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이옌' 중, 영천의 대사

   
 

[문화뉴스] "왜 내가 내 아내를 찾는 게 이상한가요?"

순박한 농촌 총각 영천은 베트남 여자 하이옌을 아내로 맞는다. 베트남에서는 4일, 한국에서는 2주간 함께 지낸 이 부부는 서로를 끔찍이도 사랑한다. 그러나 행복한 시절도 잠시,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하이옌은 신종플루 의심환자로 지목되고 가족들도 모르게 끌려간다. 사라진 하이옌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 영천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하이옌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영천과의 결혼을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말이다. 경찰과 가족은, 집 나간 외국인 신부를 열렬히 찾는 영천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한다. 이때 영천은 외친다. "왜 내가 내 아내를 찾는 게 이상한가요?"라고. 하이옌의 사정을 왜곡하는 이들을 보며 답답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말이 매우 '그럴 듯하다'는 점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무대 위의 경찰들과 영천의 어머니는,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사로잡힌 우리들의 모습을 꼬집어 보여준다. 뉴스에 나온 사실만을 진정한 '사실'로 아는 내 모습을 뒤돌아보며, 사실이라 치장된 온갖 거짓들 속에, '진실'은 매장되지 않았나 의문을 던진다. 또한 연극은, '전례'를 통해 우리 인식 속에 폭력적인 행태로 자리매김한 고정관념을 들쑤신다. 이와 중에 순수한 영천의 진심은 더욱 빛난다. 하지만 결국 영천의 진심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사실이라 위장된 거짓에 굴복하고 만다. 이제 영천에게 하이옌을 찾는 일은 '이상한 일'이 돼버렸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하이옌

   - 공연날짜 : 2015. 11. 27 ~ 12. 6.

   - 공연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극본, 연출 : 한윤섭

   - 출연배우 : 전지혜, 고인배, 도영희 등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