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오영진 작 송정바우 연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오영진(1916~1974)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를 거쳐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시절에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을 '조선일보'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고, 1938년에 <영남여성의 내방가사>라는 논문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작가가 되기 위해서 동경으로 건너가 동경발성영화제작소에 입사하여 영화를 연구하였다. 1942년 귀국하여 숭인상업학교에 근무하고, 1945년 조선민주당 조직에 참여했으며, 1950년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약칭 문총) 사무국차장에 피임되었다. 1952년 중앙문화사 사장 및 월간 '문학예술' 주간을 역임하였고, 그 뒤로도 예술원 회원·국제펜클럽회원, 국제연극인협회(International Theater Institute, ITI) 한국본부부위원장, 시나리오작가협회 고문, 국제대학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1942년에 처녀시나리오 <배뱅이굿>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맹진사댁 경>'를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선생은 안창호(安昌浩).조만식(曺晩植) 등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 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하다가 일본 경찰에 피검되기도 하였다. 광복 직후에는 평양에서 조만식의 측근으로 우익민족주의 정치운동을 벌이다가 월남하여 공산테러리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맨 적도 있을 만큼 철저한 항일반공투사였다. 정치에서 손을 뗀 뒤로는 희곡과 시나리오, 영화평론 등을 썼으며, 오리온영화사를 설립, 운영하였다. 6.25동란 중에는 월남문인들과 함께 문총북한지부(文總北韓支部)도 만들었고, 월간 '문학예술'지도 운영하였다. 전쟁 직후 미국을 시찰하였고, ITI한국본부부위원장으로 유럽도 여행하였다. 대표적 시나리오로 꼽히는 <시집가는 날>로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 희극 상을 받았고 <배뱅이굿> <맹진사댁 경사> <한네의 승천> 등 3부작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소재의 원천으로 한 작품이며, <나의 당신>이나 <허생전> 같은 작품은 고전소설의 현대적 재창조라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영진의 <살아 있는 이중생 각하>는 1947년 11월 초, 그가 평양에서 서울로 월남할 때 지니고 온 것으로, 1949년 6월, 극예술 협회에 의해 이진순 연출로 공연되었다.

무대는 쩍 벌어진 대청을 가운데로 사랑방과 안방이 보이는 주택이다. 하수 쪽에 대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고, 상수 쪽은 내실과 부엌으로 통한다. 울타리는 대나무로 조성되어 있다. 대청 오른쪽 낮은 탁자에 전화기가 놓이고, 방안에는 병풍이 보인다. 술상 바구니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주인공인 이중생은 전형적인 모리배로, 일제강점기 때에는 자신의 외아들까지 징용 보내는 등 친일행각으로 사리사욕을 꾀하고, 일본이 패망한 뒤에는 광복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기회로 온갖 비리를 일삼는다. 게다가 달러 융자를 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둘째 딸 하연을 원조기관의 미국인 직원에게 정부로 들여보내고. 자신은 장차 장관까지 될 것을 꿈꾸고 있었으나, 그의 온갖 비리가 하나하나 밝혀지며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한다. 업 친 데 덮친 격으로 딸 하연을 정부로 들여보낸 미국인 직원이 실은 사기꾼이라는 게 알려지는 장면에서 암전된다.

조명이 들어오면, 보석으로 나온 이 중생은 고문 변호사 최 씨와 짜고 재산을 지킬 방법을 찾다가 궁여지책으로 전 재산을 사위인 송달지의 명의로 돌리고 자살한 것으로 꾸민다. 그 이유는 의사인 송달지가 의술이 우수하고 사람됨이 성실하나, 다른 능력은 부족하기에 이중생의 충직한 재산 관리인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판단에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사망 진단서에 도장을 찍어달라니까 사위 송달지가 이를 거부하니, 이중생은 다른 도장으로 위조해 사망 진단서를 작성한다.

다음 장면은 자살로 위장한 이중생의 거짓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조문객이 올 때마다 죽은 체하며 누워있기를 수차례 하다가 국회특별조사위원회의 김 의원이 이중생의 집에 찾아온다. 김 의원의 등장으로, 재산을 지키고자 했던 이중생의 계획은 실패로 끝이 난다. 김 의원은 이중생의 사위 송달지에게 상속받은 재산으로 무료 병원 건립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부추기고, 평소 '의사는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지 장사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송달지는 이에 동조해, 김 의원의 무료 병원 건립 제안을 받아들인다. 김 의원이 퇴장하자, 병풍 뒤에서 나온 이중생은 길길이 뛰며 송달지와 최 변호사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을 어쩌랴?. 게다가 이 과정에서 최 변호사까지 화를 내며 퇴장한다. 이중생은 송달지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송달지는 묵묵히 욕설을 듣고 있다가 나라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말을 하니, 이중생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그때 징용 갔다가 10년 만에 돌아온 아들 하식이 집안의 정황을 듣고는 매부 송달지의 의견에 동조하며 아버지를 비판한다. 결국 거짓 자살극까지 꾸며가면서 재산을 지키고자 했으나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고, 아들에게까지 외면을 당한 이중생은 자살의 길을 택하는 것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장미자, 정혜승, 하덕성, 최승일, 유준원, 김미준, 현대철, 류지애, 박귀임, 이미애, 김 필, 안성헌, 김시영, 송영숙, 권용범, 김용운, 송민석, 신지현 등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 소속 연기자들의 탁월하고 출중한 기량과 경륜은, 이 작품에서의 성격창출이나 연기면 에서 국공립극단 공연에서보다 오히려 뛰어남을 드러낸다.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두 시간의 공연에 관객을 극에 완전히 몰입시키도록 만들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김용주, 음각작곡 신사빈, 의상디자인 홍정희, 어시스트 이원영, 분장 최 란·현상미·차소영·오하영, 조명감독 박진희·임일환, 조명크루 김종인·이지은, 조명오퍼 현진호, 음향오퍼 이규태, 기획협력 김대환, 조연출 진혜정·채동훈, 영상 김균열, 외쇄디자인 강동성, 무대제작 에스테이지, 진행 김경숙·박삼녕·홍하영·나하람·이지영, 인쇄 반석문화인쇄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강북연극협회 극단 삼각산의 창단 10주년 기념공연 오영진 작, 송정바우 연출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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