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시상식…'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4관왕·'백석우화', '비포애프터' 2관왕

   
▲ 윤봉구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왼쪽)이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오른쪽)에게 대상을 수여하고 있다.

[문화뉴스] "故 임홍식 선배가 저 상 받은 거 보면 좋아하셨을 것이다. 지금도 기뻐하고 계실 것이다. 감사합니다."

국립극단의 연극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등극했다. 28일 오후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한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중국고전 '조씨고아'를 고선웅 연출이 직접 각색했다. 기원전 6세기 조씨 가문 300명이 멸족되는 재앙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조무'가 가문을 다시 세웠다는 짤막한 역사적 사실에 연극적 허구를 덧붙인 것이다. 고선웅 연출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과 비극 속에 있는 희극성을 극대화했다. 연기를 마치고 세상을 떠난 故 임홍식 배우로 안타까움을 더한 작품이기도 했다.

배우 조현건과 황현희가 사회로 나선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은 윤봉구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의 개회사를 통해 막을 열었다. 윤봉구 이사장은 "올 한 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연극계 내·외부적으로 메르스 사태가 심각한 충격을 주며, 많은 공연이 취소되는 등 극단이 위험에 처했다. 이를 극복해 나아가는 데 정부 지원이 있었으나, 현장의 직접적 도움으로 이뤄지지 않아 연극인들이 실망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검열 논란 등이 겹치며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윤봉구 이사장은 "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연극은 중단되지 않았다. 위기가 닥칠수록 연극인들은 똘똘 뭉쳐서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이것이 연극 정신이며, 현대 연극이 한국에 도입된 이래 세계적으로 드문 연극 발전을 일으켜낸 원동력이 아닐까 본다. 오늘 이 자리가 더욱 감사하고, 따사로우며, 자랑스러운 밤이 될 것 같다"고 개회사를 남겼다.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은 1부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연극인 자녀 장학금 전달식, 허성윤 동방인쇄공사 대표 감사패 전달식으로 본격적인 시상이 진행됐다. 허성윤 대표는 1975년부터 약 40년간 월간 '한국연극'을 펴내는 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았다.

   
▲ 배우 이승현(왼쪽), 박정기 평론가(가운데), 배우 성수연(오른쪽)이 신인연기상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부에선 본격적인 시상 내용인 신인연기상, 신인연출상, 연기상, 연출상, 작품상, 대상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먼저 신인연기상은 극단 유목민 '안녕, 앙코르'의 이승현이 받았다. 이승현은 "우리 집의 내 방에 가면, 아버지의 상장과 트로피가 진열된 책장이 있다. 내 방엔 이불과 베개만 있으니 이게 내 방인가 했는데, 오늘 이걸 갖다 놓으면 내 방 분위기가 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손정우 연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늘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시는데 선생님의 은혜를 보답할 배우가 되겠다. 여기에 나한테 끝판 대장 같은 아버지가 존경스럽다. 내가 잘했기보단 나의 등을 두드려주며, 잘하라는 의미의 상 같다. 스스로 이 상에 어떤 계기를 부여하기 보다, 성실히 연구하고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수연은 단순히 세월호의 사건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의 현대사 속에서 자행된 국가적 폭력과 강요된 망각 속에서 현재 한국사회가 어떤 무력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가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비포애프터'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다. 성수연은 "'비포애프터'의 연기는 단순히 인물의 역할 연기는 아니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작가적 태도를 보였고, 그것을 작품에 녹여냈다. 같이 공연한 나경민 배우를 비롯한 모든 배우님, 이경성 연출님, 두산아트센터의 매니저, PD님 모두 감사드린다. 내가 했던 연기가 어떤 종류의 연기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는데, 내가 모르는 것에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앞으로 잊지 않고 작업하겠다. 무엇보다 연기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포애프터'의 연출을 맡은 이경성 역시 신인연출상을 받았다. 그는 "오롯이 작품에 집중하게 해주신 두산아트센터 식구들께 감사한다"며 "신인이란 말이 참 가슴 벅찬 말인 것 같다. 새로운 존재이자, 거듭날 가능성을 지닌 단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실 세상에는 슬프고 힘든 일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타인에겐 관대하되, 스스로에겐 엄격한 태도가 요구되는 것 같다. 세월호에 대한 연극을 해서 상을 받았는데, 세월호를 암시한다는 이유로 연극을 올리지 못한 젊은 연극인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 이경성 '비포 애프터' 연출이 신인연출상 수상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어 그는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새천년이 되고 1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아직도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검열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이 현실 자체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 사실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언젠가 우리도 다음 세대를 맞이할 것이고, 이 자리에 다음 세대가 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음 세대에게는 검열이란 단어를 물려주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면서 소감을 마친다"라고 말해 연극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연기상은 '백석우화'의 오동식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하성광이 받았다. 오동식은 "연극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무대에서 배우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신 이윤택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항상 연희단거리패 챙겨주시는 김소희 대표님 감사하다. 올해 연극을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할 수 있게 격려해주신 올해 초에 하늘에 가셨던 고 이은주 선배께 이 상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백석'의 대사인 '사람은 고저 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가족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보다 중요한 게 어딨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하겠습니다'로 마무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정영'을 연기한 하성광은 "운이 좋았습니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좋은 프로덕션, 작품, 연출을 만났습니다. 좋은 선후배, 스태프까지. 결국, 이 상을 받게 되네요. 기쁩니다. 그리고 무겁기도 합니다. 촌스럽고 더디고 느리지만, 더듬더듬 걸어가겠습니다.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故 임홍식 선배가 저 상 받은 거 보면 좋아하셨을 것입니다. 지금도 기뻐하고 계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오동식 배우(왼쪽)와 하성광 배우(오른쪽)가 연기상을 받았다.

올해 연극 '푸르른 날에'부터 뮤지컬 '아리랑', 연극 '홍도', '강철왕'을 연출했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통해 연출상을 받은 고선웅은 "안과 밖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들도 많았고, 힘든 일들도 많았던 시절인데, 저만 이렇게 또 행운을 끌어다 안은 것 같아 죄송하고 고맙고 송구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지난 10년동안 극공작소 마방진이라는 단체에서 실험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경기도립극단을 통해 대중과 만난 4년간의 경험 등이 이 상을 가능하게 한 것 같다. 특히나 이번에는 안정적이고 탄탄하며, 마인드와 태도 모두가 훌륭했던 국립극단과 같이 작업하고,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해서 가능한 상이었다. 갈수록 무거워지고, 갈수록 연극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길어진다. 그래도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고 소의 걸음처럼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연출가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연희단거리패의 '백석우화', 극단 하땅세의 '파리대왕', 국립극단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전문예술극단 예인방의 '엄마의 강', 극단 늘품의 '랩소리 오브 C 아리랑'이 작품상을 받은 가운데, 대상은 작품상 작품 중 한 편을 선정하게 된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발표될 때, 객석에선 환호성이 들려왔다. 한 편에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하며 환호를 했기 때문이다.

   
▲ 고선웅 연출이 연출상을 받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수상소감을 통해 "우리 국립극단이 여러 민간극단이 연극을 힘들게 만드는 것보단 안락하고 편안하게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며 "그래서 한국 연극에 필요한, 민간이 하기 힘든 연극들, 꼭 해야 하는 연극들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특별히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같은 경우는 이 시대의 탁월한 예술가 고선웅과 함께하면서, 중국의 고전을 우리의 레퍼토리로 각색했다. 이 작품을 연출한 고선웅 씨, 배우 하성광, 장두이, 이영석, 돌아가신 임홍식 배우 등 배우들과 극단 스태프들이 굉장히 즐겁고 기쁘게 작업에 임했다. 즐겁게 일하고 상까지 받으니 더욱 의미가 깊다. 앞으로 국립극단은 소명을 다하기 위해 작품 선정, 제작, 공연 관리 등의 모든 면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윤철 감독은 "저는 작년부터 하나의 하나씩 큰 상실의 아픔을 얻었다. 작년엔 연극의 큰 별이신 여석기 평론가가 돌아가시고, 올해는 끝까지 연극을 함께하지 못한 임홍식 배우로 힘들고 슬픈 시간을 보냈다. 그날 자신의 목소리를 다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슬픔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지난번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때도 그랬다. 그러나 오늘은 하늘에서 편하게 쉬고 계신 임홍식 배우와 함께 이 상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고 말하며 객석의 원로 연극인을 포함한 모든 연극인의 갈채를 받았다.

한편,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은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환경공단이 후원했다. 이번 행사는 연극인들 화합의 장을 만들고 그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워 좀 더 열정적인 연극 활동에 기인하고자 기획됐다. '2015 제53회 대한민국 연극인의 밤-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은 한국연극 100주년이 되던 2008년 첫 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최대의 연극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시상식 후 수상자와 관계자들이 기념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53회 대한민국 연극인의 밤 & 제8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수상자 명단
▶ 대상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 작품상
'백석우화' (연희단거리패)
'파리대왕' (극단 하땅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엄마의 강' (전문예술극단 예인방)
'랩소리 오브 C 아리랑' (극단 늘품)

▶ 연출상
고선웅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연기상
오동식 '백석우화'
하성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 신인연출상
이경성 '비포애프터'

▶ 신인연기상
성수연 '비포애프터'
이승현 '안녕, 앙코르'

▶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5 공연 베스트 7'
'백석우화' (연희단거리패)
'비포 애프터' (두산아트센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국립극단)
'햇빛샤워' (남산예술센터 & 극단 이와삼)
'노란봉투' (연우무대)
'꺼내지 못한 이야기-상자' (의정부예술의전당 & 예술무대 산)
'셰익스피어 소네트' (한국공연예술센터)

▶ 자랑스러운 연극인상
김명화(강원도), 이수미(경기도), 방선진(경상남도), 오영일(경상북도), 오설균(광주광역시), 김미향(대구광역시), 김용관(대전광역시), 고인범(부산광역시), 노경식(서울특별시), 박태환(울산광역시), 송용일(인천광역시), 강인호(전라남도), 김희식(전라북도), 유중열(충청남도), 현경석(충청북도), 부재호(제주도), 김영삼(울산광역시)

▶ 연극인 자녀 장학금 전달
대학생 : 최상현(한예종), 성희재(이대), 조서영(남서울대), 박초록(서문예), 이서연(한양대), 최혜주(인제대), 박준석(서문예)
고등학생 : 김민재(영생고), 진정인(삽교고), 전영경(성남고), 윤규진(중대사범부속고), 이승민(증평공고), 문나혜(상암국제무역고)

문화뉴스 양미르·장기영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