 있고, 무대 좌우에는 인형극과 그림자 연극을 펼칠 수 있도록 역시 격자무늬 의 창을 가리개처럼 세워놓았다. 출연자들이 북을 들고 등장해 소리와 춤 솜씨를 보이고, 의상과 소품 또한 시대극에 어울리는 설정이고, 대사도 사극조(史劇調)로 연출된다.

어질고 바른 성품의 판서부인과 간교하고 요망스런 젊은 소실의 극적 대비라든가, 판서라는 서슬 퍼런 고위직이지만 여색 앞에서는 기를 못 펴는 친 대중적인 성격설정, 그리고 마님에게 얼토당토 않는 불륜행각을 펼쳤다고 고해바치는 몸종의 연기, 심청 아빠 심 학규, 뺑덕어멈이라든가 곽씨 부인, 춘향전의 등장인물, 그리고 하인들의 활달하고 명랑한 분위기 창출 등 연기자들의 열연과 호연 그리고 연출자의 기량이 감지되는 공연이다.

최근창, 이성경, 정연숙, 이현진, 고석진, 최윤서, 권현진, 동 하, 이경민, 주연아, 이은정, 박재원, 김민우, 김다정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일부 연기자의 1인 다 역의 능숙한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작곡 권성연, 안무 김현아, 연희감독 고석진, 오브제 박영희, 사진 연동흠, 무대감독 서영제, 진행 이승혁, 음향오퍼 송서하, 조명오퍼 전소현, 무대제작 근단목수의 목수들, 조연출 이내원, 홍보마케팅 한강아트컴퍼니 등 스태프 모두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목수의 박윤희 작, 이돈용 연출의 <전기수(傳奇叟)>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친 대중적인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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