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자화상부터 2000년대 300호 대형 추상회화까지 작품 및 자료 100점
‘뜯어내고 메우기’라는 독창적인 수행(修行)적 조형 방법론 창안
미발표작과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로타주(frottage)등 종이작업 대거 공개
5월 22일부터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경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 단색조 추상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정상화의 대규모 개인전 ‘정상화’를 5월 22일부터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정상화’는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 있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일궈온 정상화(1932~)의 화업을 총망라하고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이다. 정상화는 회화를 근간으로 판화, 드로잉, 데콜라주(décollage), 프로타주(frottage)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며 평면작업의 가능성을 탐색해왔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작가 특유의 수행(修行)적 방법론을 창안하여 독보적인 단색조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토대를 확장하는 시도로써 정상화의 작품이 지닌 미술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 동시대적 맥락을 살펴본다. 

 

정상화, 작품 64-7, 1964,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상화, 작품 64-7, 1964,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상화만의 추상실험의 결실인 격자 구조 화면은 치밀하게 계획된 정신적 공력의 결과인 동시에 고된 육체적 수고의 결정체이다. 우선 캔버스 윗면 전체에 붓을 사용하여 고령토 약 3-5mm를 덮어 바르는데, 이를 일주일 이상 작업하고 난 다음, 캔버스 뒷면에 미리 그은 수직 수평의 실선 또는 대각선을 따라 주름잡듯이 접는다.

그 과정에서 화면의 균열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다. 조각이나 공예 작업에서 볼 법한 도구와 재료, 그리고 행위를 통해 정상화는 자신의 화면을 직조해나갔다. 꺾어 접거나 칼로 그어 만든 균열은 작가의 “뜯어내고 메우는” 독특한 행위를 통해 깊이를 더하게 된다.

작은 사각형들에서 고령토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아크릴 물감 메우기를 수차례 반복함으로써 화면은 서로 다른 운율을 가진 격자들의 합이 된다. 단조롭고 수고스러운 반복을 축적하는 과정을 통해 정상화는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만들어냈다.

 

정상화, 무제 74-F6-B, 1974, 캔버스에 유채, 226×181.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상화, 무제 74-F6-B, 1974, 캔버스에 유채, 226×181.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추상실험’, ‘단색조 추상으로의 전환’, ‘격자화의 완성’, ‘모노크롬을 넘어서’ 등 4개의 주제와 특별 주제공간인 ‘종이와 프로타주’, 그리고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와 기록물을 비롯해 작가의 초기 종이 작업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정상화의 60여 년 화업을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작가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한국 미술사의 맥락에서 작가의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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