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사유(思惟)의 발견' 한국창작춤으로 봄을 물들이다!

사진=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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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꽃이 만개한 봄, 한국무용제전은 차가운 겨울을 보낸 후 피어나는 따뜻함처럼 찾아온다. 그 따뜻함 속에는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만 같은 뜨거운 불꽃이 인다. 

2022년 제36회 한국무용제전이 2022년 4월 17일(일)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개막해 지난 29일(금) 시상식으로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예술의 순위를 따질 수 있는 타당성은 공감대 형성이라 생각한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그토록 사랑받는 건 거대한 세계관 속 각 인물들의 서사와 성장배경, ‘사람’ 사이 얽힌 관계성과 감정선이 살아가면서 느꼈던 것, 혹은 느껴보고 싶은 것들이라서가 아닐까. 

대외적으로 영웅이라 칭송받는 한 인간의 개인사가, 화려한 겉모습과는 정반대의 속앓이를 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 또한 없다.

춤과도 접목해볼 수 있다. 한국 춤을 요약해보면 ‘우리네 삶은 애환’이지 싶다. 모든 무대를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본공연 중 서울 대학로 대극장에서 27일(수) 공연을 관람했다.

육혜수무용단, 육혜수 봄처녀 제 오시네 
육혜수무용단, 육혜수 봄처녀 제 오시네 

육혜수무용단의 <봄처녀 제 오시네 Spring again>의 첫 장면은 강렬했다. 초록빛 조명이 무대 업스테이지를 스윽- 훑기를 서너 번 반복한다. 봄이 대지를 탐사하는 듯 보였다. 그 후 한 동아줄에 육혜수 무용수가 씨앗처럼 동그랗게 말려 매달려있다. 곧 뒤에 있던 무용수들과 합류해 발아의 과정을 표현하듯 고군분투했다. 

육혜수무용단, 육혜수 봄처녀 제 오시네 

작품의 시작점이 된 ‘어느 순간 두근거림은 사라지고 삶이 무덤덤해지고 있다는 생각, 떨림이 있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너무도 건조한 삶.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 봄은 시간의 흐름으로 변함없이 온다. 봄이 오는지도 모른 체 무감각한 이 삶’의 위, 봄을 짙게 느껴봄으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만져보며 사랑해보자는 무대였다. 

자신의 껍질을 뜯어내고 나면 또 흙을 뚫어야 하는 씨앗의 사명. 새로운 설렘과의 조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는 씨앗의 목소리와 같았다. 

2막이 열린 듯 육혜수 무용수가 하얀 옷을 입은 무용수와 듀엣 안무를 선보인다. 드디어 서로가 만나 밀고 당기며 쳐내고 끌어안길 반복한다. 봄은 그렇게 하나의 싹을 틔우기 위해 해내고 있다. 나도 그 설렘에 뛰어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성재형 숨 무용단, 정경화 까마귀 탱고 
성재형 숨 무용단, 정경화 까마귀 탱고 

두 번째 무대는 성재형 숨 무용단의 <까마귀 탱고 Crown tango>의 안무는 정경화가 맡았다. 까마귀의 날갯짓은 인간이 오염시킨 자연 속에서 비극이 된다. 

무대 위는 대지가 된다. 전체를 덮은 큰 천 아래 바람을 불어 울렁거리는 붉은 오염을 표현했다. 그 속에서 까마귀들은 꼿꼿이 날아다닌다. 계속해서 불어나는 오염은 까마귀를 덮는다. 이내 병든 것처럼 날지 못해 버둥거리는 까마귀의 모습이 드러난다.

애써 날아가고자 하지만 날지 못하는 까마귀를 표현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우우리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모습같았다.

소품을 극적으로 표현해 무대를 온전히 써 더 압도적이고 또 두려웠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안무 의도에 나타난 자연이 우리에게 하는 질문.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변과 행동을 취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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