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뿌리의 이언호 작 백하룡 재구성 김도훈 연출의 허풍쟁이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이언호(1940~)는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수료하고,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기관실 사람들>에 당선하고, 같은 해 문공부 예술창작공모에 장막희곡 <돌쌈> 가작 입상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8년 「소금장수」로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수상한 후 1981년 미국으로 이민하여 2002년 연작소설집 <길가는 사람들>을 발간했다. 이 작품으로 미주한국문학상(2003)을 수상하고, 희곡집 <소금장수>(1980), <사진신부의 사랑>(2006), 소설집 <길가는 사람들>(2002), <개똥벌레들 날다>(2003) 등을 출간했다. 서울예대 겸임교수, 한국희곡작가협회 감사, 미주문인협회 이사, 미주크리스천문인협회 회장 등 역임하고, 미주 한국 펜 문학상(2004), 한국희곡대상(2008) 수상을 수상했다. 2014년 가톨릭문인협회(회장 김재동)가 제정한 제1회 미주 가톨릭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000달러의 상금과 상패를 받았다. 수상작품은 장편소설 <꽈리열매 세탁공장>이다.

김도훈(1941~) 연출가는 황해도 재령 출신으로 <이성계 부동산> <유리동물원><조용한 식탁>을 비롯해 100여 작품을 연출하고, 1990~1991 서울 연출가 그룹회장, 1998~2000 거창국제 연극제 조직 위원장, 2001~2005 영호남 연극제 조직위원장, 2001~2002 동아 방송대 연극과 겸임 교수, 2004~2007 성균관대 사회교육원, 한성 디지털 대학교, 백제 예술대에 출강하고, 한국 연극 예술상 수상(주최: 한국연극협회 1987.10), 서울 연극제 대상 및 연출 상 수상(한국연극협회. 문예진흥원 1992.10), 서울 연극제 대상 및 연출상 수상(한국 연극협회, 문예 진흥원 1997.10), 예총 예술 문화상 대상 수상(한국 예술 문화 총연합회 2001.10), 한국연극협회 자랑스러운 연극인상(2012), 2015년 보관문화훈장 등을 수상한 훤칠한(키 183cm) 키에 반듯한 용모를 갖춘 미남 연출가다. 현재 극단 뿌리의 대표다.

   
 

무대는 배경 막 중앙에 화선지에 고산준령과 폭포를 그린 화폭 3점을 세로로 나란히 늘어뜨리고, 그림 좌우로 베옷 조각을 얼기설기 이은 천을 역시 늘어뜨려 놓았다. 베옷 천 앞에는 여러 개의 솟대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무대좌우로 세자 높이의 단과 계단이 있고, 무대 중앙에는 두 개의 기둥을 축구골대처럼 세우고, 두 기둥의 꼭대기를 연결시켜 투명한 막으로 골대를 가려놓았다. 무대 오른쪽에는 현악기, 건반악기, 타악기 연주석이 있어 연주자들이 자리를 잡는다.

<허풍쟁이>는 일종의 마당놀이 음악극이다. 남녀 두 명의 출연자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무대를 누빈다. 남성 출연자는 노래와 춤뿐이 아니라, 곡예사의 재주와 마술까지 보인다. 연극은 도입에 어린아이를 안은 남성출연자가 아기에게 먹일 젖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여성관객을 찾아다니며 구걸하지만 선뜻 가슴을 열어젖히는 관객은 없는 게 당연하다. 남성은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고, 갓난아이가 딸린 홀아비라는 것이 밝혀진다. 남성은 늦게 장가를 가게 된 사연과 아기를 낳다가 죽은 자신의 처 이야기를 관객에게 털어놓는다. 그 때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누군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데려갈 인물이 관객 중 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관객의 귀가 쭈뼛해 지면서 극에 냅다 신경을 쏟기 시작한다. 저승사자는 미모의 여성이고, 그와 상대하는 주인공은 백발남성이다.

백발남성의 본업은 장돌뱅이이고, 장돌뱅이 남성은 소리에서부터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광대나 다름이 없다. 삼천리 방방곡곡을 다니다가 선녀보다도 더 아름다운 20세 연하의 처녀를 만나, 늘그막에 절세의 미녀와 짝을 이룬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그 미녀는 폐병환자이고, 아기를 출산한 후 세상을 뜨고 만다는 설정이다. 상처를 한 영감의 애절한 이야기와 슬픔은 실은 노래 소리에 좌중을 눈물의 바다로 이끌어 간다.

   
 

장돌뱅이는 저승사자가 데려가기로 정해진 동트기 직전의 시각까지, 온갖 장끼와 마술을 보이며, 저승사자의 인간나포 시각을 넘겨, 결국 저승사자는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태훈이 장돌뱅이 영감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조예영이 상대역으로 출연해 예쁜 모습에 어울리는 소리와 춤 그리고 호연과 열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전상연 유지선의 해금, 김재동의 타악, 이고운의 전자건반악기연주는 극의 분위기와 관객의 흥을 북돋고, 감상과 정서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예술감독 복진오, 드라마트루크 김창화, 협력연출 송훈상, 작곡 이고은, 무대디자인 김지애, 조명디자인 김용주, 의상 최필병, 움직임 주용필 안무 이창순, 조연출 송은혜, 크로키 박팔영, 진행 홍민정, 기획 아이엘 플러스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뿌리의 이언호 작, 백하룡 재구성, 김도훈 연출의 <허풍쟁이>를 친 대중적이자 한국적 정서감이 제대로 구현된 한편의 걸작 마당놀이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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