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요소가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음향까지
첫 국악 전문 공연장, 남산국악당…2009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언젠가부터 한옥 건축 붐이 일어나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현대인에게 한옥은 이제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과거에 한옥은 경주, 한옥마을 또는 민속 마을에 방문해야만 찾을 수 있었고, 그런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서울 중심지에서도 한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안국역, 삼청동, 익선동 등과 같은 한옥마을 또는 한옥 거리 외에도 동대문역, 광화문 등 도심 곳곳에서 한옥으로 된 음식점, 카페, 숙박시설 등을 찾을 수 있다.

 

서울 북촌의 골목/사진=Herbert_Lee ©Pixabay
서울 북촌의 골목/사진=Herbert_Lee ©Pixabay

 

심지어 한옥의 모습을 한 문화예술 공연장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 전통음악인 국악 공연장들이다. 서양식 공연장들에서 이뤄지는 국악 공연은 무대효과를 통해 공간으로부터 느껴지는 국악과의 이질감을 좁히지만, 관객으로서 그 한계는 엄연히 느껴졌다.

하지만, 한옥 형태의 국악 공연장들은 전통 한옥의 요소들을 공연장 내부로 가져오면서 관객들이 ‘국악’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며, 전통 기법들을 사용해 국악 자연음향 그대로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국립국악원, 풍류 사랑방

올해 개원 70주년을 맞은 국립국악원은 전통음악 및 무용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설립된 국립 음악 기관으로 예술의 전당 옆에 있다. 국립국악원은 공연장인 예악당, 우면당, 연희풍류극장 외에도 국악 유물과 악기를 전시한 국악박물관과 다양한 연수, 강습을 포함한 국악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국악 연수관으로 이뤄져 있다.

2013년에 개관한 연희풍류극장에는 옛 선비들의 풍류방을 본떠 만든 실내 공연장인 풍류 사랑방과 야외 공연장인 연희마당으로 이루어졌다. 연희풍류극장은 현대식 건물로, 한옥 형태의 건물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장인 풍류 사랑방에 들어서면 조선 시대 양반과 중인들의 문화공간인 한옥의 풍류방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이색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다른 현대식 건물과 큰 차이가 없는 연희풍류극장의 외관
다른 현대식 건물과 큰 차이가 없는 연희풍류극장의 외관

 

마이크와 스피커 없이

자연음향 그대로 즐기는 국악

 

풍류 사랑방은 130석의 소규모 극장이지만, 서까래 지붕, 황토벽, 창호, 대청마루 등의 전통 한옥의 요소들과 신발을 벗고 온돌 마루 위 방석에 앉는다는 점이 기존의 공연장들과는 구별되는 특징으로, 정말 한옥에서 공연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풍류사랑방의 전경. 한옥풍의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조성만이 아니라 요소 하나하나가 음향을 위한 장치 역할도 한다./사진=국립국악관 공식 홈페이지
풍류사랑방의 전경. 한옥풍의 인테리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조성만이 아니라 요소 하나하나가 음향을 위한 장치 역할도 한다./사진=국립국악관 공식 홈페이지

 

특히, 풍류 사랑방의 한옥 요소들은 단순히 공연장의 고풍스러운 미적 인테리어 효과뿐만이 아니라, 마이크와 스피커 사용하지 않은 국악기의 자연음향을 무대와 객석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천장의 서까래와 좌·우측, 후면의 황토벽은 흡음재를 보강·사용해 불필요한 울림을 막는 한편 전통 창호, 무대 뒤편의 병풍은 음향 반사판의 역할을 해 무대 위의 음향을 객석까지 명료하게 전달한다.

 

서울 남산국악당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있는 서울 남산국악당은 지난 2007년에 개관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우리나라의 첫 국악 전문 공연장이다. 서울 남산국악당은 지난 200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으면서 공연장으로서도, 공연장을 품은 한옥으로서도 그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있는 남산국악당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안에 있는 남산국악당

 

서울 남산국악당은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여느 공연장들과는 달리 남산골 한옥마을의 다른 한옥들과 외관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한옥마을 안에 있는 공연장이니까 당연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옥’과 ‘공연장’의 결합은 설계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이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대식 공연장을 품은 한옥

 

특수한 목적성을 갖는 건축물의 설계에는 그 목적에 맞는 설비와 법규들이 있는데, 공연장이 그중 하나다. ‘공연장’이라는 특성상 소규모 공연장이라 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소방설비와 서비스 공간이 요구된다. 또 무대와 관련된 음향설계, 조명설계, 기계실 등이 필요하며, 출연자를 위한 분장실 및 대기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관객, 출연자, 공연 관계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남산국악당 뒤편을 보면 지상의 한옥과 지하의 현대식 공연장을 살펴 볼 수 있다/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남산국악당 뒤편을 보면 지상의 한옥과 지하의 현대식 공연장을 살펴 볼 수 있다/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다양한 현대식 공연장 설계 요소들을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양식인 한옥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지만, 남산국악당은 공연장을 지하에 위치시킴으로서 건축을 풀어냈다. 공연장이 지하에 있기에 지상의 한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하’라는 특유의 답답함을 선큰가든(sunken garden)인 ‘침상원’ 통해 채광과 멋스러운 계단식 정원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지하 공연장 로비에서 볼 수 있는 '침상원'/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지하 공연장 로비에서 볼 수 있는 '침상원'/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지상의 순수 한옥은 목구조로 전통 한옥의 느낌을 지녔지만, 지하의 공연장은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철골조로 계획되어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외관에서 느껴졌던 전통 한옥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관객의 편의성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남산국악당은 내부 인테리어 요소로 느껴지는 이질감을 좁혔다. 

 

마당 개념의 돌출된 무대는 관객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준다/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마당 개념의 돌출된 무대는 관객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준다/사진=남산골 한옥마을 공식 홈페이지 캡쳐

 

300석의 규모의 공연장은 액자형 무대 외에도 전통 공연의 마당 개념의 관객석으로 돌출된 무대가 있어, 관객과 원활한 교감을 끌어낸다. 별도의 음향 장치 없이 자연음 그대로를 감상할 수 있는 설계는 우리나라 전통 공연에 최적화되어 있고, 창호지를 이용한 인테리어나 천장의 격자형 무늬는 지상의 한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왔다.

 


남산국악당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라본 안뜰.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국악 소리와 어우러지는 한옥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산국악당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라본 안뜰.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국악 소리와 어우러지는 한옥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옥은 이제는 민속촌에만 있는 야외 박물관이 아니라, 이제는 현대인들이 그 안에서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 우리나라의 정서가 깊이 물들어있는 ‘국악’을 전통적인 ‘한옥’이라는 공간에서 즐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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