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반의 윤세민 예술감독 김성배 작 이율구 작곡 홍인표 연출의 뮤지컬 목련을 기억하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성배 작가는 스물여섯 살에 뒤늦게 숭실대에 입학해 불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잡지사, 인터넷 매체 등에서 일하다가 해외축구 통신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 영국의 해안도시 이스트본에 갔다. 1년 4개 월 간의 영국 체류는 그러나 호구지책에 쫓겨 통신원 활동은커녕 "바다에 발 한 번 담가보지 못한 채" 이어지는 노동의 연속이었다. 김성배는 어느 날 함께 호텔에서 일하던 스페인 여자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영국에 왔으면 '오페라의 유령'은 봐야 하지 않겠어요?" 20파운드, 당시 환율로 4만 원정도 되는 관람료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는 하루 날 잡아 런던의 극장에 갔고, 뮤지컬과의 첫 만남에서 단박에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얼마 뒤 뮤지컬 '캣츠'가 이스트본에 순회공연을 왔을 때 김성배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영국에 왔으면 '캣츠' 정도는 봐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그는 귀국하기 전까지 줄잡아 50편에 이르는 뮤지컬을 봤다.

김성배는 뮤지컬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예술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대본 및 작사를 전공하면서 직접 대본을 쓴 뮤지컬을 교내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희곡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갔다. 특히 교수 등 극작가들에게서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으면서 그는 "뮤지컬과는 또 다른 연극의 매력을 느끼게 됐고, 두 장르를 접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확률>이라는 2011년 김성배의 한국일보 신춘문예희곡부문당선작은 그가 지방 국도에서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착상한 작품이다. 김성배는 이 작품에서 죽은 두 남녀의 관계와 그 배후를 치밀하게 복원하는데, "사람 사이의 관계, 특히 서로 잘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생각하는 통에 쌓여가는 오해들을 희곡을 통해 깊이 파고들고 싶다"고 말하고, 뮤지컬 <목련을 기억하다>에서도 극중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대는 한 주택과 그 집 정원이다. 무대 상수 쪽에 잎이 떨어진 목련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한단 높이의 마루가 무대 좌우로 연결되어있고, 중앙에 벽처럼 생긴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벽 뒤 쪽이 등퇴장 로다. 하수 쪽 방은 소설가 지망생 딸의 방, 상수 쪽은 연극연출가를 꿈꾸는 아들의 방이다. 긴 나무 등받이 의자, 식탁, 의자 등을 출연자가 무대 중앙으로 이동시켜 배치하고, 현실과 과거가 동시에 연출된다.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연주석이 있어 전자건박악기와 기타를 연주하고, 검은 휘장으로 연주석을 가려놓았다.

이 음악극에서 아버지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인물로 설정이 된다. 몇 십 년을 한 단독주택에서 살며 한 그루의 목련나무를 심고, 나무가 성장하고 꽃이 필 무렵에는 나비가 날아와 이 풍경을 즐겼는데, 삼 년 전부터 목련나무에 꽃이 피지를 않는다. 아내와 아들과 딸은 나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무가 죽지 않은 것으로 생각을 한다. 부모의 결혼기념일에 집을 찾아온 아들과 딸, 자매는 부모에게 여행을 권한다. 그래서 여행사에 날짜까지 잡았는데도, 아버지는 여행을 가지 않겠노라 고집을 피운다. 남매는 아버지가 장차 치매증상이 심해져 대소변도 못 가리게 될 것을 예상하고, 단독 주택을 팔아 아파트로 이사하고, 아버지를 요양원에 입원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청년시절에 권투선수생활을 하면서 시합 때 마다 받은 돈을 저축해서 마련한 단독주택이라, 집을 파는 것을 아버지는 적극 반대한다. 그리고 집을 판, 돈으로 아들이 연극에 투자를 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아들과 딸이 춘천으로 여행을 하자며 짐을 꾸린다. 아버지도 여행하는 걸 즐거워하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찾는다. 남매는 어머니가 어디 있느냐는 대사를 한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계속 찾는다. 그리고 가족들의 과거 여행 장면이 재현된다. 승용차에 아버지가 운전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에 어머니가 앉아있고, 뒤쪽에 남매가 앉아있다. 그러다가 승용차가 덤프트럭과 부딪치고, 승용차에 불이 나, 어머니가 죽게 되는 장면이 재현된다.

결국 아버지는 의사의 권고대로 요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자녀들이 자주 방문을 한다. 차츰 아버지의 치매증세가 심해지고, 아들과 딸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는 아버지의 기억 속에 어머니의 모습과 목련나무는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아버지의 쇠퇴해가는 기억 속에서 아들은 연극 연출가로, 딸은 소설가로 등단을 하게 되고, 죽은 줄 알았던 목련나무에 꽃이 다시 피어나고 나비가 날아드는 장면에서 음악극은 마무리가 된다.

   
 

장보규가 아버지, 김선호가 어머니, 이두열이 아들, 배수정이 딸, 김영준이 상대 권투선수·연극인·출판사 사장 등으로 출연해, 각자 뛰어난 기량으로 성격창출은 물론,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갈채를 받는다.

음악감독 양희윤, 안무 양은숙, 연주 채로사·최중한, 무대디자인 서태범, 조명디자인 임성빈, 음향디자인 김원심·차은경·최노을, 의상·분장 박주현·장은정, 그래픽디자인 아트그램, 사진 박인구, 조연출 김대경·박혜원, 기획 이강선·김보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윤세민 예술감독, 김성배 극작, 이율구 작곡, 홍인표 연출의 뮤지컬 <목련을 기억하다>를 기억에 길이 남을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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