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이 화상으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상 그 이상이었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느낀다. 이 영화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버드맨'으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자리 잡은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이하 이냐리투) 감독이 새 영화로 찾아왔다.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다.

'레버넌트'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19세기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한다.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버려진 후,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 처절한 복수를 결심하는 이야기다. 내년 1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18일 오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이냐리투 감독의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스카이프 화상 연결을 통해 진행된 이번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들을 남겼을까? 지금부터 살펴본다.

   
▲ 19일 오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이 영화에 관련된 작업을 시작한 것은 5년 전이었다. '버드맨'보다 앞서 준비를 시작했으며 2010년부터 촬영지를 물색했다. 일정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 때문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업을 시작할 수 없었고 '버드맨' 이후에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어려운 프로젝트라는 것을 예상하였지만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었다. 영화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살아남은 기적이라는 뜻이 바로 '레버넌트'이며 이 '레버넌트'의 기적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다.

예고편에서 등장하지만, 곰의 습격장면이 눈에 띈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ㄴ 상상을 망칠까 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자세히 말씀드리지 않겠다. 우리는 씬 뒤의 마술사라고 생각한다. 곰의 습격씬은 가장 중요한 장면으로 다양한 툴과 다양한 기법을 섞어서 사용했다. 이것을 비밀로 유지하여 관객들에게 즐거움 선사하고 싶다.

촬영 전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과 세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고 들었다. 그 중 롱샷에 대한 촬영 기준에 대해 알고 싶다. (편집자 주 : 엠마누엘 루베즈키는 '버드맨'의 롱테이크를 훌륭하게 선보여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받았다)
ㄴ 영화 그 자체가 시간과 공간과 빛이라고 생각한다. 그 세 가지가 바로 영화의 정수다. 나의 의무는 시간내에 이 공간을 창조하는 동시에 날짜와 시간에 맞는 적절한 빛을 창조해내는 일이다. 이것은 모든 것이 올바르게 이루어졌을 때 적절하게 이뤄진다. 이 영화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와 같은 느낌이 들기 원한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 푹 빠지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길 바라며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인물들이 느끼는 정서적인 느낌을 잘 포착했으면 한다. 광활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화가 잘 표현되길 원했다.

이 작품에서 죽음의 의미가 나오는데, 죽음에 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가?
ㄴ 우리는 모두 죽게 되어있다. 이 영화는 죽고 나서 다시 탄생하는 것을 보여준다. '레버넌트'가 바로 그 뜻이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며, 내가 탐구하고 싶은 주제는 몇 번이나 죽고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 지였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현실 세계에서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

이번 영화는 대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어떻게 표현됐나?
ㄴ 영화에는 꿈에 대한 영적인 시퀀스가 담겨 있고, 캐릭터가 가지는 정신적인 면을 다뤘다. 주인공이 말이 많지 않은데 시네마틱한 장면을 통해 꿈과 주인공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다. 현실보다 이런 것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관객들이 내면 의식에 대해 궁금해하고 숲에 숨어있는 영혼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환상을 보여주고 싶었고 관객들이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잘 알 수 있길 바랐다. 또한, 영적인 부분을 넣어서 균형을 맞추고 싶었다.

'휴 글래스'의 아내의 가슴팍에서 새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 어떤 의미인가?

ㄴ '휴 글래스'가 기억했던 장면을 환상으로 포착한 것으로 재탄생을 의미하는데 말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관객들이 새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의미를 해석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양한 부분들을 상징한다. 이것은 여러분의 해석에 달려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작업한 소감은?
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작업은 놀라웠다. 용기 있고 재능 있는 배우다. 눈과 몸짓을 통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상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 더는 바랄 게 없을 정도다.

19세기 원주민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길 원했나?
ㄴ 내가 그리고 싶었던 원주민은 영웅적인 모습이나 신비스러운 면이 아니라 위엄 존중, 철학을 가지고 접근하길 원했다. 딸을 잃고 찾아다니는 아버지인 원주민과 아들을 잃고 고통에 차 있는 '휴 글래스'를 같이 그리려 했다.

   
 

촬영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면?
ㄴ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준비하는 데 있어서 기술적으로 여러 과제가 있었고 색에 대한 사실성, 진실성이 필요했다. 또한, 추운 오지였고 고도가 높아서 힘들었다. 동물과의 연기가 필요했으며 매우 많은 배우가 필요한 장면이 있었다. 그리고 자연을 롱테이크로 담아야 했는데, 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높았다. 그래서 더욱 꼼꼼해야 했고 하루하루가 우리에게 과제였다. 90% 이상 자연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 자연과는 타협이 없기에 이러한 점이 힘들었다.

이번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원주민의 의식을 했다고 들었다.
ㄴ 언제나 영화를 촬영하기 시작하면 유사 의식을 시작한다. 큰 원을 그리고 손을 맞잡으며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 침묵을 지키면서 얼마나 큰 축복을 받는지를 느끼며 의식을 치른다. 이런 의식을 치르는 것은 영혼을 씻어내는 의미이며, 건강과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 '아들'과 같은 픽션 캐릭터의 탄생 계기가 궁금하다. 또한, 실존인물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ㄴ '아들'을 넣은 이유는 내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부자 관계가 항상 등장하는데, 이에 집착하는 이유는 혈연관계에 있어서 훨씬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며 복잡한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있건, 우리가 아들이건, 이것은 꼭 경험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휴 글래스'의 아들은 혼혈로 반은 백인, 반은 원주민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이 더 복잡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인종차별과 선입견이 있었고 이는 현재와도 관련된 주제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만든 데는 여러 가지 계기가 있지만 "복수란 무엇인가, 복수는 공허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끈기와 강인함을 다루고 싶었다.

   
 

나무들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많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면인가?
ㄴ 나무는 지구라는 별의 보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이 땅에 기어가고 누워있으면서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끼도록 구성했고, 추위를 느끼고 자연의 모든 소리를 들을 듣는 것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엄을 함께 느끼기를 원했다. 엄청난 경관에서 느끼는 압도감을 느끼길 원했다. 또한, 계속해서 등장인물을 보호하는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한국 분들이 영화를 좋아하셨으면 좋겠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콘크리트 위에 있는데, 영화 속 인물들은 대자연에서 생활한다. 대자연이 우릴 치유한다고 생각해서 순수한 자연에 대한 오마주를 만들고 싶었다. 실제로 하는 행동, 행위를 통해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평소에 경험하지 못하는 장엄함 속에서 느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다양한 경험을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탐구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극장을 가야 하는 이유를 주고 싶었고, 평소에 휴대전화기나 전자기기, TV에서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자연을 보여드리고자 했으며 이는 굉장히 새로운 시네마틱함을 선사할 것이다. 관객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즐거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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