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3.12.15
캐스팅: 이창용, 정욱진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좌석: 1층 4열 중앙

사진=강시언 / [리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인생의 책을 펼치면 시작되는 마법
사진=강시언 / [리뷰]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인생의 책을 펼치면 시작되는 마법

 

"가장 소중했던 순간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토마스와 앨빈, 두 절친한 친구의 따스한 추억을 담은 뮤지컬이다. 한국에서는 OD컴퍼니 제작, 신춘수 연출로 2010년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2023년 7번째 시즌을 맞기까지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아 왔다.  오직 두 명의 배우가 무대를 오롯이 이끌어 가기에 배우들 간의 호흡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수많은 인연의 책들 속 서로를 찾아낸 두 친구의 추억은 아주, 아주 먼 옛날부터 시작된다.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토마스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앨빈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펜을 든다. 하지만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글을 쓰지 못하던 토마스의 앞에 앨빈이 나타나 과거의 기억 속으로 그를 데려간다. 앨빈과 토마스가 함께한 기억은 쌓이고 쌓여 소중한 추억이 되고, 추억은 쌓이고 쌓여 하나의 이야기로 쓰인다.  토마스는 앨빈과 보낸 시간을 회상하며 그가 쓴 모든 이야기가 앨빈과 함께한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서로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였던 두 친구의 이야기는 관객들의 마음에 깊고도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누구에게나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소중한 기억이더라도 그 기억을 매일 꺼내보는 사람은 없다. 그저 마음 한편에 고이 담아뒀다가 색이 바래갈 때쯤 불러내 쌓인 먼지를 호 불어내고 열어보곤 하는 것이다. 소중한 기억들은 때론 다시 살아나고, 때론 그대로 잊히면서 마음의 구석 자리를 지킨다. 토마스가 앨빈과 함께했던 소중한 순간을 떠올리면서 살아나는 기억들은 어린 시절의 우정과 꿈,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그렇게 우리가 잊고 살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리고 나지막이 묻는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시종 따뜻한 분위기로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앨빈의 낡은 책방을 재현한 무대는 오래된 책 향기가 솔솔 풍겨오는 듯 편안하고, 부드러운 멜로디의 넘버는 추억의 오르골 소리처럼 포근하다. 흩날리는 종이들과 군데군데 쌓인 책들은 마치 기억의 도서관에 들어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도 준다. 이  따스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추운 겨울날 살짝 고개를 내민 햇살을 맞듯 마음이 녹아내린다.

10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대를 채우는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는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기억과 현실을 넘나드는 토마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깊이감 있게 표현한 이창용 배우와 어린아이의 티 없이 밝은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정욱진 배우의 합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작품에 푹 빠져들어 웃음과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배우들의 호소력 짙은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은 우리가 쓴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할 것이다.  끝도 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하나의 글, 그 소중한 기억은 앞으로의 페이지를 써 내려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놀라운 작품이다. 추운 겨울, 소중한 순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앨빈의 낡은 책방 문을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문이 열리는 순간, 잊고 있었던 그때의 보석 같은 기억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