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 2+1계약 '1'에 대한 공개 검증하자"

   
▲ 주요철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 ⓒ 문화뉴스 DB

[문화뉴스] "이번 항의는 내 예술가 인생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2015년 11월 1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하 인천예술회관)에서 주요철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에게 '위촉(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당연 해촉 통보'라는 결정을 내린 날이다. 

이는 계약 만료 시점인 오는 12월 31일 이후 주요철 감독과 연장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알린 것이다. 그러나 주 감독은 인천예술회관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명확한 이유가 없다며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 감독은 "2013년 인천예술회관의 예술감독 모집공고 당시 위촉 기간은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로 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면접 당시 2년 우선 계약 후 1년 계약은 업무 성과를 보고 결정을 하겠다라는 말을 듣게 됐다. 큰 문제가 없었기에 수락을 했다"고 전했다.

   
▲ 주요철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이 제시한 채용계약서

실제로 지난 2013년 10월 21일 인천예술회관 공식홈페이지에 올려진 '예술감독 모집공고'엔 "위촉 기간은 위촉일로부터 3년 이내"로 되어 있었다.

또, 주 감독이 제시한 채용계약서 제2조(위촉) 2항엔 "위촉 기간은 2014년 1월 2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로 한다. 단, '예술감독'이 계약기간 동안 ▲수준 높은 공연, ▲단원 간 화합 등 성공적인 업무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할 경우 '관장'은 계약 기간을 1년간 연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주 감독은 "그동안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선보였고, 단원 화합도 좋은 상황에서 인천예술회관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에 "수준 높은 공연과 단원 간 화합이라는 내용이 모호하다"고 묻자, 주 감독은 "'수준 높은 공연'에 대한 반박자료"라며 그가 연출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 주윤철 감독이 설명한 수준 높은 공연 
 
지난해 5월에 열린 뮤지컬 <소금>은 이 시대 아버지상에 맞춰 조명한 작품이다. 한국연극협회에서 만드는 '한국연극' 지난해 6월호에 실린 남승연 평론가의 글엔 "극과 음악의 조화, 노래와 연기의 조화, 젊은 단원과 연배가 있는 단원들의 조화가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소금>에 대해 주 감독은 "국립극장에서 초청해 국립대극장에서 지난해 8월 말에 공연을 하려고 했으나, 공연비 800만 원이 없어서 포기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연극 '메데아 네이처'의 한 장면 ⓒ 인천시립극단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7일까지 공연된 <메데아 네이처>는 인천시립극단이 25년 동안 다루지 않았던 그리스 비극을 선택해 원작 '메데아'를 '에코 페미니즘'으로 재창작해 만들어졌다. 동시대 연극의 중심 흐름인 포스트모던한 공연이었다는 평. 본지 박정기 평론가는 "해외 유명 연극제에 출품해도 좋을 한 편의 걸작연극"이라고 칼럼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은경 연극평론가는 '한국연극' 올해 3월호를 통해 "시립극단이 모처럼만에 지역연극계에 토론 가능한 작품을 내놓았다"며 "시립극단의 변화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시립극단이 당연히 해야 했지만 하지 못했던 과감한 시도를 수행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주요철 감독은 "올해는 국제교류 프로젝트도 시도했다"고 추가 자료를 제시했다.

러시아 공훈 연출가이자 극단 유고자파드 예술감독인 벨라코비치 발레리 로만노비치(이하 발레리)를 초청해 <로미오와 줄리엣>공연을 지난 5월 인천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올린 것이다. '한국연극' 6월호엔 "동시대의 연극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국제교류를 통해 시극단이 글로벌한 극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내용의 평론이 선보여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주 감독은 "장기 대극장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관객 50%를 달성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며 "여기에 향후 예산이 확보되면 러시아와 인천시립 배우들이 한 무대에 서서 인천과 서울, 모스크바 예술극장, 인천 자매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 예술극장에서 공연하기로 잠정 합의를 했다.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 톈진 인민예술극원과 MOU 체결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 연극 '하얀 동그라미 재판' 포스터 ⓒ 인천시립극단

이어 주 감독은 "단순히 공연의 수준을 올리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세계 교육연극사상 유례없는 시도로 프로배우들과 함께 공연하는 청소년 극을 만들었다"며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시립극단의 배우들이 인천 지역 고등학교 30여 명의 멘토가 되어 워크숍을 진행하며 자신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확인할 기회를 만들어줬다. 손턴 와일더의 대표적 '우리읍내'를 고3 수험생들을 위해 공연했다. 한국교육연극협회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고, 올해도 브레히트의 세계적 명작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하얀 동그라미 재판'으로 각색해 지난달 말에 공연했다. 이 역시 청소년 희망자를 선별 모집해 인천시립 배우들과 같이 공연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주 감독은 "교육과 연극의 협력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갔다"며 "인하대와 MOU를 맺어 지역 내 대학생들이 좀 더 다양한 학문으로 예술을 배우고 인천시립극단 연출가와 배우를 멘토로 삼아 현장 실습을 해 예비예술가로의 발판을 다지려 했다. 교사 워크숍도 개최해 교사의 연극기량 향상과 학생 연극지도에 이바지를 했다. 그리고 지난 4월 초 교사들과 배우들이 합동으로 '한 여름밤의 꿈' 공연을 했고, 유료객석점유율을 70% 가까이 달성했다. 이는 서울 국공립기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인천 시민연극의 태동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털어놨다.

▶ 극단 배우들에게 주윤철 감독에 대해 묻다 

'단원 간 화합'에 대해선 약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천시립극단 활동을 해온 A 배우와 전화 통화를 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단원들의 불만이 없다. 전임 예술감독이 있을 땐 4~5개의 파벌이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힘이 들었다. 예술감독을 내보내 달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공식적으로 7년이 넘게 부임을 했다. 객원까지 하면 9년을 했다. 이번에 주 감독님이 오시고 난 후 극단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입을 열었다.

A 단원은 그 예로 "(주윤철) 예술감독님이 사비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두 번이나 방문해서 발레리 연출을 초청했다"며 "또한, 중국 톈진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도 자비를 들여 다녔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 수준에 대해서 "외국에 가서 공연을 많이 봤는데, 이전에 여기서 열린 공연과 매우 비슷했다. '메데아 네이처' 같은 경우는 아비뇽, 영국 에든버러에서도 충분히 좋은 평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다. 몇 년 더 극단에 계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묻자 A단원은 "최근에 예술감독님이 인천시립극단 전 단무장 B씨의 리베이트 재정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성립된 것 같다"며 "단원들과 그렇게 이야기를 해도 들은 척을 하지 않는다. 전 단무장 B씨가 옛날부터 전임 예술감독과 '짝짜꿍'이 맞았는데, 미국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도 일은 제대로 성사되지도 못했다. 예술을 하자고 모인 사람들인데, 감독을 보필해야 할 직책에 있는 사람이 감독님 부임하면서 '자기가 갑이다'라고 외쳤고, 감독을 가르치려고 했다. 안하무인이었다. 여기에 감사원들도 그렇고 모두 한통속"이라고 폭로했다.

주윤철 감독은 "지난 3월, 전 단무장 B씨의 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을 인천예술회관장에게 제출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B씨는 영어 뮤지컬 '애니'를 일체의 인천예술회관의 외부 승인을 받지 않고, 오히려 출장비를 받아 인천정보산업진흥원 기획 공연을 한 것으로 적혀있다. 주 감독은 "단무장의 직책에도 불구하고 주요 인천시립극단 작품 기획에 참여하지 않고, 국가의 돈을 낭비하고 사리사욕에 탐해 비리를 저질렀다. 또한, 극단 운영과 관련해 여러 문제점을 보였다. 이에 인천예술회관장이나 관계자에게 징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예술회관장으로부터 답변이 없자 주 감독은 지난 6월 인천시 감사관에 B씨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문제는 공교롭게도 B씨도 "주윤철 감독에 대해 감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감사관에 제출했다는 것. B씨가 이의를 제기한 내용은 '시립극단 사무원에 대한 폭언,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리 연출과의 공연계약 위반, 허위 수상경력 기재'가 감사 청구의 주 내용이었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조사한 끝에 인천시 감사관은 7월 28일 '인천광역시립극단 복무 등 제보사항 조사결과 통보'를 통해 B씨에 대해선 "부당하게 지급된 출장여비 4만 원은 회수하기 바라며, 부당 수령액의 2배에 해당하는 8만 원은 가산하여 징수하기 바란다"는 처분을 줬다.

또 주 감독에겐 "애초 계약 내용에 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할 경우 계약변경 등을 통해 계약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계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는 처분을 내렸다.

인천시 감사관은 "발레리 연출의 계약 기간은 4월 9일부터 5월 9일까지임에도 계약 내용과 달리 4월 16일에 입국해 29일에 출국하면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아니한 협력연출자 '막심노비코브'가 나머지 기간을 연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에 주 감독은 "인천예술회관이 발레리 연출에게 공연 시작 2개월 전에 계약된 금액(연출료 삼천 달러, 항공료 및 국내체제비 만천 달러) 50%를 선지급하고 공연종료 후 10일 이내에 나머지 50%를 지급한다고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그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 당연히 돈을 받지 못한 발레리 연출의 귀국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세금 22% 공제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다. 덕분에 만사천 달러의 22%를 발레리 연출이 받지 못했다. 나뿐 아니라 인천예술회관, 인천시립극단의 국제적 영향에도 타격을 맞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무단원에 대한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평소에 욕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하다 보면 목소리가 높아지는 때가 종종 있는데, 그것을 폭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천문화회관은 9월 11일 인천시립극단 소위원회를 열고 주 감독과 B씨 모두 징계처분했다.

부당한 방법으로 출장수당을 받은 B씨에겐 견책을, 주 감독에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주요철 예술감독은 "당시 관계자가 단무장과 사무단원에게 폭언했다며 증거자료로 제출된 녹취록을 확인했는데, 욕설과 같은 폭언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당시 극단 단원들도 당연히 문제 삼을 부분인데, 징계를 준 것은 공무원의 직권 남용과 다름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징계처분 이후 지난 11월 17일 인천예술회관은 주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침을 내린다. 

신임 예술감독 선임 이전까지 객원 감독, 연출이나 훈련장이 예술단을 이끄는 형태로 꾸려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이전엔 정식으로 예술감독을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손덕인 인천예술회관 관장은 "극단 감독이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자의적인 판단이며 행정 소송이 온다면 절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견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한 바 있다.

주 감독은 현재 B씨와 인천문화회관 예술단운영부장인 C씨에 대해 무고죄와 협박죄 혐의로 고소장을 인천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C씨를 고소한 이유에 대해 묻자, 

"5월초 인천예술회관 관장실에서 관장과 C씨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발레리 연출 계약 관련 문제 제기를 했는데, C씨가 '자꾸 그런 식으로 이의를 제기하면 B씨에 대한 징계건과 B씨가 투서에서 주장한 내용대로 예술감독에 대한 징계를 같이 올리겠다고 협박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당시 VIP석 총 512석을 정상발권하지 않고 인천문화회관의 승인 없이 임의로 발권해 지인에게 배부하겠다는 등 인천시 감사관 조사 당시 제보하는 행위를 했다. 여러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B씨와 공모해 나로 하여금 징계처분을 할 목적으로 이를 기재해 인천문화예술회관장에게 제출해 징계를 받게 됐다. 이는 무고죄로 처벌되어야 한다"

주요철 감독은 "이번 고소는 내 예술가 인생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계약기간 동안 수준 높은 공연, 단원간 화합 등 성공적인 업무 성과를 거두었다고 판단할 경우'라는 모호한 기준에 대한 확실한 공개 검증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예술계 안팎에서는 이번 주요철 감독처럼 애매모호한 계약기간 설정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종종 보이고 있다. 화기애애(和氣靄靄)한 분위기 속에 극단을 꾸려온 사람의 입장이 '화기애매'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전문가들의 정성적인 평가와, 관계자 및 관객들의 정량적인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인사평가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한편, 주 감독은 1983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슬프게 하는가'로 이듬해 동아연극상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1985년 '무덤없는 주검'으로 역시 다음 해 동아연극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국내 최고참급 예술감독이다. 극단 광장과 반도를 거치며 '매춘', '보석상', '절대신호' 등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1998년엔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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