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신데렐라’를 통해 ‘공부하며 배울 수 있었던 시간’
‘액션스릴러 장르 이야기의 핵심적인 역할 도전해보고파’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지난 9월 개막해 10일간 대학로에서 공연한 연극 ‘신데렐라’는 희곡작가 이강백의 신작으로 연륜 깊은 배우 김화영, 강애심이 출연했다.

유리 구두 한 짝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신데렐라’, 그 제목을 가지고는 있지만, 속 내용은 전혀 다르다. 

연극 '신데렐라' 무대 장면/사진=JIB컴퍼니 제공
연극 '신데렐라' 무대 장면/사진=JIB컴퍼니 제공

‘오랜 시간 춤을 추려면 유리로 만든 구두로는 어려우니 그것은 아마 빨간색 가죽 구두였을 것이라는 것, 게다가 계단에서 신발이 벗겨진 것은 발에 잘 맞지 않는 구두였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연극은 시작된다.

출연진 중 눈에 띄는 젊은 배우 ‘박소영’은 ‘신데렐라’로 연극계에 데뷔했다. 그는 선발되기까지의 과정과 공연을 올린 시간을 회상하며 ‘한여름 밤의 꿈’처럼 황홀했던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자신만의 독특한 채색 기법으로 연극 ‘신데렐라’를 선보인 배우 박소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진=문화뉴스) 서동국 기자=배우 박소영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Q.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연극 ‘신데렐라’로 연극계에 데뷔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박소영입니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공연에 대한 열망이 컸고, 졸업하고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습니다. 또 무대를 만들어나가면서 만난 인연들이 너무 좋았고 마치 ‘한여름 밤의 꿈’ 같이 황홀했습니다.

 

Q.높은 경쟁률을 뚫고 참여하게 되셨는데, 오디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연극 오디션을 처음 경험했기에 1%도 기대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기대하지 않고 부딪히려는 마음이 정공법처럼 통한 것 같았어요. 저한테 하나의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꿈처럼 1차가 붙은 거예요. 

2차 때는 입시처럼 자기소개, 자유연기, 질의응답, 지정 연기도 세 개를 했는데, 끝나고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나가기 전에 ‘제게 부족한 점을 알려주시면 다음에 또 뵐 때 고쳐오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부분을 인상 깊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떨었지만 요청해주신 건 다 하고 나왔습니다. 

나중에 연출님께 저를 왜 뽑으셨느냐고 여쭤봤더니 당시 오디션 현장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사람으로 모두가 저를 뽑으셨다고 하셨어요. 오디션 후 거의 2시간 만에 연락을 받아 함께 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Q. 연극 ‘신데렐라’에 함께 참여한 배우들과 호흡은 어떠셨나요.

선생님들과 제가 나이 차이가 꽤 나는데도 친구처럼 다가와 주셔서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시대에 대한 감각이 깨어있으시고 신세대보다 더 신세대 같으셨어요. 먼저 MBTI도 물어봐 주시고 선생님들 다 민초파(민트초코파)이시고(웃음), 그런 점에서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선생님들은 워낙 연륜이 깊으시고 경험이 많으신데, 저는 연습하다가 잘 안되면 혼자서 울기도 했어요. 제가 혼자 울고 있으니까 강애심 선생님께서 따뜻한 캐러멜 마키아토를 사다 주시면서 ‘단 거 먹으면 기분 좋아지잖아. 우리 다시 해보자고' 하시면서 격려해주셨어요. 연습이 끝나면 같이 식사도 하면서 어렵지 않게 소통할 수 있었어요. 함께 했던 시간 자체가 연습과 동시에 공부이기도 했어요.

Q. 연극 ‘신데렐라’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있다면.

마지막 3막 부분에서 화영 선생님이 연기하신 죽기 직전의 노파가 제게 ‘안 맞으면 신지 마’라고 하거든요. 제 캐릭터는 남자에게 실연당하고 아파하는 역할이었어요. 그 대사가 삶을 다 살아보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안 맞는 건 의미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많이 남았어요.

 

‘본연의 나와 맞지 않는 것을 놓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해’

 

Q. 극 속에서 연기했던 역할과 인간 박소영이 맞닿은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극이 모노드라마 형식이어서 9가지의 역할을 소화해야 했어요. 엄마도 되었다가, 여배우도 했다가, 소녀가 되기도 해야 했어요. 저는 빨간 구두가 여성의 욕망이라기보다도 인간을 매혹적으로 끄는 *메타포라 분석을 했었거든요. 

모든 캐릭터가 빨간 구두를 보면 매혹적인 일에 끌려요. 하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두를 떠나보내요. 구차하게 떠나보내기도 하고, 미련 없이 놔주기도 해요. 저도 모든 캐릭터처럼 성공에 대한 것이든 사건이든 사물이든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면 쟁취하려고 하지만, 나 본연의 박소영과 맞지 않을 때는 가차 없이 떠나보내거든요.

*메타포: 은유.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단어나 말로 대체해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 

캐릭터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건 관객들에게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하는 대사나 움직임 같은 것들을 구사하는 게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또 9가지 캐릭터가 최대한 다양하게 보여야 하는 부분도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사진=문화뉴스) 서동국 기자=배우 박소영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그래서 특별하게 변화를 주었던 게 극 중에서 한 번,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캐릭터가 바뀌는 장면이 있는데, 두 캐릭터의 분위기를 완전 다르게 보여드렸어요. 캐릭터가 바뀌면서 흔히 대구 사투리를 쓰는 노는 언니로 인물을 확 바꾸니 관객들의 웃음이 터지면서 현장 분위기도 바뀌더라고요. 

마지막에는 이별을 당한 감정을 잘 보여드려야 했는데 제가 이별 해본 지가 오래되어서 연습할 때 눈물이 안 나오는 거예요.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막상 무대에 가니까 눈물이 막 흐르더라고요. 처음에는 경직된 채로 아무것도 못 하다가 공연이 점점 진행되면서 애드립도 넣고 하니까 애심선생님이 몸 풀렸다고 더 북돋아 주셨던 기억이 나요.

 

“무대에 처음 오를 땐 텅 빈 느낌이었다가 관객들을 보는 순간 차오름을 느껴요”

 

Q.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궁금해지는데요.

계기가 굉장히 단순해요.(웃음) 어렸을 때 예쁜 옷 입는 걸 좋아하잖아요. 한복을 입고 싶은데 키가 너무 빨라 커서 금방 짧아진 거예요. TV를 보는데 한 연예인이 한복을 맞춰 입은 걸 보고 나도 연예인이 되면 몸에 맞는 예쁜 옷을 많이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어릴 땐 꿈도 자주 바뀌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쉽게 질리잖아요. 근데 연기는 절대 안 질리더라고요. 새로운 역할과 늘 마주하게 되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배우 박소영/사진=서동국 기자

Q. 깊은 여성 서사를 지닌 연극 ‘신데렐라’를 통해 한 여성 배우로서 앞으로 연기할 때 ‘이것만큼은 지켜내고 싶다’ 하시는 다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연기를 하다 보면 맡은 역할이 도덕적으로 옳은 인물만 있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 취미도 승마나 복싱인데, 한계를 정하지 않고 늘 뭔가를 뛰어넘는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여성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존재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도전하다 보면 ‘여성’을 넘어서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데뷔 후 첫 인터뷰라던 그는 답변 하나하나의 정성을 담았다. 본연의 자신을 잃지 않으며 연 기에 대한 열정으로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배우 박소영의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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