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백석우화' 중 백석의 대화

   
 

[문화뉴스] "인간은 어디서건 살아나가야 하는 거요.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소."

백석의 삶 전반을 살펴보기 원하는 연극이 있다. 바로 '백석우화'다. 백석은 우리에게 월북 시인으로만 알려져 있던 사람이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백석의 시와 더불어, 백석이 살다간 가장 인간적인 삶을 엿볼 기회가 주어진다. 백석은 이데올로기에 종속되는 시를 쓰지 않기 위해 번역에 몰두하기도 했던 시인이다. 그는 고향이 북이다. 이념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월북한 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남쪽에서 그의 작품들은 출판금지 대상이 된다. 그는 사회주의 사상에 투철하지 못했기에 북쪽에서는 시를 쓰지 못하고 번역과 동요시에 전념했다.

삼수갑산 집단농장으로 유폐된 적도 있는 백석은 결국 가족을 위해, 삶을 위해 잠시 그는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한 글들을 몇 편 발표하기도 한다. 몇 편의 여행기와 함께 그가 남쪽을 향해 발표한 편지가 그 예다. 연극에서는 백석이 남쪽의 친구 신현중에게 쓴 편지 형식의 에세이 '붓을 총·창으로!'를 대남 선전방송 형식으로 표현한다.

그 방송을 하기 전, 백석은 북한 아동문학가 리원우에게 말한다.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말이다. 배우 오동식(백석 役)의 애절한 대사는, 버거운 현실에 짓눌려 신념과 가치관에 배반한 생(生)을 살아가는 수많은 비겁자들에게 당신들은 비겁자가 아니라고 외쳐줬다. 혁명가, 문학가, 학자이기에 앞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모든 개인들에게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사회이건만, 사회 내에 살아가는 개인이 되어 그 사회의 풍토와 기조를 외면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말이다. 고맙고 위로가 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애달픈 백석의 말에 우리는 통한의 눈물이 흐른다.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백석우화 - 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 공연날짜 : 2015. 12. 23. ~ 2016. 1. 17.

   - 공연장소 : 게릴라극장 

   - 대본, 연출 : 이윤택

   - 출연배우 : 오동식, 김미숙, 이승헌, 강호석 등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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