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입문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 스스로 그만두는 모습을 지켜보며...

▲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그만두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아는 경우가 많다. 참고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08년 11월부터 뒤늦게 이 일을 시작, 2009년부터 본격으로 그라운드에 나섰습니다.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았지만,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국대회 결승전 등을 통하여 많은 선수들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프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9년째를 맞이한 짧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아마야구의 뒷이야기들, '김현희의 야구돌 시트콤'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5편은 한 권의 책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원고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편이 야구를 그만두려고 마음 먹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나오면 김대리 김과장이 쉽게 될까?
그라운드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야!

신인 지명 회의가 종료된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프로에 지명된 이들이 입단의 기쁨을 누리고, 각 구단마다 시즌 막바지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 기자에게 한 가지 소식이 전달됐습니다. 2~3년 후에는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전도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 야구를 그만 두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그 중에는 청소년 대표팀으로도 선발되어 고교 시절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던 이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앞서 먼저 야구를 그만둔 선배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1년이라도 일찍 사회에 뛰어들기 위해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은 경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중에는 재능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야구가 되지 않아 '홧김에' 야구를 그만 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사회에 나온 이들은 과연 '야구 그만두기 잘 했다.'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요?

본 필자는 이러한 생각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서적을 접했습니다. '핵공감 직장실화, 김대리 일기'라는 제목의 서적이 그러했습니다. 호기심에 구매한 서적이었지만, 반나절 만에 완독을 할 만큼 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사원이나 대리 입장에서 바라 본 일반 직장 생활에 대해 상당히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한편, 이제는 관리자 입장으로 접어든 본 필자도 어떻게 팀원들이나 동료들을 리드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직장 생활을 경험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왜죠? 왜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출근 시간 5분 늦어지는 것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면서 퇴근 시간 1시간 늦어지는 것에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하는지에 대한 내용 등 일반 직장에 다니는 '김대리/김사원'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법한 내용들이 등장합니다. 아마 학부모님들이라면 충분이 본 저서에 등장하는 내용을 100%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 운동에 열중했던 선수들은 이 책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해 줘도 얼른 이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작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영남대학교 박태호 감독님께서는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에서 은퇴한 이후 개인 사업을 하시면서 잠시 야구판을 떠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질긴 인연은 감독님을 가만 두지 않았고, 결국 모교 대구고 코치를 시작으로 다시 유니폼을 입으셨습니다. 당시를 떠올린 박 감독님은 "유니폼을 벗고 난 이후에야 유니폼에 대한 소중함을 알았다. 이제 나와 주변 상황이 허락되는 한, 절대 스스로 유니폼을 벗지 않으리라 결심했다."라며, 현재 이 순간이 매우 소중하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프로에 입문하여 그라운드라는 전쟁터에 있는 친구들에게 드라마 '미생'에 나왔던 대사 하나를 인용해 보고자 합니다.

"회사 안(선수들에게는 그라운드 안)이 전쟁터라고? 내쫓기 전에는 나오지 말아라. 밖은 지옥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뒤늦게 유니폼의 소중함을 알고 다시 프로나 모교, 혹은 독립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평생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만약에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기 바랍니다.

질문1)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 했는가? 지금 당장 유니폼을 벗어도 미련이 정말 없는가?“
질문2) "야구를 열심히 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납득할 만큼 야구에 미쳐 봤는가?"
질문3)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은가?"

이 셋에 대한 질문이 모두 YES라면, 야구는 잊고 실컷 놀아 본 이후 스스로에게 재질문해 보길 권합니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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