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상처를 안고 사는 세상 모든 '유진'들을 위한 뮤지컬 '유진과 유진'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올해 초연이다. 창작뮤지컬로, 원작 소설 『유진과 유진』을 대본화해 무대에 올렸다.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한 첫 시작이 소설일 때, 그 준비과정은 더 까다롭고 예민할 수밖에 없을 거라 예상해본다. 글의 전달 방식과 무대의 전달 방식은 다르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엮은뮤지컬 ‘유진과 유진’. 관객들의 마음에 무엇을 선사할지, 무대를 어떻게 구현할지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여전히 “네 잘못이 아니야”가 중요한 이유 

2인조 밴드 첼로와 전자 피아노가 무대 뒤쪽에 있고 라이브로 연주한다. 연주뿐만 아니라 음향도 마라카스(흔들어서 소리를 내는 체명악기)등으로 효과음을 더했다. 또 목소리로 이야기에 참여하기도 하며 세 번째 배우의 역할을 한다. 

2인극으로, 두 유진의 말과 노래로 전개를 풀어나간다. 큰 공백없이 무대를 빼곡이 채우는 말과 노래, 배우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데, 적당한 공백을 사이사이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유진이 자신의 과거 속 트라우마와 마주하기까지의 감정은 점점 고조되어 가고, 어떤 관객은 이 감정과 동화할 것이다. 가끔은 연기하는 배우의 언어적 표현을 공백처리 한다거나 또는 배경음악 없이 울리는 배우의 목소리만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더 극대화하기도 한다. 

보면서 참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고 생각했다. 무대의 소품이 눈에 크게 띄거나 거슬리지 않는 점은 작고 소소한 것을 담은 무대만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집중할 수 있는 포인트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로 이끄는 스토리에 두도록 했다.

무대는 두 유진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책상과 의자를 활용해 집과 학교, 거리, 바닷가를 넘나든다. 물리적 공간을 비롯해 심리적 공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옥죄여오는 과거의 기억, 현재의 고통에 갇혀버린 두 유진의 아우성을 표현할 때 의자를 벽처럼 둘러 쌓는다. 쾅 하고 내려놓은 의자처럼 절망적인 유진의 상황은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사람에게는 상처를 받아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이제 내게도 그것이 생긴 것 같다”

큰 유진의 이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아직 자신에겐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 없어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에게는 힘이 있다. 상처를 받았다는 건, 어떠한 운동력에 의한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마주하고 상대했기 때문이다. 버틸 힘은 이미 우리에게 있고 그것을 에너지로 전환해내기만 하면 된다. 

큰 유진과 작은 유진은 동명이인의 두 인물로 볼 수 있지만, 나의 상처는 또 다른 내가 위로해주어야 한다는 극 중 유진의 말처럼 결국 내가 나를 껴안고 내가 나를 보듬는다. 그것은 내가 ‘나’라서 가능하다. 

세상엔 참 많은 ‘유진’들이 살고 있는 것 같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을 통해 사회 속 폭력과 차별로 상처를 받은 이들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얘기일 수도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말이다.

어쩌면 관객석은 아동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함께 청소년이 겪는 일상화된 폭력과 마주하는 자리이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구하는 오늘날, 이 작품은 여전히 “네 잘못이 아니야”라는 인식의 전달이 중요함을 밝힌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8월 22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